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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주사 놓는 9살 아이…소아당뇨 두고 뒷짐만 지는 학교

1형 당뇨병을 앓고 있는 도현이가 인슐린 주사 놓고 있다. 도현이는 살기 위해 학교에 머무는 동안 하루 3~4번 자기 몸에 주사 바늘을 꽂아야 한다. 프리랜서 오종찬

1형 당뇨병을 앓고 있는 도현이가 인슐린 주사 놓고 있다. 도현이는 살기 위해 학교에 머무는 동안 하루 3~4번 자기 몸에 주사 바늘을 꽂아야 한다. 프리랜서 오종찬

 
전북 전주시에 사는 도현(9ㆍ가명)이는 학교에 머무는 동안 하루 3~4번 스스로 인슐린 주사 바늘을 꽂는다. 우유 급식과 점심 급식을 먹기 전에 한 번씩 주사하고, 수시로 혈당을 체크해 혈당이 떨어지지 않을 때 추가로 놓는다. 지난달 30일 만난 도현이에게 물었다.
 

혼자 힘들지 않니?”(기자)  

 

혼자 주사 놓는 게 무섭죠. 그래도 살려면 어쩔 수 없으니까요.”(도현)

 
초등학교 3학년이면 아직 주사바늘을 무서워할 나이인에도 도현이는 무심하게 대답한다. 이런 질문에 이골이 난 듯하다. 도현이는 지난 3월 1형 당뇨병(소아당뇨) 진단을 받았다. 도현이 아빠 송병주(45)씨는 “건강하고 운동을 좋아했던 우리 아이가 병에 걸릴 거라고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1형 당뇨병은 성인의 일반 당뇨병과는 완전히 다르다. 면역 시스템이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의 베타세포를 공격해 인슐린 분비가 줄어들고, 혈당이 유지되지 않는 자가면역질환이다.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직장에 다니는 도현이 부모는 인슐린 용량을 다르게 담은 주사기에 1~5번 스티커 붙여 매일 아이 가방에 넣어 보낸다. ‘수치가 높네, 4번 맞자’ 식으로 카톡 연락을 수시로 주고 받으며 마음 졸인다. 이에스더 기자

직장에 다니는 도현이 부모는 인슐린 용량을 다르게 담은 주사기에 1~5번 스티커 붙여 매일 아이 가방에 넣어 보낸다. ‘수치가 높네, 4번 맞자’ 식으로 카톡 연락을 수시로 주고 받으며 마음 졸인다. 이에스더 기자

 
도현이는 진단 직후부터 곰돌이 인형에 주사 놓는 연습을 수백 번 반복했다. 집에선 부모가 대신 인슐린 주사를 놔주지만, 학교에선 자가 주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직장에 다니는 도현이 부모는 주사기에 인슐린 용량을 다르게 담아 1~5번 스티커 붙여서 가방에 넣어 보낸다. ‘(혈당)수치가 높네, 4번 맞자’ 식으로 카톡으로 연락하면서 대화를 하지만 항상 마음을 졸인다. 자칫 혈당이 과하게 떨어져 저혈당 쇼크가 오거나, 혈당이 치솟으면 생명이 위독할 수 있다.
도현이는 연속혈당측정기를 통해 스마트폰에 전송된 혈당 수치를 보고 부모와 카톡으로 의논하며 인슐린 주사를 맞을지, 말지 결정한다. 팔에 부착한 연속혈당측정기 센서(빨간색 원 안)에서 도현이와 부모의 스마트폰으로 혈당 수치가 전송된다. 프리랜서 오종찬

도현이는 연속혈당측정기를 통해 스마트폰에 전송된 혈당 수치를 보고 부모와 카톡으로 의논하며 인슐린 주사를 맞을지, 말지 결정한다. 팔에 부착한 연속혈당측정기 센서(빨간색 원 안)에서 도현이와 부모의 스마트폰으로 혈당 수치가 전송된다. 프리랜서 오종찬

 
학교에 간호사 면허증이 있는 보건교사가 있지만 도현이를 돌봐주지 않는다. 도현이 아빠 송씨는 “보건교사가 아이 혈당이 잘 관리되는지 체크하고, 아이가 익숙해지기까지 인슐린 주사만이라도 놔주면 좋겠다”며 “의료 문외한인 부모도, 아이 스스로도 할 수 있는 일을 의료인인 보건교사는 왜 못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기도 양평에 사는 초등학교 2학년 수현(8ㆍ가명)이는 4세 때부터 1형 당뇨병을 앓고 있다. 수현이 엄마 박지아(34)씨는 “아이가 입학하자 학교 보건교사가 어린 수현이를 위해 인슐린 주사, 혈당 관리 등을 도와줬다. 하지만 학교 측에서 ‘책임질 일 만들지 말라’며 막는 바람에 아이가 자가 주사를 놓는데 늘 불안하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학교 보건교사들은 아이들을 위해 나서지 않는 이유로 학교보건법을 든다. ‘의료 행위’인 인슐린 주사를 의사의 지시 없이 임의로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나마 지난해 법이 개정되면서 학생이 저혈당 쇼크로 위급한 상황에 처했을 때 보건교사가 최후의 수단인 ‘글루카곤 주사’를 놔줄 수 있다는 조항이 들어갔다. 김미영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대표는 “간호사인 보건교사가 학교에 있는데 아이가 죽기 직전이 돼야 손을 쓸 수 있다니 황당하다”고 지적했다.  
 
학생 보건을 담당하는 교육부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조명연 교육부 학생건강정책과장은 “보건교사가 직접 아이들의 혈당을 체크하고 주사를 놓는 건 어렵다. 당뇨병은 평생 가지고 가는 병이라 스스로 주사를 맞고 관리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게 맞다”고 말했다.  
 
김재현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미국·유럽 등 선진국에선 학교 보건실이 소규모 병원처럼 운영되며, 1형 당뇨병 아이 한 명만 있어도 전체 교직원ㆍ학생을 대상으로 응급처치법 등을 교육하고 돌본다”고 설명했다. 김대중 아주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1형 당뇨병을 앓는 아이들이 입학하면 혈당 체크하고, 주사를 놔주려고 부모가 학교에 계속 붙어있어야 한다니 말이 안 된다”며 "아이들을 제대로 관리할 학교 보건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정책 주무부서인 보건복지부는 "보건교사가 인슐린 주사를 놔도 무방하다"고 의료법 유권해석을 한 상태다. 복지부 관계자는 "학교 보건은 교육부 소관이어서 어찌할 방도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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