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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에선 ‘아침잠’ 보다 ‘아침밥’

호텔리어 J의 호텔에서 생긴 일
한 특급호텔이 내국인 고객을 대상으로 ‘국내 호텔을 고를 때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을 물은 적이 있다. 결과는 뜻밖이었다. ‘조식’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조식 뷔페를 느긋하게 즐기는 순간이야말로 호텔에 있음을 실감하는 때’라는 답변 후기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호텔 서비스의 핵심은 의외로 아침밥에 있다. ‘B&B(Bed & Breakfast)’라는 말이 왜 있겠는가. 
 
국내 호텔의 조식 뷔페는 유난히 풍성하다. 국내 특급호텔을 처음 경험한 서양인 고객 대부분이 조식 뷔페의 종류와 수준에서 가장 놀란다. 반대로 해외여행이 잦은 내국인이면 해외의 럭셔리 호텔에서 단출한 아침 밥상에 실망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일본을 비롯한 해외 호텔에서 한국의 호텔 조식을 벤치마킹하러 방문한 적도 있다. A호텔의 뷔페 레스토랑은 조식만 즐기러 방문하는 고객이 많아 투숙객이 컴플레인을 할 정도다. 
 호텔은 잠 자러 가는 곳이 아니다. 어쩌면 아침 먹으러 가는 곳이다. 일러스트=이정권 기자

호텔은 잠 자러 가는 곳이 아니다. 어쩌면 아침 먹으러 가는 곳이다. 일러스트=이정권 기자

국내 호텔의 조식 뷔페가 활성화한 이유. 솔직히 모르겠다. 아침은 든든히 먹어야 한다는 우리 고유의 문화가 반영된 현상이 아닐까 추측할 따름이다. 아무튼 호텔 조식은 스시·냉면처럼 하나의 존재감 있는 음식 장르로까지 여겨진다. 
 
따라서 호텔간의 조식 경쟁도 치열하다. 호텔리어로서 고백하는데, 몇몇 메뉴는 호텔이 손해를 각오하고 내놓기도 한다. 대표적인 메뉴가 베이커리류다. 별도의 베이커리 샵을 운영하는 호텔이라면, 1개에 4000원이 넘는 크루아상이 나온다고 보면 대체로 맞다. 서울시내 특1급 호텔의 조식 뷔페 가격은 주중 4만원에서 6만원 사이다.
 
생과일·채소 주스도 고객 입장에서 가성비가 높은 메뉴다. 서울신라호텔과 그랜드 앰버서더 서울의 생과일·채소 주스가 특히 알차다. 그랜드 앰버서더 서울은 즉석에서 원액기로 즙을 짠 주스를 한 잔씩 준다. 다른 호텔은 대부분 믹서를 돌린다. 
 
성게알 미역국과 도가니탕을 내는 롯데호텔 서울이 어르신의 입맛을 겨냥한 구성이라면, 샐러드 종류가 가장 많은 포시즌스 호텔 서울은 젊은 여성 사이에서 충성 고객이 많다. 전통적으로 베이커리가 강세인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의 계란요리 코너에서는 다른 곳에서 보기 힘든 에그 베네딕트를 주문할 수 있다. 그랜드 앰버서더 서울은 스테이크·사시미 등 저녁 만찬용 메뉴도 있어 ‘가성비 갑(甲)’으로 꼽히고, 서울신라호텔의 딤섬은 중국의 어지간한 딤섬 전문점도 능가한다는 평을 받는다. 
 
조식 이용시간은 대부분 오전 5시 30분부터 10시 정도까지다. 그러니까 호텔 조식 뷔페는 4시간 내내 즐길 수 있는 브런치 레스토랑인 셈이다. 주말에는 보통 오전 8시 30분부터 투숙객이 몰려오므로, 조식만 즐기려면 늦어도 오전 7시 30분 전에 방문할 것을 권한다. 조식은 선착순이다. 어느 호텔도 조식은 예약을 받지 않는다. 
 
특급호텔 알뜰 이용법은 의외로 쉽다. 아침밥만 잠에 뺏기지 않아도 실패하지 않는다. 호텔은 잠을 자러 가는 곳이 아니다. 어쩌면 아침을 먹으러 가는 곳이다. 하나 더. 뷔페를 나가기 전, 아메리카노 테이크아웃도 잊지 말자. 고급 호텔일수록 원두도 고급이다.
 
 호텔리어 J talktohotelierJ@gmail.com    
 특급호텔 경력 10년 이상의 베테랑 호텔리어. 호텔에서 일어나는 생생한 일화를 쏠쏠한 정보와 함께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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