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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이 간다] 첫 ‘김의 전쟁’서 김경수는 인파이팅, 김태호는 아웃복싱

강민석의 정치속으로
관훈토론회서 맞붙은 양김
 
경남지사 선거에 출마한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쪽)와 김태호 자유한국당 후보가 8일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만났다. 토론 전 두 후보가 ‘페어플레이’를 다짐하며 악수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경남지사 선거에 출마한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쪽)와 김태호 자유한국당 후보가 8일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만났다. 토론 전 두 후보가 ‘페어플레이’를 다짐하며 악수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김경수(51) 대 김태호(56)’로 대진표가 확정되는 순간 경남이 단숨에 지방선거 1번지로 부상했다. 경남의 두 김 후보가 8일 불꽃 튀는 ‘서울원정경기’를 치렀다. 중견언론인 모임인 관훈클럽(총무 박승희 중앙SUNDAY 편집국장) 초청 토론회에서다.
 
오는 6·13 지방선거에서 여권은 경남을 영남권에서 정치적으로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하는 게 목표다.1990년 3당합당 이후 30년 가까이 TK(대구·경북)와 함께 야당의 견고한 블록을 형성해온 경남을 TK에서 분리해내서 정치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꿔놓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 김경수’를 험지에 투입하는 강수를 띄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당 입장에선 ‘경남의 디커플링’이란 존립기반의 상실을 의미하는, 상상조차 하기 싫은 일이다. 그래서 뽑아든 ‘히든카드’가 김태호 후보다. 그는 도의원-거창군수-도지사(2번)-김해을 국회의원(2번)을 차례로 지내면서 경남지역에서만 6전 전승을 기록하고 있는 나름 ‘지역선거의 달인’이다.
 
이날 토론에서 김경수 후보는 ‘힘있는 도지사론’을 앞세워 문 대통령과의 관계를 부각했다. 한국당을 겨냥해선 “경남을 망친 세력”이라고 규정하며 적극적인 인파이팅을 구사했다. 반면 김태호 후보는 “아무리 미워도 경남만은 지켜달라”거나 “어머니도 혼 내시고 나면 꼭 안아주면서 ‘앞으로 잘하거라’라고 하지 않느냐”면서 ‘미워도 다시한번’ 전략으로 맞섰다. 홍준표 대표와는 정반대의 아웃복싱 스타일이었다. 다음은 토론 문답.
 
◆패널리스트 문답-정책+정치현안
 
지역경제를 되살릴 제1공약과 비전은.
▶김경수=“경남은 지난 몇 년간 제로성장에 가까웠다.이번 선거는 경남을 망친 세력과 과거로 돌아갈 것인지, 경남을 살릴 김경수와 미래로 갈 것인지를 선택하는 선거다. 경남에 신경제지도를 만들어 제조업 르네상스를 열어가겠다. 제조업 기반 속에서 4차산업혁명과 ICT 융합을 통한 신성장산업을 육성하겠다. 남부내륙고속철도, 혁신도시, 항공우주산업은 낙후된 서부경남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다. 또 한반도 신경제지도 속에서 경남을 동북아 물류플랫폼 전진 기지로 만들겠다. 평화가 곧 경제다.”

김태호=“이번 선거는 일자리 선거다. 김태호가 노무현 정부 시절 야당 도지사로 있을 때 경남의 지역성장률은 전국평균을 웃돌았다. 특히 여야합의로 남해안발전특별법을 이끌어냈다. 해양 물류, 관광 레저, 국제 비즈니스 도시 등 경남이 대한민국 4만 달러, 5만 달러 시대의 성장축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남해안 2.0 시대를 제가 열어가겠다. 기업이 일하기 좋게 법인세를 낮춰주고, 스타트업 강국을 위한 창업 기지를 만들어서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겠다.”
 
승자는 정치적 위상이 높아져 대권후보 반열에 오를 텐데.
김경수=“대선문제는 제가 질 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경남이 대선 얘기할 만큼 그렇게 한가롭지 않다. 실업자들의 한숨 소리, 가족들의 눈물을 바로 접할 수 있는 곳이다.”

김태호=“대선은 너무 나간 얘기다. 대량실업으로 앞이 절벽인 생활고에 시달리는 분이 많다. 누가 이 위기를 극복하고 가능성, 희망을 만들어내느냐가 급선무다. 대권은 도민들이 감이 된다고 평가해야 한다.”
 
(김태호 후보) 2010년에 ‘경남을 위해 새로운 인물이 나서야 한다’면서 도지사 선거에 불출마하고 중앙정치로 향했다. 8년이 지나 다시 찍어달라고 할 수 있나.
“(처음에는) 도지사를 두 번 한 사람이 다시 나오는 건 모양이 안 좋다, 김태호도 녹슨 칼이 됐는지 모르겠다고 (거절)했다. 하지만 경남까지 무너지면, 완전히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독주하게 된다. 그게 더 위기다. 아무리 미워도 경남만은 지켜달라.”
 
(김경수 후보)노무현 전 대통령-문 대통령의 핵심측근이라는 것 외에 정치인 김경수로 무엇을 했나.
“노무현의 마지막 비서관, 문재인의 참모이자 파트너임을 대단히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두 분 대통령과 국정운영 그림을 함께 그리면서 거인의 어깨 위에서 세상을 바라봤다. 정치인 김경수로서도 가야사 복원사업을 국정과제로 만든 것을 비롯해 많은 일들을 해왔다.”
 
◆패널리스트 문답-후보검증
 
드루킹에게서 변호사를 추천받아 청와대에 전달했는데, 협박받을 만한 약점이 있어서는 아닌가.
김경수=“나는 특검이 아니라 더한 것도 당당하게 받겠다고 밝혀왔다. 문재인 정부는 인사추천을 누구나 할 수 있는 열린 시스템을 갖고 있다. 그러나 추천받은 사람은 철저히 검증한다. 이번 사건은 오히려 그런 인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고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드루킹에게 10개의 기사주소를 보냈다.
김경수=“드루킹 때문에 정말 핫(hot)한 사람이 돼 버렸다. 좋은 기사가 있으면 주변에 보내고 알려달라고 하는 것은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하는 일이다. 오히려 10번밖에 안 보냈다는 게 무슨 의도가 없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 아닌가.”
 
출마를 취소하려다 다시 출마로 선회한 이유는.
김경수=“당시 하루가 1년 같았다. 이 사건 때문에 문재인 정부의 성공과 당의 승리에 누가 되는 게 아닌지 걱정했지만 야당의 부당한 정치공세에 굴복하는 것이 거꾸로 누가 되는 것이니 당당하게 정면돌파하고, 거리낄 게 없다는 것을 보여 주자고 당 지도부와 결론을 냈다.”
 
드루킹에 대한 여론의 온도와 김 후보가 느끼는 게 차이가 있다.
김경수=“저와 일을 함께 하던 직원이 500만원을 수수하고, 비록 제가 안 뒤에 반환을 지시하고 사직서를 받았으나, 직원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 책임은 당연히 국민께 송구하다. 그렇지만 이 사건에 대해선 지금도 거리낄 게 없다. 오히려 실제와 무관하게 부풀려진 사실로 엄청난 의혹이 있는 것처럼 만드는 정치권 행태가 극복되어야 한다.”
 
김태호 후보는 박근혜 정부를 뒷받침한 새누리당 최고위원 출신이다. 대통령 탄핵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김태호=“두 전직 대통령이 감옥에 있다. 마음이 아프다. 책임을 통감하고, 많이 부끄럽다. 경남이 이렇게 어려운 상황이 아니면 불출마했을 것이다. 지금 보수가 궤멸의 수준까지 가 있다.”
 
2010년 총리 인사청문회에서 박연차 태광실업회장과 ‘일면식이 없다’고 했다가 나란히 찍은 사진이 나와서 낙마했다. 왜 사실과 다른 말을 했나.
김태호=“지금 생각해도 부족함을 인정한다. 39년 만에 40대 총리로 지명되니 정말 욕심이 났다. 그 욕심이 기억까지도 가렸다. 다만 ‘일면식도 없다’는 부분은 보충설명이 필요하다. 의도된 개인적 만남은 없었다.도지사 행사장에 가면 예기치 않은 만남이 이뤄지고 사진도 찍힌다. 그 당시에 제가 총리 지명을 받지 않았어야 했다. 스스로 공부하고 세상을 보는 철학이 없으면 그런 자리를 받아서는 안 된다.”
 
2016년에는 총선에 뚜렷한 이유 없이 불출마해 ‘돈키호테식’이란 지적도 나왔다.
김태호=“당시 김태호 수준이 그랬다. 지도자의 말 하나, 행동 하나가 태산처럼 무거워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후보간 상호토론
 
김태호=“문재인 정부 1년동안 17년 만에 최악의 실업률에 청년 실업률이 24%에 도달했다. 작년 25조원을 일자리 창출에 투입했으나 공무원 숫자만 늘었고 일자리는 10만개 이상 줄었다. 소득주도성장을 한다면서 왜 이런 상황이 전개되는가.”
 
김경수=“대기업 위주의 이명박-박근혜 정부 정책 결과가 지금의 경제 상황을 만든 요인이다. 정부 정책방향은 옳다. 실제 성장률이나 가계소득증가율은 호전되기 시작했다. 공공부문 일자리는 마중물이다. 문제는 윗목이 따뜻해지고 아랫목까지 따뜻해지려면 시간이 걸리고 그 시기에 어려운 사람이 생긴다는 점이다. 정부가 나서서 이 시기를 견딜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러나 일자리 안정자금 3조를 지원하고 76개 대책을 내놨는데 그 중 절반이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김태호=“성장도, 소득도 없는 소득주도 성장이란 말이 있다. 30대 재벌의 사내유보금이 900조다. 북에 햇볕 쬐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돈이 쓰일 수 있게 기업에 햇볕을 쪼아야 한다.”
 
김경수=“홍준표 대표가 얼마 전 창원에서 ‘빨갱이들이 많아 두들겨 패주고 싶다’고 했는데 어떤 입장인가.”
 
김태호=“나도 놀랐다. 정의당 당원을 보고 지나가다 던진 말인데 부적절했다.”
 
김경수=“안타깝게 김태호 후보도 2016년 4월 총선 때 새누리당 창원 선대위에서 ‘창원에는 종북좌파가 득실대고 있다’고 했다. 그때하고 생각이 바뀌었나.”
 
김태호=“굉장히 세심하게 체크하셨다. 국가 자유주의 가치를 훼손하는 세력들도 있다. 이런 말에 찔리는 사람이 종북좌파다. 하지만 이제는 세상 보는 눈이 달라졌다. 보수도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
 
◆승부처는 진주대첩 VS 김해대첩
 
선거를 하다 보면 인연과 악연이 얽히고 설킨다. 김태호 후보는 경남에서 6연승을 하는 동안 공교롭게 친노 인사들과 여러번 마주쳤다. 그는 2011년 4월 김해을 보궐선거에서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가 상주하며 지원한 이봉수 후보를 눌렀다. 그와 대결한 두번째 친노 인사가 바로 김경수 후보다. 2012년 총선 당시 김해을에서 맞붙은 결과 김태호 후보(51.01%대 47.8%)가 3% 포인트 차로 신승했다.
 
김경수 후보는 김태호 후보와의 선거 데뷔전에 이어 2016년 지방선거(36.05% 득표)에서 다시 패했다. 그때 겨룬 이가 홍준표 대표다. 하지만 2년 뒤인 2016년 총선에서 62.4%(김해을지역)의 득표율로 새누리당 이만기 후보를 크게 이기면서 몸집을 키웠다.
 
6년 만에 두 후보가 리턴매치를 벌이는 경남은 지난해 대선 때는 0.5% 포인트 차(문재인 36.7% 홍준표 37.2%)로 승부가 갈린 곳이다. ‘안철수(13.9%)+유승민(6.7%)’후보가 얻은 표도 20%에 이른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당시 한국당을 떠난 20%의 표가 이번에는 어디를 향할지가 가장 큰 변수 중 하나다.
 
한편으론 ‘여동야서(與東野西)’, ‘여도야촌(與都野村)’의 흐름이 뚜렷하다.
 
지난해 대선 기준으로 경남의 선거인수는 274만여명. 22개 시·군·구 중 최대표밭은 ▶창원(5개구·86만) ▶김해(41만) ▶진주(28만) ▶양산(25만) ▶거제(19만) ▶통영(11만) ▶밀양·사천(각 9만여명) 등의 도시다. 거창·고성·남해 등 10개 군(郡)지역은 모두 합쳐 선거인수 50만명 미만이다.
 
문 대통령이 승리한 6곳(창원 의창·성산·진해구, 김해·양산·거제)은 동부, 홍 대표가 승리한 16곳(창원의 마산합포·회원구와 진주·통영·밀양·사천, 10개 군 지역)은 서부에 몰려있다.
 
하지만 김경수 후보는 선거초반 서부의 진주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한국당세가 강한 곳이지만 진주 남중·진주동명고를 나온 그에겐 고향이나 다름없다. 김태호 후보도 동쪽의 김해 공략에 힘을 쏟는 중이다. 문 대통령이 46.7%를 득표한 곳이지만 그 또한 이 지역에서 두번 국회의원을 지냈다. 두 후보 모두 적진을 뚫을 ‘한 칼’을 갖고 있는 셈이다. ‘진주-김해 대첩’이란 ‘확장전’의 승자가 최후에 웃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중이다.
 
강민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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