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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칸영화제] 라이언 쿠글러 감독 '블랙 팬서' 속편 힌트

국내 538만 관객을 모은 마블 최초 흑인 히어로 영화 ‘블랙 팬서’에서 에릭 킬몽거(마이클 B 조던 분) 캐릭터.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국내 538만 관객을 모은 마블 최초 흑인 히어로 영화 ‘블랙 팬서’에서 에릭 킬몽거(마이클 B 조던 분) 캐릭터.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에릭 킬몽거만 한 역사를 가진 흑인 캐릭터는 어떤 영화에서도 본 적 없습니다. 그의 사연만으로 영화 한 편은 만들 수 있어요.”
‘블랙 팬서’ 속편 주인공은 블랙 팬서(채드윅 보스만 분)의 숙적 에릭 킬몽거(마이클 B 조던 분)가 될까. 이 최초 흑인 수퍼 히어로 영화로 올 초 북미에서 역대 마블 영화 최고 흥행을 거둔 라이언 쿠글러(32) 감독은 10일(현지시간) 제71회 칸영화제 마스터클래스에서 2시간 가까이 관객과 함께하며 속편에 대한 여러 가능성을 암시했다. 아이언맨 버금가게 활약한 블랙 팬서의 과학자 여동생 슈리(레티티아 라이트 분), 여전사 나키아(루피타뇽 분) 등 여성 캐릭터로만 이뤄진 스핀오프 연출 가능성도 열어뒀다.  
10일(현지시간) 제71회 칸영화제에서 열린 라이언 쿠글러 감독의 마스터클래스 현장. [나원정 기자]

10일(현지시간) 제71회 칸영화제에서 열린 라이언 쿠글러 감독의 마스터클래스 현장. [나원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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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촬영해 ‘부산 팬서’란 별명을 얻기도 한 영화는 전세계 13억 달러(약 1조원) 수입의 대히트를 거두며 속편을 예약했다. 지난 3월 케빈 파이기 마블 스튜디오 사장은 쿠글러 감독의 속편 참여를 알렸다. 이날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의미심장하게 들렸던 이유다.  
영화에서 킬몽거는 어릴 적 아버지를 잃고 미국사회 내 인종차별과 가난에 시달리며 자란 캐릭터. 원작 만화에선 부활을 거듭하며 와칸다 왕국의 국왕인 ‘금수저’ 블랙 팬서에 맞섰다. 쿠글러 감독은 그가 “짠내 나는 악당”이라며 킬몽거가 “지극히 보편적인 이 시대 흑인 남성”이란 진행자 말에 “명백히 그렇다. 흑인 관객은 누구든 와 닿았을 것”이라 했다.  
블랙 팬서 역 채드윅 보스만조차 라이벌 캐릭터의 고뇌에 현실성을 불어넣는 걸 도왔다. “오 맨, 채드윅은 모든 걸 수용하며 작품에 힘을 실어줬어요. 그는 정말 몸은 20대지만, 정신은 60년쯤 살아본 사람처럼 지혜로워요. 실제론 40대에요. (동안이라) 절대 그렇게 안 보이지만(웃음).”
올 초 '블랙 팬서' 개봉에 앞서 내한한 배우들. 맨 왼쪽이 주연을 맡은 채드윅 보스만이다. [중앙포토]

올 초 '블랙 팬서' 개봉에 앞서 내한한 배우들. 맨 왼쪽이 주연을 맡은 채드윅 보스만이다. [중앙포토]

‘블랙 팬서’까지, 쿠글러 감독은 줄곧 아버지를 잃은 흑인 남성 주인공을 그려왔다. 권투 영화 ‘록키’ 시리즈를 새롭게 계승한 ‘크리드’(2015)에선 록키(실베스터 스탤론 분)가 아버지 없이 자란 라이벌의 아들 크리드(마이클 B 조던 분)를 권투선수로 성장시키는 이야기다. 선댄스 심사위원대상을 거머쥔 ‘오스카 그랜트의 어떤 하루’(2013)에선 한집안의 가장이자 평범한 22세 흑인 청년 오스카(마이클 B 조던 분)가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사망했던 실화를 다뤘다. 미국 오클랜드 흑인 커뮤니티에서 자라며 보고 느낀 모든 것이 자양분이 됐다.  
그에게 ‘블랙 팬서’는 특별했다. “제가 어릴 적 히어로 만화는 늘 백인에 관한 거였죠. 어떤 만화든 악당 흑인만 나왔어요. 영화도 마찬가지고요. NBA에선 흑인 스타가 가득한데 세상의 다른 쪽은 왜 안 그럴까. 그러다 블랙 팬서를 만났죠.”
앞서 두 작품에 주연으로 함께한 마이클 B 조던을 킬몽거 역에 캐스팅할 때부터 쿠글러 감독에겐 ‘블랙 팬서’에 대한 확고한 구상이 있었다. 여성도 중요한 요소였다. “제 취향엔 어머니 영향이 많아요. 직업을 가졌고, 영화광이시죠. 어머니가 좋아하는 ‘트와일라잇’ 시리즈 신작이 나올 때마다 온가족이 영화관에 가기도 했죠. 할리우드 영화에서 흑인 여성은 가정주부가 대다수잖아요. 우리 가족 같은 강인한 여성이 영화에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10일(현지시간) 라이언 쿠글러 감독이 아내 지지 에반스와 칸영화제 취재진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10일(현지시간) 라이언 쿠글러 감독이 아내 지지 에반스와 칸영화제 취재진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블랙 팬서’는 아프리카의 와칸다 왕국을 최첨단 국가로, 재능 있는 흑인 캐릭터와 인종차별에 관한 깊이 있는 고뇌까지 그려내며 흑인 커뮤니티에 열광적인 호응을 얻었다. 11일 현장도 흑인 관객이 객석을 3분의 1가량 채웠다. 쿠글러 감독이 이 영화를 위해 생전 처음 아프리카 여러 국가를 여행한 후일담을 들려주며 각 나라 출신 관객이 있는지 묻자 손을 들며 환호했다.
쿠글러 감독은 또 “뉴욕 무대의 백인 주인공 영화가 주를 이뤘던 사춘기 시절, 저처럼 생긴 사람들이 저처럼 말하고 느끼는 완전히 다른 세계로 데려다준 작품”으로 브라질의 걸작 ‘시티 오브 갓’(2002)을 들었다. ‘블랙 팬서’엔 범죄영화 고전 ‘대부’(1977)와 함께, 아프리카 사회를 그린 오스카 후보작 ‘팀북투’(2014) 등이 영향을 줬다고 돌이켰다.  
한편, 19일까지 개최되는 올해 칸영화제에선 영국과 미국 감독‧배우 4인의 마스터클래스가 마련됐다. 첫 타자 쿠글러 감독에 이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배우 존 트라볼타, 게리 올드만이 자신의 영화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현지 관객과 나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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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프랑스)=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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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