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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정세에 中 역할론 급속 확대…청와대는 기대반·우려반

남북 정상회담에 이은 북ㆍ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비핵화 담판 과정에서 ‘차이나 패싱(중국 배제)’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한때 위축됐던 중국의 존재감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7일부터 이틀간 중국 다롄(大連)을 방문했다고 9일 보도했다. 사진은 김 위원장이 7일 열린 연회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건배하는 모습.[연합뉴스]

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7일부터 이틀간 중국 다롄(大連)을 방문했다고 9일 보도했다. 사진은 김 위원장이 7일 열린 연회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건배하는 모습.[연합뉴스]

 
4ㆍ27 남북 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에 대한 구체적 합의가 도출된 뒤 청와대에선 “종전선언에 반드시 중국이 참여할 필요가 있느냐”는 말까지 나왔다. 정상회담 다음 날인 지난달 28일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며 회담 결과를 공유한 뒤에는 판문점에서 북ㆍ미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판문점 회담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판문점에서 북ㆍ미 정상회담을 추진한 배경엔 정전협정의 당사국인 중국을 배제하고 한반도 문제를 남ㆍ북ㆍ미 주도로 풀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었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는 지난 10여일 사이에 크게 달라졌다. 남북정상회담을 마친 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전화통화가 차일피일 미뤄졌다. 중국이 한반도 상황에서 배제된 데 대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시 주석은 문 대통령과의 통화를 미룬 상태에서 왕이(王毅)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북한에 급파했다. 문 대통령이 아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직접 남북정상회담의 성과와 의도를 듣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문 대통령과의 통화는 왕이 부장이 귀국한 이후인 지난 4일에야 성사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주석이 중국 다롄의 휴양지 방추이다오(棒槌島) 해안가를 거닐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8.5.8 [중국중앙(CC)TV 캡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주석이 중국 다롄의 휴양지 방추이다오(棒槌島) 해안가를 거닐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8.5.8 [중국중앙(CC)TV 캡처]

 
문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통화에서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은 시 주석의 전폭적 지지와 성원 덕분이었다”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정착을 이뤄나가는 과정에서 시 주석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기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통화 이후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한ㆍ중 두 나라가 긴밀히 소통하고 적극적으로 협력해나가기로 했다”며 중국의 역할이 확대됐다는 점을 강력히 시사했다.
 
그리고는 3일 뒤인 지난 7~8일 김정은은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과 회담을 했다. 이어 김정은이 중국에서 돌아온 다음 날인 지난 9일에는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이 북한을 전격 방문했다. 지난 3월 25~28일 김정은이 중국을 방문한 직후에 국무장관 지명자 신분이던 그가 비밀리에 방북해 김정은을 만났던 것과 같은 수순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11시20분께 청와대 관저 소회의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를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에서 문 대통령에게 "북미회담 장소와 시간을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고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전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11시20분께 청와대 관저 소회의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를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에서 문 대통령에게 "북미회담 장소와 시간을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고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전했다. [청와대 제공]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북·미 정상회담 개최지와 관련해 “한국의 비무장지대(DMZ)는 아니다”라며 “이틀 전 시 주석이 뭔가 굉장히 구체적인 것에서 큰 도움을 줬다”며 감사를 표시했다. ‘이틀 전’은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을 뜻한다. 중국이 북ㆍ미 회담을 앞두고 미국과 북한의 직접적 중재자 역할로 부상했음을 공식화한 말이기도 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인근 메릴랜드 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북한에서 전격 석방된 한국계 미국인 김동철·김상덕(토니 김)·김학송 씨의 귀국을 환영하며 박수치고 있다. 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인근 메릴랜드 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북한에서 전격 석방된 한국계 미국인 김동철·김상덕(토니 김)·김학송 씨의 귀국을 환영하며 박수치고 있다. 뉴스1

 
청와대는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나타냈다. 청와대 핵심 인사는 “한반도를 둘러싼 역할 관계를 감안하면 미국과 중국이 직접 나서는 편이 훨씬 더 긍정적인 면이 있다”면서도 “만약 중국의 입장이 반영돼 정상회담이 판문점이 아닌 제3국에서 이뤄진다고 가정할 경우 청와대가 기대했던 다양한 변수에 대해 일부 수정이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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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