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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억짜리가 공시가 13억 … 아파트 비쌀수록 세금 덜 낸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120동 중간층(15층) 84.9㎡형의 올해 공시가격(1월 1일 기준)은 13억3600만원이다. 지난해(11억8400만원)보다 12.8% 올랐다. 이 아파트 단지의 실거래가는 올해 1월 신고 기준 평균 22억5000만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17억원)보다 32% 올랐다. 공시가격 상승률이 실거래가 상승률보다 19%포인트 낮다.
 
양천구 신월동 신월시영 아파트 6동 43.2㎡형 중간층(6층)의 올 1월 기준 실거래가는 평균 2억2000만원이다. 실거래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4.8%. 이 아파트의 올해 공시가격은 1억6700만원으로 전년 대비 7.1% 증가했다. 실제 집값보다 공시가격이 더 오른 셈이다.
 
본지가 서울 25개 구별로 지난 10년간 매매가 가장 많았던 아파트 한 곳씩 25곳을 조사한 결과 서울 아파트 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이 구별로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시가격은 재산세나 종합부동산세·상속세 등의 부과 기준이 된다.
 
조사 대상 25곳 아파트 시세의 실거래가 비율은 평균 66.6%였다. 지난해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가 서울 아파트 4만5293건을 대상으로 조사한 평균 수치도 66.5%였다.
 
 
집값 비싼 지역 반영률 낮은 경향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이 가장 낮은 곳은 서초구 래미안퍼스티지(59.4%)로 가장 높은 양천구 신월시영(75.9%)과 16.5%포인트 차이가 났다. 집값이 비쌀수록 공시가격 반영률이 낮은 경향이 뚜렷했다.
 
올 1월 신고된 실거래가가 16억원인 송파구 리센츠 85㎡형의 공시가격은 9억6800만원으로 시세 대비 60.5%에 그쳤다. 강남구 은마아파트 76.8㎡형의 경우 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은 60.8%였다. 반면 올 1월 평균 2억1000만원에 매매된 노원구 중계주공 2단지(44.5㎡)의 공시가격은 1억5200만원으로 시세 대비 72.4%나 됐다.
 
집값이 급등한 곳일수록 공시가격과 실제 집값 차이도 컸다. 은마아파트 76.8㎡형은 1년 새 집값이 36.4% 올랐지만 공시가격은 14% 오르는 데 그쳤다. 마포구 성산시영 50㎡형 역시 실거래가 상승률(27.5%)과 공시가격 상승률(11.5%)의 차이가 컸다. 반대로 서대문구 북아현동 두산아파트 60㎡형은 집값이 9.8% 올랐는데 공시가격은 16.7% 높아졌다.
 
 
22억 아파트 59%, 2억짜리 76%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공시가격이 현실을 100% 반영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역별·주택별로 편차가 크면 조세 형평성에 어긋날 수 있다. 문제는 공시가격 문제가 꾸준히 제기됐지만 전문가들조차 해법을 못 찾는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국토교통부와 한국감정원이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어떻게 산정하는지 감정평가업계조차 모른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박철형 한국감정원 주택공시처장은 “감정원은 1994년부터 공동주택 공시 업무를 해왔고 연간 67만 건의 실거래 자료를 바탕으로 지역별 공시가격이 균형을 맞추도록 산정한다”며 “행정 목적의 업무이기 때문에 산정 방식을 자세히 공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조사 자체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공동주택(약 1300만 가구) 공시가격은 감정원이 전수 조사를 통해 산정한다. 실제론 전수 조사가 아니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공시가격 조사에 투입된 인력은 감정평가사 140여 명을 포함해 약 550명이다. 이들이 석 달간 현장 전수 조사를 한다. 1인당 약 2만3000가구, 하루에 250여 가구를 조사하는 셈이다.
 
 
집값 빨리 올라 공시가 못 따라가
 
박철형 처장은 “일일이 다 조사하기 어려워 아파트 단지 한 동의 기준 층과 호수를 정해 가격을 매기고 이를 기준으로 나머지 가구의 공시가격을 정한다”고 말했다. 감정원이 공시가격을 결정한 후 이를 검증하는 시스템도 없다.
 
한국감정평가사협회 관계자는 “500여 명이 공동주택 공시가격 전수 조사는 물론 표준주택 산정과 더불어 지가 변동률까지 조사하는데 물리적으로 쉽지 않다”며 “공시가격 현장 조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건 관련 업계에서는 널리 알려진 얘기”라고 말했다. 공시가격 산정의 토대가 되는 실거래가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 가령 공시가격 조사 기간에 특정 동 아파트에서 거래가 1건밖에 없으면 이를 토대로 전체 동의 가격을 산정한다. 이 가격이 투기나 다운 계약 등에 의해 정상을 벗어나면 전체 동의 공시가격이 왜곡될 수밖에 없다.
 
 
감정원서 산정 … 검증 시스템 없어  
 
특정 기간에 가격이 급등한 경우에도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박철형 처장은 “실거래가의 65~70%를 목표로 균형을 맞춰 공시가격을 산정한다”며 “올해 집값이 30~40% 올랐다고 해서 그만큼 공시가격을 올리기는 정책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국토부 관계자 역시 “공시제도가 도입될 때부터 불균형이 존재했기 때문에 기계적으로 모든 아파트의 실거래가 반영률을 일률적으로 맞추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전동흔 세무법인 율촌 고문은 “천차만별인 공시가격이 조세 정의를 훼손하고 불평등을 가중시킬 수 있다”며 “정부는 관련 법·제도를 정비하고 공시 가격의 결정 주체와 산정 구조를 재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떻게 조사했나
한국도시연구소가 집계한 2006년 이후 10년 동안 해당 구에서 가장 많이 매매된 아파트 자료를 활용했다. 재건축 규제 등으로 지난해와 실거래가 비교가 어려운 반포주공 1단지(72.5㎡)는 같은 구에서 지난해 거래가 활발했던 래미안퍼스티지로, 도봉구 한신아파트는 창동주공 3단지로 대체했다. 각 아파트의 실거래가는 공시가격 기준일(1월 1일)과 맞추기 위해 지난해 1월과 올해 1월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신고된 같은 면적 아파트의 매매가 평균값을 비교했다. 공시가격은 공시가격 알리미를 통해 각 아파트 동의 중간층에 있는 가구를 기준으로 삼았다.

 
김태윤 기자 pin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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