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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향, 톡 쏘는 목넘김 … 맥주 덕후들 반한 ‘부산 맛’은

돼지국밥·어묵에 이어 부산의 대표 먹거리로 수제 맥주가 뜨고 있다. ‘맥덕’(맥주 애호가)이 순례를 올 정도다. 광안리·송정·기장 등 관광지에 브루어리(양조장)가 있어 관광하며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영국·체코 등의 수제 맥주를 맛볼 수 있다. 석상민(38) 고릴라 브루잉 대표는 “주말이면 180평(약 600㎡) 매장이 손님들로 가득 차고, 500 맥주가 하루 400잔 이상 팔린다”며 “외국 관광객이 전체 고객의 10~20%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유명한 맥주 평가사인 ‘레이트 비어’가 2016년 발표한 ‘한국 맥주 베스트 10’에 부산 수제 맥주 4개가 포함됐다. 부산의 브루어리가 서울의 10분의 1인 6곳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성적이다. 1, 2위는 송정해수욕장 인근의 와일드 웨이브가 생산한 설레임과 브렛IPA(인디아페일에일)가 차지했다. 광안리에 있는 갈매기 브루잉이 생산한 페일에일 맥주(4위)와 아키투 브루잉의 패션 IPA 맥주(6위)도 순위에 올랐다.
 
고릴라 브루잉의 양조사 크래머 펠릭스가 수제 맥주 제조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이은지 기자]

고릴라 브루잉의 양조사 크래머 펠릭스가 수제 맥주 제조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이은지 기자]

부산지하철 송정역에서 1분 거리에 있는 와일드 웨이브는 사우어(sour·시큼한) 맥주 전문 양조장이다. 정제된 효모가 아닌 공기 중의 야생 효모를 사용한다. 균일한 맛을 내기 어렵지만 시큼하면서 가죽 향과 열대 과일 향이 독특하다. 이창민(29) 와일드 웨이브 대표는 “야생 효모를 써야 신맛이 제대로 살아있는 사우어 맥주 생산이 가능하다”며 “20~30대 젊은 층 뿐 아니라 어르신도 가게를 많이 찾고 있다. 전통 누룩을 이용한 ‘누룩 사우어’ 같은 다양한 맛의 맥주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이곳에선 무료로 양조장 투어가 가능하다.
 
수제 맥주가 부산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13년 6월 갈매기 브루잉이 광안리에 브루어리를 개장한 시점과 맞먹는다. 갈매기 브루잉은 맥주 원료인 홉 향이 강한 정통 미국식 수제 맥주를 지향한다. 국내 최초로 유자를 넣은 ‘고제’ 맥주와 씁쓸한 뒷맛이 특징인 더블 IPA를 선보여 라거 맥주에 길든 소비자에게 신선함을 안겨줬다. 바닷물로 맥주를 만드는 독일 고제지방의 레시피로 만든 맥주가 고제 맥주다.
 
2016년 1월 문을 연 고릴라 브루잉은 영국식 수제 맥주를 맛볼 수 있다. 신선한 맥주 생산을 위해 홉을 경북의 농장에서 직접 재배한다. 고릴라 브루잉의 대표 맥주는 IPA. 최근에는 풋사과 향과 청량한 탄산이 특징인 ‘광안리 프로젝트’ 맥주를 개발했다.
 
체코 수제 맥주를 맛보려면 프라하 993을 찾으면 된다. 폐공장이 문화예술 공간으로 바뀐 ‘F1963’(수영구 망미동)에 있다. 부산지하철 남포역에 있는 아키탭투하우스의 김판열(52) 대표는 “한국 토종 미생물을 이용해 만든 사우어 맥주로 수제 맥주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고 자랑했다.
 
부산이 ‘수제 맥주의 성지’로 떠오르자 부산시는 2017년 10월 골목상권 유망업종으로 수제 맥주를 선정하고 올해 판로개척 등 공동마케팅을 지원한다.  
 
오는 25일 열리는 부산항 축제와 6월 말 개최될 음식영화제 때는 수제 맥주 축제를 열고 양조장 체험을 관광상품으로 내놓을 계획이다.
 
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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