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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의 싱크탱크 맡은 한은맨 … 전경련과 다른 대안 내놓나

SGI 초대 원장을 맡은 서영경 한은 전 부총재보. 사진은 2015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경제전망 기조설명회에서 모두 발언하는 모습. [중앙포토]

SGI 초대 원장을 맡은 서영경 한은 전 부총재보. 사진은 2015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경제전망 기조설명회에서 모두 발언하는 모습. [중앙포토]

2013년 한국은행에 첫 여성 임원이 탄생했다. ‘63년 한은 역사상 첫 부총재보’에 오른 인물은 서영경 금융시장부장이었다. 부장에서 국장을 건너뛰고 곧장 부총재보에 임명된 건 당시로써 큰 파격이었다. 조사국 국제분야를 이끌면서 외화 거시건전성 시스템 도입에 기여하고, 금융시장국을 맡아 시장 안정화에 기여한 게 ‘별’을 다는 영예로 이어졌다. 서 부총재보는 1988년 한국은행에 입행한 뒤 첫 여성팀장, 첫 여성부장의 기록을 이어왔다.
 
그런 서 부총재보가 이번에 또 하나의 최초 기록을 이어가게 됐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내달 출범할 민간 싱크탱크 연구소의 초대 원장으로 발탁됐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0일 자료를 내고 “한국경제의 변화를 이끌 민간 싱크탱크  ‘지속성장 이니셔티브’(SGI, Sustainable Growth Initiative)를 다음 달 초 공식 출범할 계획”이라며 원장 내정자를 공개했다.
 
기업 입장을 주로 대변하는 재계 단체의 연구소에 거시경제전문가가 임명된 건 어떤 의미를 지닐까. 평생 ‘은행밥’을 먹은 서 원장은 민간 싱크탱크를 어떻게 이끌 생각일까.
 
서 원장은 “김동연 부총리의 강연을 듣는 중이었다”며 10일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 응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속성장 이니셔티브’라는 연구소 이름이 특이하다.
“엄밀한 실증 분석으로 경제 상황을 정교하게 진단하고, 성장을 위한 실천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의지가 이름에 반영됐다. 기존 연구소들이 수행해 온 거시경제 동향과 분석(macro-economic analysis)에 그치지 않고, ‘전략적 경제 아젠다’를 설정하고 근인(根因)을 연구할 계획이다.”
 
근인이라는 용어가 생소하다.
“기업을 둘러싼 현안을 파고 들어가면 원인이 한가지인 경우는 드물다. 근본적 원인은 유기적으로 엮인 경우가 많다. 이슈마다 관련된 정치·경제·사회적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연구 결과물을 내놓을 것이다.”
 
SGI 성공의 핵심 요소는 뭐라고 보나.
“단편적 연구나 다른 나라 사례 연구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 한국 현실에 기반을 둔 문제 제기와 한국형 솔루션을 내놔야 한다. 대한상의가 경제 현장에 매우 가까이 있는 조직이라는 점에서 이런 일을 하기에 적합하다.”
 
가장 먼저 들여다볼 현안은.
“우리가 흔히 중장기 과제라고 말하는 게 사실은 가장 시급한 과제다. 적용과 실천에 그만큼 시간이 걸리므로 서둘러야 한다. 예를 들면 산업 생태계 같은 문제다. 신산업 성장 정책이 많지만, 우리 산업 생태계와 유리돼선 안 된다. 조화롭게 맞물려 가야 한다.”
 
부담이 크겠다. 장기적으로 SGI가 우리 사회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가.
“벤처를 창업하는 심정이다. 다행히 조사와 연구 업무가 한국은행에서 오래 맡았던 업무라 생소하지는 않다. 지금까지 국내 민간 싱크탱크는 (한국개발연구원(KDI) 같은) 국책연구소와 (삼성경제연구소·LG경제연구소·한국경제연구원 같은) 민간연구소 두 축으로 발전했다. SGI는 국책연구소의 공공성·중립성에 민간연구소의 산업적 관점을 균형감 있게 반영할 것이다. 중립적이면서 비영리적, 비정치적인 입장에서 중장기 성장 전략을 세울 것이다.”
 
LG그룹 압수수색에 이어 오늘은 공정거래위원장이 10대 기업을 만났다. 대기업에 대해 어떤 시각을 갖고 있나.
“기업마다 처한 입장이 다 다르다. 개별 사안에 대해 답변하는 것은, 더구나 연구 조직을 맡은 사람으로서 언급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양해해 달라.”
 
대한상의와는 어떤 인연이 있나.
“정책자문단을 4년간 있으면서 현안에 대해 소견을 밝힐 기회를 가졌다.”
 
재계에서는 대한상의가 민간 싱크탱크 설립에 나선 데 대해 국내 재계 단체의 위상 변화와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제 5단체(전경련·대한상의·한국무역협회·한국경영자총협회·중소기업중앙회) 간에 서열은 없지만, 그간 재계에서는 암묵적으로 전경련을 제1단체로 인정해왔다. 문재인 정부 이전까지만 해도 정권 교체 뒤 신임 대통령이 가장 먼저 찾는 재계 단체도 전경련이었다.  
 
그러나 전경련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서 미르·K스포츠 재단의 자금 모집 창구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위상이 추락했다.
 
전경련은 1981년 4월 산하에 한국경제연구원이라는 정책연구 조직을 설립했다. 한경연은 규제개혁·노동·통상 등 경제 이슈 외에 저출산·교육·외교 등 국가 아젠다에 대해 설립 후 지금까지 1169건의 보고서를 발간해 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과도하게 대기업의 입장을 두둔한다”는 비판이 있었다.
 
과거 전경련이 맡았던 재계 대표 역할은 현 정부 들어 대한상의가 대신하고 있다. 박용만 회장은 지난달 남북 정상회담 만찬에 국내 재계 인사로는 유일하게 초대받아 참석했다. 최순실게이트가 불거지면서 삼성·LG·SK·현대차 4대 그룹이 전경련을 탈퇴했다. 하지만 대한상의에선 일정 매출액 이상을 당연직 회원으로 두는 규정에 따라 회원사의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
 
대한상의가 신설하는 지속성장 이니셔티브는 이달 중 신규 인력을 채용하고, 연구공간 정비 등의 작업을 거친 뒤 내달 공식 출범한다.  
 
◆서영경(55)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조지워싱턴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은행에서 28년간 근무하며 조사국, 경제통계국, 경제연구원, 금융시장국 등을 거친 거시경제 전문가다. 대한상의 정책자문단으로 최근 4년간 활동했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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