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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분주한 싱가포르 北 대사관 "북미 회담 잘 될거다. 기대해달라"

싱가포르 현지 르포 
11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주재 북한대사관. 유리문이 굳게 닫혀 있다. 북한 대사관은 단독 건물이 아니라 시내 건물 15층에 입주해 있다. 싱가포르=전수진 기자

11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주재 북한대사관. 유리문이 굳게 닫혀 있다. 북한 대사관은 단독 건물이 아니라 시내 건물 15층에 입주해 있다. 싱가포르=전수진 기자

 
 
다음달 북·미 정상의 첫 만남이 이뤄지는 싱가포르. 싱가포르 번화가에 자리한 북한대사관은 11일 오전(현지시간) 내내 굳게 닫힌 유리문을 통해 간간이 전화벨 소리와 타자 치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북한대사관은 별도의 단독 건물이 아닌 주상복합건물에 입주해 있다. 싱가포르의 랜드마크이자 북ㆍ미 정상회담 개최 장소로도 꼽히는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과도 차량으로 약 8분 거리에 있는 번화가인 노스브리지 로드에 있다. 북한 대사관은 33층짜리 건물의 15층 1501호에 입주해 있다. 대사관이라기보다는 그래서 사무실 느낌이다. 유리문 옆엔 금속 재질 문패에 한글로 ‘싱가포르 공화국 주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대사관’이라고 적혀있다. 문을 두드렸다.  
 
안에서 곧 누군가 한국어로 “네”라고 답했고 곧이어 남성 직원이 나왔다. 그는 유창한 영어로 “소속이 어디냐” “지금은 양측이 협의 중인 상황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딱딱한 태도를 취했다. 그러다 한국의 중앙일보에서 왔다고 소속을 밝히며 명함을 건네자 한국어로 언어를 바꿨다. “남조선에선 (온 기자는) 처음”이라며 표정이 환하게 밝아졌다.
영어로 시작된 대화는 이때부터 한국어로 바뀌었다.  
 
북ㆍ미 정상회담이 12일 어디에서 열리나. 샹그릴라 호텔이 유력하다던데.
“샹그릴라 등 많은 호텔들 얘기가 나오고 있다. 근데 아직은 잘 모른다.”=
미국 측과 협의는 어떻게 되어가나.
“대화 상대방이니 (평양에서) 협의를 하지 않갔나. 우린(싱가포르 대사관) 잘은 모르갔다.”  
김철남 대사는 안에 계신가.
“대사 동지야 뭐 관계 없다 허허.”  
미국과 협의는 어떻게 진행하나.
“수뇌(정상) 회담인만큼 너무 높으니까. 우리가 직접 할 건 아니고. 하여간 뭐가 있으면 알려드리갔다. 곧 알려주게 될 거다. 기다리라.”  
최초의 정상회담인데 북측 분위기는.
“많이 기대해주십시요. 잘 될 거다. 우리 마음대로 하는 건 아니니까. 상대가 있는 것이고. 기대해 주시라.”  
 
해당 직원은 얼굴 사진 촬영은 거부하면서도 만면에 웃음을 지으며 “우리 민족끼리라고 하니까 반갑네. 또 만납시다”라고 말했다. 기자가 대사관 안에 들어가는 것은 제지했지만 고압적인 태도는 아니었다. 살짝 들여다본 대사관 안엔 평양 시내 사진들과 사무기기 등이 빼곡히 자리했다. 그는 “또 만나자”고 인사를 하고 들어갔다. 그런데 잠시 후 다시 유리문을 열고 나와서는 “우리 민족이니 선물이야”라며 북한에서 발행하는 영문 잡지 ‘Korea Today’와 ‘Korea’ 잡지 5월호 두 권을 건넸다.  
 
싱가포르 북한대사관이 입주해있는 33층짜리 주상복합건물. 싱가포르=전수진 기자

싱가포르 북한대사관이 입주해있는 33층짜리 주상복합건물. 싱가포르=전수진 기자

 
당초 차갑거나 거칠게 거부당하는 상황을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북한대사관 직원의 응대였다. 현지인들은 이는 평소의 북한대사관 분위기와 사뭇 다르다고 귀띔했다. 같은 15층에 입주한 싱가포르 국적자인 여행사 직원은 “평소엔 북한 대사관이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조용하게 지냈다. 북한 대사관은 외부와의 접촉도 철저히 차단하는 걸로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건물 관리인인 메바나 탄은 “평소엔 사전 승인이 되지 않은 사람은 절대 올려보내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곤 했다”며 “(북ㆍ미 정상) 회담을 앞두고 분위기가 좀 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북한대사관 관계자가 11일 "우리민족끼리 반갑다. 또 만나자"며 기자에게 선물로 건넨 북한 홍보 잡지들. 싱가포르=전수진 기자

싱가포르 북한대사관 관계자가 11일 "우리민족끼리 반갑다. 또 만나자"며 기자에게 선물로 건넨 북한 홍보 잡지들. 싱가포르=전수진 기자

 
북한 대사관뿐 아니라 싱가포르 전체가 북ㆍ미 정상회담으로 떠들썩한 분위기다. 현지 언론은 1면에 관련 내용을 게재하며 “싱가포르의 브랜드 파워를 높일 수 있는 특별한 기회”(영문 일간지 스트레이츠타임스) “특(特ㆍ트럼프)-김 회담 개최”(일간 연합조보) 등으로 대서특필했다.  
싱가포르 외교부도 전날 환영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회담을 개최하게 되어 기쁘다”라며 “이 회담이 한반도의 평화를 앞당길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반면 주싱가포르 미국 대사관은 신중함을 유지하고 있다. 카미유 도슨 주싱가포르 미국 대사관 대변인은 중앙일보의 e메일 문의에 “현재로서는 공개할 수 있는 사항이 없다”며 “백악관을 지원해 다가올 정상회담을 계속 준비할 것”이라는 입장만을 전해왔다. 주싱가포르 미국대사관의 야히야 야스마와티 대변인실 고문은 본지에 “현재로선 언론에 공개할 수 있는 상황은 없다”고 밝혔다.  
 
북ㆍ미 정상회담을 대서특필한 싱가포르 현지 11일자 신문들. 싱가포르=전수진 기자

북ㆍ미 정상회담을 대서특필한 싱가포르 현지 11일자 신문들. 싱가포르=전수진 기자

 
이날 만난 북한대사관 관계자는 “우리는 잘 모르겠다”고 했지만 실무적으론 바쁜 분위기가 역력했다. 11일 오전에만 손님들이 여럿 다녀갔는데, 싱가포르 현지 5성급 호텔 관계자가 “협의 차 왔다”고 문을 두드리기도 했다. 회담 개최 장소와 김정은 등 북한 최고위급 인사들의 숙소 등을 알아보는 것으로 보였다. 
 
현재 싱가포르 내 회담 개최 장소로는 세 곳이 유력하다. 1순위로는 샹그릴라 호텔이 꼽힌다. 싱가포르의 명소로 꼽히는 이 호텔은 2002년부터 연례 안보 국제회의인 ‘아시아 안보회의’ 개최지로도 유명하다. 샹그릴라 호텔에서 매년 개최돼 회의 명칭이 ‘샹그릴라 회의’로 불릴 정도다. 아시아 각국 국방 관계자들이 총집결하는 회의를 매년 개최하면서 보안 및 행사 진행에서 쌓은 노하우가 있는데다, 호텔 규모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모두를 만족시킬 정도로 고급이라는 평가다. 2015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마잉주(馬英九) 당시 대만 총통이 66년 만의 첫 정상회담 장소로 낙점한 곳이기도 하다.   

 
북ㆍ미 정상회담 장소로 거론되는 싱가포르의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중앙포토]

북ㆍ미 정상회담 장소로 거론되는 싱가포르의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중앙포토]

 
다음으로는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이 물망에 오른다. 객실수만 2500개에 달하는 초대형 카지노 복합리조트로, 싱가포르의 상징이라는 점에서 거론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친구이자 후원자인 셸던 애덜슨 샌즈그룹 회장이 공사 발주에 참여해 미국 측에서도 호감 지수가 높다. 한국의 쌍용건설이 국내 건설사가 시공한 단일 해외 건축물로는 최고가인 9195억원에 공사를 따낸 곳이라는 의미도 있다. 그러나 스트레이츠타임스 등 현지 언론은 이 호텔은 관광객 숫자가 많아 경호 등에서 통제가 어렵고 접근 도로가 제한되는 등 교통 사정이 좋지 않다는 점에서 점수를 낮게 줬다. 
 
3순위 후보지로는 싱가포르 관광의 상징인 센토사 섬의 센토사 리조트가 회자된다. 대형 아쿠아리움 등이 있어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으로, 6개 안팎의 호텔이 있으나 규모는 작은 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싱가포르=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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