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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서로 “만족한다” … 정상회담 합의문 윤곽 잡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9일 평양 노동당사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접견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미 정상회담 일정 및 의제를 조율한 뒤 미국인 억류자 3인과 귀환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9일 평양 노동당사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접견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미 정상회담 일정 및 의제를 조율한 뒤 미국인 억류자 3인과 귀환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각료회의에서 북·미 정상회담 전망에 대해 “굉장히 성공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중앙통신도 1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접견했으며 ‘만족한 합의’를 봤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양쪽 모두 100% 만족하는 협상이란 존재하기 힘들다는 게 외교가의 정설이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양보하거나 본질적인 이견에는 눈감아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의 자신감 뒤에 숨은 ‘각기 편할 대로 해석하는’ 이번 협의 결과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6자회담 수석·차석대표를 모두 지낸 위성락 서울대 객원교수는 “정상회담 발표문의 틀이 어느 정도 만들어지는 것 같다”며 “6자회담 결과물인 2005년 9·19 공동성명과 유사하되 좀 더 진전된 포인트가 있는 결과물을 만들려는 방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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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9 공동성명에서 북한은 핵 포기를 약속하고, 미국은 북한을 공격할 의사가 없다고 확인했다. 위 교수는 “선언적 수준을 넘어서려면 비핵화 이행의 시한 설정, 약속 위반 시 모든 제재를 되돌리는 스냅백 조항 등이 들어갈 수 있고 체제 안전 보장 측면에서는 북한이 한반도 주변의 군사안보 정책을 손대려 할 것”이라며 “한·미 간 면밀한 조율이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실제 폼페이오 장관의 두 차례 방북을 통해 비핵화 로드맵과 체제 안전 보장에 대한 주고받기가 상당 부분 진행됐을 가능성이 크다. 폼페이오 장관이 평양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을 만나 ‘적국관계의 갈등 해결’을 언급한 것은 북한의 적대시 정책 철회 요구에 대한 호응으로도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각료회의에서 “김정은과의 만남(meeting)”이라고 했다가 “여러분이 원한다면 정상회담(summit)이라고 불러도 좋다”고 말해 김정은을 카운터파트인 국가 지도자로 공식 인정하기도 했다.
 
미국이 모든 대량살상무기(WMD)의 영구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폐기(PVID)라는 입장에서 한발 물러섰을지도 관심이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7~8일 다롄에서 북·중 정상이 만나기 전 미·중 간에 사전 협의가 있었을 것이고, 이를 토대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김정은에게 ‘미국의 일괄타결 요구를 받지 않으면 곤란할 것’이란 이야기를 했을 것”이라며 “직후 폼페이오 장관 방북에서는 생화학무기 등은 제외하고 핵·미사일에 집중하는 것으로 의제를 줄여줬을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각료회의에서 “이틀 전 시 주석이 뭔가 굉장히 구체적인 것에서 큰 도움을 줬다”며 감사한 것도 이런 맥락일 수 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시 주석이 ‘북한이 먼저 비핵화 관련 행동을 해야 우리도 제재 완화 시도나 경제지원을 할 공간이 생긴다’는 이야기를 했을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경제난 타개가 절실하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비핵화 조치에 대한 약속을 받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북한이 추가적 행동을 약속했는지도 관심이다. 대북 소식통은 “북한도 미국이 최소 핵탄두 보관 장소 공개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파괴 정도의 과감한 조치를 원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의 자신감이 ‘적당한 타협’에 근거한 것이라면 한국으로선 우려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장은 “북·미 간 합의가 비핵화와 체제 안전 보장에 대한 두루뭉술한 약속에서 그치면 안 되고 ‘PVID 완료와 동시에 북·미 수교, 제재 해제 등을 통해 체제 안전 보장’ 등의 구체적인 내용이 반영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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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