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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빨리' 룰 대거 반영한 개정 국제골프규칙

기자
민국홍 사진 민국홍
[더,오래] 민국홍의 19번 홀 버디(2)
언론인(중앙일보)으로 시작해 대기업 임원을 거쳐 골프 전문가로 인생 2막을 시작했다. 현재 KPGA(한국남자프로골프협회) 경기위원과 KGA(대한골프협회) 규칙위원을 맡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KLPGA(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 전무를 역임했고 스포츠마케팅회사인 스포티즌 대표이사로 근무하는 등 골프 관련 일을 해왔다. 인생 2막을 시작하면서 골프 인생사를 있는 그대로 담담하게 풀어나가려 한다. <편집자>
 
내년 1월 1일부터는 훨씬 쉽게 골프를 즐길 수 있게 됐다. 이번에 발표한 새로운 규칙은 현대 스포츠맨이 중시하는 속도라는 요소를 도입해 대대적으로 조항을 변경했다. [중앙포토]

내년 1월 1일부터는 훨씬 쉽게 골프를 즐길 수 있게 됐다. 이번에 발표한 새로운 규칙은 현대 스포츠맨이 중시하는 속도라는 요소를 도입해 대대적으로 조항을 변경했다. [중앙포토]

 
내년 1월 1일부터는 훨씬 쉽게 골프를 즐길 수 있게 됐다. 4~5시간 걸리던 골프 플레이 시간도 다소 줄어들 것 같다. 골프규칙이 현대화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골프규칙의 개정 권한을 가지고 있는 영국왕립골프협회(R&A)와 미국골프협회(USGA)는 지난 3월 내년부터 적용하는 골프규칙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번에 발표한 새로운 규칙은 개정이라기보다는 제정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혁명적이다. 상식과 합리, 현대 스포츠맨이 중시하는 속도라는 요소를 도입해 대대적으로 조항을 변경했다.


내년부터 대대적으로 바뀌는 국제 골프규칙
사실 그동안 일반 골퍼는 복잡하고 어려워 이해하기 힘든 규칙에 대해 속으로 짜증을 내왔을 것이다. 골프규칙을 놓고 벌타가 있는지, 있다면 몇 벌타인지를 놓고 말다툼을 하다가 친구 사이가 멀어지는 사례도 종종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개정으로 필드 위에서 플레이어들끼리 말씨름을 하는 경우가 줄어들 것 같다. 이번 룰 개정을 보면 ‘한국식 골프룰’을 대폭 채용한 것이 눈에 띈다. 골프장 측이 장삿속으로 경기운영을 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자 한국 사람의 ‘빨리빨리’ 습관에 부응하기 위해 편법으로 사용하던 룰이다.
 
한국에서는 규칙을 위반해 골프경기를 빨리 끝내도록 하는 ‘말도 안 되는’ 제도를 많이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골프장 측은 이래야 한명이라도 손님을 더 많이 받고 수입을 늘릴 수 있어서 그랬을 것이다. 예를 들면 OB 티다. 원래 OB라인(경계선)을 벗어나면 1벌타를 받고 원래 쳤던 자리로 돌아와 다시 공을 쳐야 한다. 이렇게 되면 3타째가 되어 결국 2벌타를 먹는 셈이다. 
 
이번에 새롭게 개정된 규칙에서는 OB가 난 공을 경계선을 넘어간 지점 부근에서 공을 드롭하고 칠 수 있게 해줬다. 정시종 기자

이번에 새롭게 개정된 규칙에서는 OB가 난 공을 경계선을 넘어간 지점 부근에서 공을 드롭하고 칠 수 있게 해줬다. 정시종 기자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OB가 나는 경우 다시 돌아가지 않고 IP(intermediate position, 드라이버 샷이 떨어지는 중간 위치)지점에 설치된 특설 티 지역에서 2벌타를 먹고 다시 치게끔 해왔다. 이번에 새롭게 개정된 규칙에서는 이와 다소 비슷하게 구제받을 수 있도록 조항이 신설됐다. OB가 난 공을 경계선을 넘어간 지점 부근에서 드롭하고 칠 수 있게 해준 것이다.
 
한국 골퍼는 경기하면서 첫 홀은 거의 파로 적는다. 한사람이 파를 하면 모두가 파를 적는 것이다. 이럴 경우 골프 룰에서는 전원 합의의 반칙규정에 의해 모두 실격으로 골프장에서 쫓겨나야 한다. 이것은 개정된 룰에서도 실격이다. 
 
하지만 한국 골퍼의 사전에는 더블 파 이상이란 없다는 이상한 관습이 있는데, 이런 비슷한 조항이 신설되었다. 바로 맥시멈 스코어 조항이다. 로컬 룰로 트리플 보기나 더블 파 이상은 치지 않고 공을 집어 들어도 되게 해준 것이다.


한국처럼 빨간 말뚝 밖의 공 1벌타 구제하기로
해저드(연못 등) 등에 대한 규칙이 사라지고 벌칙구역(penalty area)이란 개념을 새로 도입한다. 벙커라는 규칙항목을 새로 만들고 기존의 해저드를 포함해 골프장 안의 일반 구역에 벌칙구역을 설정하고 이곳에 들어가면 예전의 병행 해저드처럼 구제받게 해준다. 그리고 이곳에서 루스 임페디먼트를 제거해도 벌칙을 받지 않는다. 이것도 신속한 경기 진행을 위해 설정된 신설조항이다. 
용어사전 > 루스 임페디먼트(loose impediment)
자연물로서 고정되어 있지 않거나 생장하지 않고, 땅에 단단히 박혀 있지 않으며, 볼에 부착되어 있지 않은 돌·나뭇잎·나뭇가지 등과 동물의 똥, 벌레들과 그 배설물 및 이것들이 쌓여 만들어진 것. 모래와 흩어진 흙은 퍼팅 그린 위에 있는 경우에 한해 루스 임페디먼트다.
 
이를테면 산비탈에 빨간 말뚝을 박고 이곳에 들어가면 1벌타를 받고 구제해준다는 것이다. 놀랍게도 이는 오래전부터 한국에서는 허용해왔다는 사실이다. 한국 골프장은 기존의 골프 룰을 무시하고 손님이 빨리 경기를 마칠 수 있도록 용감하게(?) 산비탈에 빨간 말뚝을 박고 그 안에 들어간 공은 1벌타로 구제해왔다. 한국에서만 통하던 룰이다. 
 
올해로 5회째를 맞은 ‘축구인 골프대회’가 경기도 용인 골드CC에서 열렸다. 조성환 제주 감독이 벙커샷을 하고있다. 정시종 기자

올해로 5회째를 맞은 ‘축구인 골프대회’가 경기도 용인 골드CC에서 열렸다. 조성환 제주 감독이 벙커샷을 하고있다. 정시종 기자

 
이밖에 한 스트로크에서 볼을 두 번 이상 친 경우 종전의 경우 1벌타를 주었으나 내년부터는 없어진다. 한국에서는 골퍼 사이에 일명 '투 터치'를 놓고 말다툼이 많았다. 변호사인 친구 하나는 늘 자기가 법은 잘 안다면서 투 터치란 있을 수 없다고 우기며 무벌타를 고집해 다른 친구들과 많이 싸워 왔다. 내년부터는 이런 눈살을 찌푸리는 장면이 없어질 것 같다.
 
이번 룰 개정의 특징은 한마디로 빨리 골프를 치라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늑장 골프에 질린 만큼 아마추어 골퍼든 시합에 나가는 프로골퍼든 자기 차례가 되면 빨리빨리 플레이하도록 해 경기의 박진감을 높이자는 취지이기도 하다.
 
무벌타 구제하는 디보트 조항 채택은 무산
끝으로 많은 사람이 청원(?)한 디보트(클럽에 의해 패인 잔디) 조항은 채택되지 않았다. 볼이 디보트에 빠져 꺼내놓고 칠 경우 2벌타를 받는데 앞으로는 무벌타로 구제받고 칠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이었다. 이는 채택되지 않았다. 
 
사실 티잉그라운드에서 멋진 드라이버 샷을 날려놓고 막상 IP지점에 가보면 자기 공이 종종 디보트에 빠져있는 경우가 많다. 얼마나 억울한가. 이런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처사를 막자는 게 많은 골퍼의 바람이었다. 그러나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실 2016년 두산 매치 플레이 챔피언십 여자골프대회에서 김지현 프로가 그 당시 대세였던 박성현 프로에게 역전패를 당한 적이 있었다. 김 프로가 18번 홀에서 날린 드라이버 샷이 디보트에 빠지는 바람에 2번째 샷에서 온 그린을 시킬 수 없었다는 억울한(?) 사실을 아는 이는 별로 없다. 그래서 첫 번째 우승이 될 수도 있었던 기회를 놓쳤다. 골프룰은 여전히 비합리적이고 불공정한 경우도 있다.
 
민국홍 KPGA 코리안투어 경기위원·중앙일보 객원기자 minklpg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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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