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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갑생 중앙일보 교통전문기자

비행기는 새가 무서워요 … 1.8㎏ 거위가 64t 흉기로

지난달 18일 미국 사우스웨스트항공의 B737기가 엔진폭발을 일으켜 비상착륙을 했습니다. 승객 144명을 태우고 뉴욕 라과디아 공항을 출발해 댈러스로 가던 길이었는데요. 당시 비행기 왼쪽 날개의 엔진이 폭발하면서 튄 파편에 기내 창문이 깨졌고, 한 40대 여성이 결국 사망했습니다.
 

영화 ‘설리’ 원인은 버드스트라이크
1㎏도 안 되는 새가 5톤 충격 가해
국내에선 종다리가 가장 골칫거리
인천공항 새 떼 쫓는 ‘드론’ 투입

사고 조사에 나선 미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는 일단 엔진 속에 있는 팬 블레이드(날)가 분리돼 사라진 점 등을 들어 ‘금속 피로(metal fatigue)’를 의심하고 있는데요. 금속 피로는 고속으로 회전하는 기계 장치 등에서 금속이 지속적인 진동 때문에 물러지면서 균열을 일으키는 현상입니다. 문제는 왜 이 현상이 생겼느냐인데요. 미국의 일부 언론에서는 새와의 충돌, 즉 ‘버드스트라이크(bird strike)’를 의심하고 있습니다. 비행기와 충돌한 새가 엔진에 빨려 들어가면서 고장을 일으켰을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물론 정확한 사고원인은 상당 기간 정밀 조사를 거쳐야 밝혀질겁니다.
 
그런데 이 같은 추정이 나오는 이유는 유사한 사고가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2016년 개봉한 영화 ‘설리(SULLY)’ 가 대표적입니다. 톰 행크스가 주연한 이 영화는 2009년 1월 15일 발생한 US 에어웨이스 1549편의 불시착 상황을 다룬 건데요.
 
비행기가 이·착륙할 때 새가 빨려 들어가면 엔진이 고장 나거나 불타는 사고가 발생한다. [중앙포토]

비행기가 이·착륙할 때 새가 빨려 들어가면 엔진이 고장 나거나 불타는 사고가 발생한다. [중앙포토]

당시 이 항공기는 승객과 승무원 155명을 태우고 뉴욕 라과디아 공항에서 이륙한 직후 무게가 3.2~6.5㎏(수컷 기준)이나 나가는 캐나다 거위 떼와 충돌했습니다. 이로 인해 엔진에 불이 붙으면서, 센트럴 파크 인근 허드슨 강에 불시착했는데요. 이런 비상 상황에서도 전원이 생존하면서 ‘허드슨강의 기적(Miracle on the Hudson)’이라는 별칭이 붙기도 했습니다.
 
새와 부딪혀 깨진 항공기 앞부분. [중앙포토]

새와 부딪혀 깨진 항공기 앞부분. [중앙포토]

지난 3월에는 중국 톈진을 출발한 에어차이나 CA103편이 홍콩으로 향하던 중 새와 정면으로 충돌해 기체 기수 쪽에 거의 1m에 달하는 구멍이 뚫리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국내에서도 버드스트라이크로 인해 이륙했던 비행기가 회항해 긴급 점검을 벌이는 일이 종종 생깁니다. 2016년에만 288건의 조류 충돌이 보고됐습니다. 이로 인한 경제적 피해도 전 세계적으로 연간 12억 달러(약 1조 3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버드스트라이크의 5%가량이 심각한 사고로 이어진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얼핏 생각해보면 엄청난 크기의 금속으로 된 항공기가 자그마한 새와 부딪힌다고 무슨 충격이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들 텐데요. 연구 결과는 전혀 다릅니다. 무게 1.8㎏짜리 새가 시속 960㎞로 비행하는 항공기와 부딪치면 64t 무게의 충격을 주는 것과 같다는 겁니다. 그야말로 엄청난 흉기로 변한다는 의미인데요.
 
다행히 순항 중인 경우에는 고도가 높아 버드스트라이크가 일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문제는 이륙과 상승, 하강과 착륙 때인데요. 공항 인근에 서식하는 새 떼와 만날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시속 370㎞로 이륙하는 항공기가 채 1㎏도 안 되는 새 한 마리와 부딪히면 약 5t의 충격이 가해진다는 조사결과도 있는데요.
 
가장 위험한 것은 앞선 불시착 사고들처럼 새가 엔진 속으로 빨려 들어갈 때입니다. 엔진 내부를 망가뜨리거나 심하면 엔진을 태워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비행기 제작사들은 버드 스트라이크 위험을 줄이기 위해 조종석 유리창을 특별히 여러 겹으로 만듭니다. 또 엔진 개발 단계에서 새를 빨아들인 상황을 가정해 보완책을 찾기도 합니다.
 
비행 중 파손된 사우스웨스트 항공기 엔진. [중앙포토]

비행 중 파손된 사우스웨스트 항공기 엔진. [중앙포토]

전 세계 공항별로 주변에 서식하는 조류 종류가 다양할 텐데요. 국내에서는 텃새인 종다리가 가장 골칫거리로 확인됐습니다. 지난해 국립생물자원관이 밝힌 연구결과에 따르면 항공기와 충돌한 조류 가운데 종다리가 10.9%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서 멧비둘기(5.9%), 제비(5.3%), 황조롱이(3.6%) 순이었는데요. 공항 주변에서 자라는 식물을 먹기 위해 곤충이 모여들고, 이를 잡아먹는 작은 새가 날아오고, 다시 이 새를 먹이로 삼는 맹금류가 찾아오다 보니 버드스트라이크가 잦아진다는 설명입니다.
 
새가 싫어하는 맹금류 울음이나 총소리를 내는 조류 퇴치 장비. [중앙포토]

새가 싫어하는 맹금류 울음이나 총소리를 내는 조류 퇴치 장비. [중앙포토]

이 때문에 공항들은 조류 충돌 예방에 무척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새를 쫓기 위해 엽총과 각종 음향기를 갖춘 조류 퇴치팀을 운영하고 있고, 요즘에는 첨단 기기까지 동원하고 있는데요. 인천공항은 최근 조류 퇴치를 위해 첨단 드론을 도입했습니다. 공항 주변을 날아다니면서 새 떼가 발견되면 엽총 소리를 내고, 새들이 무서워하는 맹금류의 울음소리를 퍼뜨려 새들을 쫓아내는 겁니다.
 
아예 공항 주변 환경을 바꾸기도 합니다. 호주에서는 공항 주변에서 버드스트라이크를 자주 일으키는 새의 먹이가 되는 특정 식물을 조절함으로써 새들의 서식도 줄이는 대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인천공항에서도 한때 주변의 소규모 하천을 모두 메워버리는 ‘건천화(乾川化)’ 사업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이처럼 여러 방면에서 노력하고 있지만 좀처럼 사고가 근절되지 않는데요. 새도 보호하면서 항공기 안전도 담보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을 기대해봅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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