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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그룹 수사, 규제 완화는 실종 … 속 타는 재계

10일 공정거래위원회 정책간담회에 참여한 10대 그룹 전문경영인(CEO). 왼쪽부터 권혁구 신세계 사장, 금춘수 한화 부회장,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 김준 SK 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 위원장,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 하현회 LG 부회장, 정택근 GS 부회장,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 김준동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이상훈 두산 사장. [연합뉴스]

10일 공정거래위원회 정책간담회에 참여한 10대 그룹 전문경영인(CEO). 왼쪽부터 권혁구 신세계 사장, 금춘수 한화 부회장,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 김준 SK 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 위원장,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 하현회 LG 부회장, 정택근 GS 부회장,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 김준동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이상훈 두산 사장. [연합뉴스]

정부의 서슬 퍼런 재벌개혁 정책에 대기업이 납작 엎드리고 있다. 검찰·경찰은 물론 공정거래위원회·금융당국 등의 전방위 압박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재계에선 잘못된 점을 바로잡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경영에 부담을 줄 정도의 ‘동시다발적 몰아붙이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10일 10대 그룹 전문경영인(CEO)과 간담회를 갖고 “재벌 개혁 속도와 강도를 현실에 맞춰 조정하되 3년 내지 5년 시계 하에 흔들림 없이 일관되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10대 그룹 CEO와 만난 것은 1년 새 이번이 세 번째다. 바쁜 CEO들을 시시때때로 불러들인다는 비난에도 간담회를 이어가는 것은 그만큼 재벌 개혁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그는 CEO들에게 “지배주주 일가는 가능한 한 그룹의 핵심회사 주식만 보유하고 비상장 회사의 주식은 보유하지 않는 방향으로 노력해 달라” “일감 몰아주기는 이제 더는 우리 사회에서 용납되지 않는다” 등의 쓴소리를 던졌다.
 
특히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에 관해 “정부가 선택을 강요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면서도 “분명한 점은 이대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결정은 이재용 부회장이 내려야 하는 것”이라며 “늦을수록 삼성과 한국 경제 전체에 초래하는 비용은 더 커질 것이고, 결정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는 것이 가장 나쁜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대기업 관련 주요 사건

대기업 관련 주요 사건

검찰의 칼끝도 대기업을 겨누고 있다. 지난 1년간 국내 재계 5위 그룹은 모두 검찰 수사 선상에 올랐다. 이중 현대차를 제외한 네 곳은 압수수색을 당했다. SK는 평택 미군기지 공사를 진행하며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았고, 삼성은 다스 소송비 대납 의혹, 노동조합 와해 의혹 등으로 수사가 진행 중이다. 현대자동차도 다스 소송비 대납 의혹으로 수사를 받았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면세점 특허를 따기 위해 뇌물을 제공했다는 혐의로 지난 2월 법정 구속됐다. 창업 이후 오너 일가가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오른 적이 거의 없어 ‘오너리스크 무풍지대’로 불렸던 LG도 지난 9일 오너 일가 탈세 의혹으로 서울 여의도 본사 사옥 압수수색이 진행됐다.
 
금융당국도 압박을 거들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대기업 금융회사의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 “(총자산의 3%가 넘는 계열사 지분 정리는) 입법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최근 “(오는 7월) 법률이 개정될 때까지 개선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국민의 기대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자발적 해결을 촉구했다. 대기업들이 알아서 움직이라는 것이다.
 
재계에선 볼멘소리가 나온다. 정부의 정책 기조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으나 이런 ‘공(功)’은 무시하고 ‘과(過)’만 보고 압박한다는 것이다.
 
정부 부처마다 사회 공헌이나 상생이라는 명목으로 조성하는 다양한 기금은 사실상 대기업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자금이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이낙연 국무총리가 기업들에 티켓 구매 협조를 구해 논란이 일었다. 최근엔 산업통상자원부가 중소기업(2·3차 협력사)을 지원하는 ‘산업혁신운동’ 2단계 사업을 위해 대기업에 기부금을 요구하고 나섰다가 비판이 일자 손을 뗐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관계자는 “정부가 좋은 일 한다고 생색은 다 내고, 정작 자금 댄 기업은 적폐 대상으로 보니 속상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같은 정책으로 경영 여건은 급속히 악화하고 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글로벌 경제 상황이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상시적인 내수시장 규제는 기업이 사업계획을 세울 수 없는 환경을 조성한다”며 “결국 5년, 10년 후 굶는 상황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박경서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일감 몰아주기 등은 분명히 개선해야 할 부분이지만 기업 입장에선 너무 엄격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규제 완화에 대한 논의가 실종된 것도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조명현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원장(고려대 경영대 교수)은 “그간의 방만한 경영에 대한 규제는 필요하지만 예측 불가능하고 지속적인 채찍은 기업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경영 활동을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며 “결국 일자리 창출이나 투자가 막히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최현주·하남현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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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