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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넌 누구냐]수시는 어떻게 대세가 됐나

2. 수시 선발 인원 매년 ‘역대 최대’…22년만에 1.4%→76.2%
올 8월 확정되는 2022학년도 대입 개편안의 여러 내용 가운데 수시전형의 모집 시기와 비중을 둘러싼 논의가 뜨겁습니다.
올해 대입 수험생의 경우, 수능 성적 위주의 정시전형으로 선발되는 인원은 23.8%에 불과하죠. 반면 수시전형 선발 인원은 76.2%나 됩니다.
또 학교 현장에서는 수시전형에 응시하는 학생들이 9월에 원서를 제출해야 하니, 고교 3학년 2학기 수업이 파행된다는 지적도 나오죠.
그러니 국가교육회의에서 오는 8월까지 수시전형 일정을 수능 이후로 늦춰 정시전형과 같이 치르는 방안, 수시전형 선발 인원을 줄이는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한다는 겁니다.
 
2018학년도 수시 지원 전략 설명회에 참석한 학부모와 학생 들이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수시모집 인원은 4년제 대학 전체 모집 인원의 74%인 25만8920명이었다.[연합뉴스]

2018학년도 수시 지원 전략 설명회에 참석한 학부모와 학생 들이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수시모집 인원은 4년제 대학 전체 모집 인원의 74%인 25만8920명이었다.[연합뉴스]

이처럼 논란이 되고 있는 수시전형은 언제, 어떻게 도입됐을까요. 대학 입시가 수시와 정시로 나뉜 건 1997학년도입니다. 당시 대학이 전체 신입생의 1.4%를 수능을 치르기 앞서 선발한 게 최초의 수시전형이었죠.
이전까진 대다수 대학이 수능 성적과 대학별 고사로 신입생을 선발해 ‘획일적인 줄 세우기’라는 비난을 받았죠. 이런 입시 체제에서는 아무리 내신 성적이 뛰어나고 학교생활에 충실한 학생이라도 수능 성적이 낮으면 상위권 대학에 합격하기 어려운 반면, 학교생활에 불성실해도 수능 시험만 잘 치르면 상위권 대학에 합격이 가능해 “대학 입시가 학교 교육을 파행으로 내몬다”는 지적도 많았고요.
 
창의력 있는 인재 선발, 공교육 살리기 위해 수시전형 도입
이처럼 수시전형은 ‘획일적인 입시 기준’ ‘공교육 파행’에 대한 대안으로 도입됐습니다. 그래서 수능 성적만으로 합격생을 가르는 정시와 달리, 수시전형에서는 수험생의 특기와 취미·장점 등 잠재력을 평가해 다양한 기준으로 학생을 선발합니다. 수시전형 안에 특기자전형·논술전형·학생부교과전형·학생부종합전형 등 선발 기준이 다른 여러 전형이 마련된 것도 이런 맥락에서였죠.
 
수시전형의 선발 기준은 다양하지만, 대세는 ‘학생부’였습니다. 특히 지금의 학생부종합전형에 해당하는 입학사정관제의 평가 기준이 학생부였는데요. 당시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합격한 학생들의 면면은 지금과 사뭇 다릅니다.  
 
외교관을 꿈꿔 한국외국어대 국제학부에 입학했다는 한 학생은 고교 시절 국내외 다섯 개 모의 유엔 총회에서 활동하고 다양한 국내외 봉사를 한 경력을 인정받았고, 서울대 등 거의 모든 대학이 공인 영어성적에 대해 “1, 2점 차이는 의미 없지만 실적이 없으면 불성실해보일 수 있다”는 언급을 하기도 했죠(중앙일보, 2010년 9월 9일 ‘학교서 안 배운 과목, 판례 찾으며 스스로 공부…법대 합격’). 학생부 기록 내용을 교내활동으로만 한정한 지금의 학종 선발기준과는 많은 차이가 있죠.
 
또 발명에 관심이 많아 특허를 여러 개 갖고 있는 일반고 전교 30등 학생, 로봇 만들기에 푹 빠진 전문계고 학생이 KAIST에 합격해 화제가 되기도 했죠(중앙일보, 2009년 8월 11일 ‘로봇에 빠진 전문계 고교생도, 전교 30등 발명왕도 KAIST에’). 이러한 수시전형 합격 사례가 알려지자, 단순히 시험 성적 올리기가 아니라 자신의 꿈을 찾고 창의적인 노력과 재능을 펼치는 것이 대학 입시에 유리한 것 아니냐는 인식이 생겨납니다.
수시전형의 일종인 학생부종합전형을 통한 합격한 고교생들이 정시전형 합격자들에 비해 일반고 출신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포토]

수시전형의 일종인 학생부종합전형을 통한 합격한 고교생들이 정시전형 합격자들에 비해 일반고 출신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포토]

 
이러한 수시전형은 고교·대학·정부의 입맛에도 딱 들어맞았습니다. 고등학교는 학생들이 수능보다 내신 성적에 더 신경을 쓰고 동아리·교내대회 등 학교생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자 이를 반깁니다. 그간 내신 성적에 신경쓰지 않고 수능 성적을 올리기 위해 사교육에만 의존하던 학생이 학교로 돌아온 듯 보였으니까요. 
대학은 수시전형을 통해 우수 학생을 선점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는 데다, 전형 방식도 대학 자율로 정하니 다양한 학생을 스카우트하듯 골라 뽑을 수 있었고요. 교육부는 ‘공교육 정상화’와 ‘사교육 억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듯 보였습니다.
 
여기에 더해 교육부는 ‘입학사정관 역량강화 지원사업’ ‘고교 교육 정상화 기여 대학 지원 사업’ 등을 잇달아 시행하며 수시전형에서 ‘학생부’의 중요성을 강화해나갑니다. ‘고교 교육 정상화 기여 대학 지원 사업’에서 가장 많은 지원금을 받은 대학은 서울대인데요. 서울대는 수시전형에서 논술과 특기자전형을 실시하지 않고 학종 위주인데다 입학사정관이 여럿인 점을 높이 평가 받은 겁니다.
 
정부 지원까지 등에 업은 대학은 학생부 위주의 수시전형을 매년 늘려나갑니다. 도입 당시 1.4%에 불과했던 수시전형 비중은 2007학년도에 51.5%로 정시모집 인원을 추월했고, 2018학년도에는 70%마저 넘어섰죠. 현 고2가 대입을 치르는 2020학년도에는 수시 비중이 77.3%에 이릅니다. 수시전형 도입 이래 대학의 수시 선발 인원은 매년 ‘역대 최고’를 경신해온 셈이죠.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미 대세가 돼버린 수시전형이 애초 도입 취지를 잘 살리고 있다면 문제될 게 없지요. 그런데 각종 설문조사에서 학생·학부모의 수시전형에 대한 만족도는 굉장히 낮게 나타납니다. 합격 기준이 모호한 금수저·깜깜이 전형(연합뉴스, 2월 13일 ‘대입 수시전형 불공정한가요’)으로 불리고, ‘교수의 자녀 논문 끼워넣기’ 등의 사건 등으로 공정성 논란에 불이 붙기도 했습니다(국민일보, 2017년 11월 21일 ‘고1 아들을 SCI급 논문 공저자로…서울대 교수의 끔찍한 자식 사랑’). 고교·대학·정부의 기대와 달리 수시전형으로 인해 공교육에 대한 신뢰는 더 떨어진 셈이죠.
 
수능 성적이라는 하나의 기준만으로 학생을 줄세워 뽑는 획일적인 정시전형의 대안으로 생겨난 수시전형. 다양하고 창의적인 인재를 선발한다는 본래 취지는 살리되, 공정성과 신뢰도를 높이는 묘안을 찾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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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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