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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진호의 이나불] 샘 오취리가 '외래종'인가

KBS2 예능 '나물 캐는 아저씨'에 출연한 샘 오취리. 제작진은 샘 오취리를 '외래종'이라고 소개했다. [사진 KBS]

KBS2 예능 '나물 캐는 아저씨'에 출연한 샘 오취리. 제작진은 샘 오취리를 '외래종'이라고 소개했다. [사진 KBS]

 
지난 4일 KBS2에서 새로 시작한 예능 '나물 캐는 아저씨'를 보다 눈을 의심했다. '나물 캐는 아저씨'는 안정환·추성훈 등 자신을 '아재'로 포지셔닝하는 방송인 5명이 출연해 산과 들로 나물을 캐러 다니는 자연주의 예능이다. 프로그램은 나물들의 생김새나 효능을 자세히 소개하며, 이를 채취하는 과정에서의 만담을 담는다. 문제는 출연자 중 한 명인 샘 오취리를 소개하는 과정이었다.
 
나물을 캐러 오르막길을 올라가던 샘 오취리는 자연스럽게 뒷짐을 졌고, 이를 보며 나머지 출연자들은 '한국스러움 + 아재스러움'이 묻어나는 샘 오취리를 보며 신기해했다. 그때 샘 오취리를 소개하는 자막이 깔렸다. '외래종. 가나에서 건너온지 10년. 뛰어난 적응력 덕분에 구수한 아재美 다량 함유.' 자막은 분명 샘 오취리를 동식물에나 쓰는 표현을 빌려 '외래종'이라고 설명하고 있었다.
 
KBS2 예능 '나물 캐는 아저씨'의 한 장면 [사진 KBS]

KBS2 예능 '나물 캐는 아저씨'의 한 장면 [사진 KBS]

 
무슨 의도인지는 알겠다. 제작진은 프로그램을 통해 여러 나물의 효능을 소개했듯, 재밌게 샘 오취리를 소개하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외래종'이란 표현은 자칫 인종 차별에 대한 오해 내지는 부정적 인식을 심어줄 수 있기에 조심해야 했다. 더군다나 나머지 4명의 출연진에 대해서는 소개도 하지 않으면서 샘 오취리만을 콕 집어 이런 식으로 소개하는 의도가 뭔지 궁금하다. 프로그램 홈페이지에서 샘 오취리를 '한국인보다 더 한식을 사랑하는 대한가나인'이라고 소개하며 한국스러움을 강조하더니, 방송에선 '외래종' 운운하며 그에게 외부인 딱지를 붙이는 의도는 또 뭔가.
 
대중문화 속에서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은 역사가 오래되고 그 상처도 깊다. 흑인 배역에 백인을 꾸역꾸역 집어넣는 '화이트 워싱(Whitewashing)'에서부터 흑인을 따라 한다며 얼굴에 검은 칠을 하는 '블랙페이스(black face)'도 그렇다. 특히 한국에서는 '블랙페이스' 논란이 자주 일었다. 지난해 3월 걸그룹 마마무는 단독콘서트에서 흑인 가수 브루노 마스를 패러디하겠다며 흑인 분장을 했다. 개그우먼 홍현희 또한 지난해 4월 SBS '웃찾사'에 블랙페이스를 하고 나왔다. 둘은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거센 항의와 비판을 받아야 했다.
 
브루노 마스를 패러디한다며 얼굴을 검게 칠한 걸그룹 마마무 [중앙포토]

브루노 마스를 패러디한다며 얼굴을 검게 칠한 걸그룹 마마무 [중앙포토]

 
흑인을 '미개하다'고 생각하는 고정관념 또한 여전하다. 지난해 10월 SBS '미운 우리 새끼'에서 샘 오취리의 집에 방문한 가수 강남은 샘 오취리를 향해 "가나에도 TV가 있어?"라거나 "방송국 있냐. 공중파·케이블 다 있어? 지하철도 다녀?"와 같은 무례한 질문을 쏟아냈다. 제작진은 그게 마치 재밌다는 듯 그대로 방송에 내보냈다.
 
공희정 TV평론가는 "SBS '미운 우리 새끼'에서 샘 오취리의 고향인 가나 집에 방문하고,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샘 해밍턴의 고향인 호주 집에 방문했는데, 가나 집에 대해서는 마치 '이런 것도 있느냐'는 식으로 다루는 등 두 가정을 담아내는 방식이 달랐다"며 "'외래종'이란 표현도, 어린아이들이 이를 접하고 실생활에서 다문화 아이들을 향해 '외래종'이라고 표현한다고 생각해보면 그 표현이 얼마나 무지한 표현인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BS '미운 우리 새끼'의 가수 강남과 샘 오취리 [사진 SBS]

SBS '미운 우리 새끼'의 가수 강남과 샘 오취리 [사진 SBS]

 
대중문화 속 인종 차별 내지는 비하 논란은 잊을 만하면 또 이렇게 고개를 들이민다. 지난해 7월 드라마 '죽어야 사는 남자'를 통해 이슬람 문화를 희화화했던 MBC에 이어 KBS까지 여기에 합류했다는 사실은 암담하다. 차별에 대한 인식 변화에 앞장서야 할 공영방송이 더욱 이를 부추기는 꼴이다. 그저 웃기면 그만이란 생각(물론 웃기지도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을 콘텐트 창작자들 스스로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창작에 앞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것부터 시작하는 게 어떨까.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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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진호의 이나불]은 누군가는 불편해할지 모르는 대중문화 속 논란거리를 생각해보는 기사입니다. 이나불은 ‘이거 나만 불편해?’의 줄임말입니다. 메일, 댓글, 중앙일보 ‘노진호’ 기자페이지로 의견 주시면 고민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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