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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통 금괴”에 놀랐나?…뒤늦게 칼 빼든 검찰

지난 3일 부산지검에 붙잡힌 금괴 밀수 일당이 홍콩에서 한국을 거쳐 일본으로 빼돌렸던 금괴들. [사진 부산지검]

지난 3일 부산지검에 붙잡힌 금괴 밀수 일당이 홍콩에서 한국을 거쳐 일본으로 빼돌렸던 금괴들. [사진 부산지검]

“하의는 청반바지를 입고 상의는 통 큰 원피스를 입으세요. 금괴가 흘러내리지 않게 벨트를 꼭 착용하시고요.”
 
30대 여성 A씨는 친구와 함께 부산의 한 오피스텔에서 금괴 운송 수칙을 교육받았다. 세관 검사에 적발됐을 때 대처 요령도 배웠다. ‘세관신고서에 골드바 신고 내역이 없어서 신고해야 하는 줄 몰랐다’는 모범답안을 A씨는 수차례 되뇌었다. A씨는 출국을 하루 앞두고 다시 오피스텔을 찾았다. 복장검사를 받기 위해서다. A씨는 김해공항 출입국장 면세 구역에서 만난 조직원에게 건네받은 금괴를 일본으로 전달해줬고 수고비 100만원을 받았다. 일본 여행 항공권과 숙박비도 받았다. 
 
A씨 등 수백 명을 아르바이트로 고용해 1년 6개월간 4만 개의 금괴를 일본으로 빼돌려 400억원의 시세 차익을 올린 일당이 검찰에 붙잡혔다. 부산지검 외사부는 지난 3일 관세법 위반 등으로 금괴 밀수 조직원 4명을 구속기소 하고, 공범 6명을 불구속기소 했다. 금괴 밀수 조직원이 사법기관에 붙잡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괴 이미지(왼쪽)과 인천공항 면세점 거리(오른쪽) [뉴스1, 일간스포츠]

금괴 이미지(왼쪽)과 인천공항 면세점 거리(오른쪽) [뉴스1, 일간스포츠]

지난해 말부터 수사를 진행해오던 부산지검은 지난달 28일 인천공항 쓰레기통에서 금괴가 발견돼 금괴 밀수 범죄가 부각되자 부랴부랴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부산지검이 일당에게 적용한 혐의는 불법 중계무역으로 인한 관세법 위반과 조세포탈이다. 세관의 신고대상인 중계무역 물품을 신고하지 않아 관세법 위반으로 봤다. 그동안 관세청이 면세 구역에서 이뤄지는 물품 환승은 세관 신고 대상이 아니라고 본 것과 배치된다.  
 
부산지검은 홍콩에서 금괴를 들여온 조직원이 아닌 제삼자를 이용해 일본으로 보내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조대호 부산지검 외사부장은 “동일 인물이 한국을 경유해 일본으로 물건을 가져 나갔다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중간에또 다른 사람이 개입했다”며 “홍콩-한국-일본 간에 중계무역이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법률적 다툼의 여지는 여전히 남아있다. 면세 구역에서 이뤄지는 행위를 중계무역으로 볼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중계무역으로 보려면 여행자 휴대품을 상업용 물품으로 봐야 하는데 그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관세청 조세총괄과 관계자는 “여행자 휴대품의 환승이 중계무역에 해당하는지 논란의 여지가 있다”며 “금괴처럼 일상적이지 않은 여행자 휴대품을 상업용 물품으로 분류할 때 어느 물품까지 가능한지 정하는 것도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금괴 밀수 자료 사진 (기사내용과 관계없음). 김상선 기자

금괴 밀수 자료 사진 (기사내용과 관계없음). 김상선 기자

금괴 밀수가 2015년부터 급증하자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한국이 우범국으로 낙인 찍혀 국격이 훼손되고, 일반 시민들이 아르바이트로 고용돼 일본에서 범죄자로 전락하는 문제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환승객 유치와 국제협약 때문에 세관 통제를 강화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기획재정부 주태현 관세제도과장은 “인천공항 환승객이 연간 700만명에 이르는데 한국만 면세 구역의 세관을 강화하면 환승객 유치가 어려워진다”며 “하지만 금괴 밀수가 성행하고 있어 제도 보완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관세법에 규정한 ‘반송’의 정의를 좀 더 구체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종화 관세사는 “관세법에 반송은 ‘국내 도착한 외국 물품이 수입통관 절차를 거치지 않고 외국으로 나가는 것’으로만 명시돼 있다”며 “반송의 개념을 구체화해서 허술한 법망을 피해 불법을 자행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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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