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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으로 떠나는 봄나들이...꼭 봐야 할 전시 3선

전통 한지에 인화한 이정진 사진작가의 작품 ‘사물’(2004). 강렬한 이미지에 사물과 여백의 팽팽한 긴장이 돋보인다.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전통 한지에 인화한 이정진 사진작가의 작품 ‘사물’(2004). 강렬한 이미지에 사물과 여백의 팽팽한 긴장이 돋보인다.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눈 부신 햇살이 마음을 설레게 하는 5월이다. 산책과 전시를 함께 즐기기 위해 서울을 탈출해보면 어떨까. 서울 근교의 미술관에서는 지금 눈길을 끄는 기획전이 한창이다. 자연과 예술로 일상에 지친 마음을 치유해주고, 새로운 기운을 북돋워 줄 미술관 세 곳을 소개한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이정진:에코-바람으로부터’전
지금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꼭 봐야 할 전시 중 하나가 이정진(57) 작가의 사진전이다. 작품을 보고 엄지를 치켜세우는 관람객들이 적잖고, 미술팬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고 있는 전시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사진의 틀을 벗어나 시적인 울림까지 주는 작품들을 만날 기회다.
 
이정진 작가는 국내에는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뉴욕 휘트니 미술관, 메트로폴리탄미술관과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 등 세계 유수 미술기관이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을 만큼 해외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의 사막 II 94-04 .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미국의 사막 II 94-04 .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작업 방식도 독특하다. 전통 한지에 붓으로 직접 감광 유제를 바르고 그 위에 인화하는 아날로그 프린트 기법으로 작업한다. 덕분에 작가가 포착한 사물과 풍경은 그 이미지도 자체도 독특하지만, 한지를 통해 드러나는 질감이 섬세하고 깊이 있다.
 
작가의 이력도 독특하다. 전공은 도자이지만, 작가는 미대에 입학하자마자 사진에 빠졌고, 졸업 후엔 잡지 ‘뿌리 깊은 나무’의 사진 기자로 일했다. 1988년 미국 뉴욕으로 건너가 뉴욕대 대학원 사진학과를 졸업하고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작업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1990년부터 2008년 사이에 작업한 11개의 아날로그 프린트 연작 중 대표작 70여 점을 볼 수 있다. 전시는 7월 1일까지. 
 
과천관을 찾았다면 또 다른 전시, 고 이성자(1918~2009) 화백의 ‘지구 반대편으로 가는 길’ (7월 29일까지)도 함께 보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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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오후에는 주차장이 붐비므로 오일찍 출발할 것. 화~금요일은 서울관과 덕수궁관에서 출발하는 무료 셔틀버스가 있다. 통합 관람료 3000원.
 
원주시 뮤지엄 산의 물의 정원. [사진 뮤지엄 산]

원주시 뮤지엄 산의 물의 정원. [사진 뮤지엄 산]

원주 뮤지엄 SAN,‘ 일상의 예술:오브제’전
강원도 원주시 오크밸리에 자리한 뮤지엄 산(SAN). 리조트 안에 자리하고 있지만 일반 관람객에게 문이 활짝 열려 있는 곳이다. 2013년 5월 개관한 이래 해마다  관람객이 꾸준히 늘고 있다. 개관한 해에는 6만 5000명이 찾았고, 2014년에는 10만 명, 2017년 16만 명의 관람객이 찾았다.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이 미술관은 가슴을 트이게 하는 자연 풍광도 탄성을 자아내지만, 이 자연과 어우러진 건축물의 안과 밖을 탐험하는 즐거움이 크다.
 
안도 다다오가 ‘일상의 예술:오브제’전에 출품한 ‘시계상자’. [사진 뮤지엄 산]

안도 다다오가 ‘일상의 예술:오브제’전에 출품한 ‘시계상자’. [사진 뮤지엄 산]

김종렬 작가의 '돌개미'. [사진 뮤지엄 산]

김종렬 작가의 '돌개미'. [사진 뮤지엄 산]

이곳의 청조갤러리에선 ‘일상의 예술:오브제’전이 열리고 있다. 우리 주변에 흔하디흔한 사물(object)들과 기성품이 어떻게 예술이 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자리다. 이번 전시엔 기성 작가뿐 아니라 미술관을 설계한 안도 다다오, 한류스타 송중기,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 등 각계 인사와 공모전을 통과한 일반 시민도 참여했다. 예를 들면, 다다오가 내놓은 사물(오브제)은 ‘시계 상자’다. 실제로 자신이 구매한 모 브랜드의 시계 상자인데, 그는 이 안에 자신의 대표작 중 하나인 ‘빛의 교회’의 종이 모형을 집어넣었다. 상품의 포장 상자를 작품의 전시 상자로 활용한 재치가 엿보인다.
 
박혜수 작가의 ‘로스트 드림 앤 로스트 키’. [사진 뮤지엄 산]

박혜수 작가의 ‘로스트 드림 앤 로스트 키’. [사진 뮤지엄 산]

이 밖에도 벽 한 면을 길에서 주은 열쇠로 채운 박혜수 작가의 ‘로스트 드림 앤 로스트’, 돌에 구멍을 내어 쇠를 꽂아 곤충의 형태를 만든 김종렬 작가의 ‘돌개미’, 배우 송중기가 선수 시절 썼던 낡은 스케이트화까지 ‘사연’ 있는 물건들이 눈길을 끈다. 전시는 9월 2일까지. 지금 이곳에선 ‘한국 미술의 산책Ⅲ 조각’전도 함께 열리고 있다. 관람료 성인 1만5000원, 초·중·고등학생 1만2000원.
 
백남준아트센터는 젊은 작가들의 재치가 돋보이는 현대미술을 만날 수 있다. [사진 백남준 아트센터]

백남준아트센터는 젊은 작가들의 재치가 돋보이는 현대미술을 만날 수 있다. [사진 백남준 아트센터]

용인 백남준아트센터, ‘웅얼거리고 일렁거리는’전
2008년 10월에 개관한 백남준아트센터는 시대를 앞서 예술의 흐름을 만들었던 백남준의 이름에 걸맞게 현대 미술의 전진 기지 역할을 자처하는 곳이다. 지금 이곳에선 디지털 네트워크 환경에서 각 개인의 감정과 감각이 어떻게 표출되고 또 전이되는지를 바라본 국내외 작가 13인의 시선을 영상과 설치 작품 등으로 보여주고 있다. 불안하고 위태로운 오늘의 세상에 대한 개인의 반응을 ‘웅얼거림’으로, 또 집단의 반응을 ‘일렁거림’을 표현한 전시 제목이 재치 있다.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전시 중인 이그나스 크룽레비시우스의 ‘심문’. [사진 백남준아트센터]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전시 중인 이그나스 크룽레비시우스의 ‘심문’. [사진 백남준아트센터]

전시작 중 영국 에드 앳킨스 작가의 영상 작품 ‘쉬 소리를 내는 자’는 거대한 싱크홀 속으로 빨려 들어가 사라져버렸다는 미국 플로리다의 한 남자로부터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는 작품. 컴퓨터 그래픽 기술로 만든 남성 캐릭터가 불안한 표정으로 혼자 떠들고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준다.
 
김다움 작가의 영상 설치 작품 '맹지'. [사진 백남준 아트센터]

김다움 작가의 영상 설치 작품 '맹지'. [사진 백남준 아트센터]

국내 젊은 작가들의 신작도 눈여겨볼 만하다. 세계 각 지역의 시위 현장에 구축된 바리케이드와 저항 가요를 영상으로 재구성한 ‘바리케이드에서 만나요’(권혜연), 체육관에서 몸을 구부리고 자는 사람들을 소재로 만든 비디오 작품 ‘잠’(함양아)도 흥미롭다. 홍콩, 타이베이, 서울의 젊은이들이 집에 대해 느끼는 감정을 8채널 비디오로 구성한 ‘맹지’(김다움)는 서정적이고, 시위 현장을 배경으로 한 스티커 사진기 퍼포먼스 ‘피피월드 오픈 베타 서비스’ (홍민키)는 발랄하고 위트가 넘친다. 전시는 무료, 6월 24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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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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