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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 D가 부족한 그대에게 페퍼톤스가 바치는 여행 테라피

9일 6집 '롱 웨이(long way)'를 발표한 페퍼톤스. 정규 앨범은 4년 만이다. [사진 안테나]

9일 6집 '롱 웨이(long way)'를 발표한 페퍼톤스. 정규 앨범은 4년 만이다. [사진 안테나]

듣는 즉시 떠나고 싶어지는 노래들이 있다. 쿵쿵대는 박자에 맞춰 심장박동이 빨라지면서 당장에라도 짐을 싸야 할 것만 같은. 하여 요즘처럼 햇살이 내리쬐는 봄날에 페퍼톤스의 음악을 듣는 건 적잖은 위험을 무릅써야 하는 일이다. 2004년 ‘우울증을 위한 뉴 테라피’를 표방하는 밴드로 데뷔한 이래 신재평(37ㆍ기타)과 이장원(37ㆍ베이스)의 처방전은 나날이 강력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페퍼톤스가 4년 만에 내놓은 6집 ‘롱 웨이(long way)’는 더더욱 마음을 들뜨게 한다. 타이틀곡 ‘긴 여행의 끝’부터 지난달 KBS 예능 프로 ‘건반 위의 하이에나’에서 먼저 공개한 ‘카우보이의 바다’ 등 8곡이 하나같이 여행 욕구를 상승시킨다. 춘천의 한 학교 체육관을 찾아 음향테스트기로 울림을 체크하는 모습에 정재형은 “정말 과학적”이라며 놀라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카이스트 전산학과 출신으로 이른바 ‘뇌섹 밴드’로도 유명하다.
 
9일 앨범 발매를 앞두고 서울 신사동 안테나 사무실에서 만난 페퍼톤스는 “영화 ‘러브 액츄얼리’처럼 다양한 화자가 같은 주제를 이야기함으로써 다 듣고 나면 주제 의식이 또렷해지는 옴니버스 앨범을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별장처럼 따로 마련된 스튜디오에서 한 달씩 머물며 녹음하는 것이 로망이었다”는 이들은 “생각만 하던 일들을 실현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롱 웨이' 뮤직필름. 광활한 모래사장 위에 악기를 들고 선 두 사람의 모습이 담겨있다. [사진 안테나]

'롱 웨이' 뮤직필름. 광활한 모래사장 위에 악기를 들고 선 두 사람의 모습이 담겨있다. [사진 안테나]

‘긴 여행의 끝’은 2012년 발매한 4집 타이틀곡 ‘행운을 빌어요’와 맞닿는 후속곡이다. 신재평은 “사실 ‘행운을 빌어요’는 떠나보내는 사람이 잘 가라고 인사하는 작별에 관한 곡인데 제목 때문인지 수능날 많이 나오고 수험생 응원가로 쓰여서 깜짝 놀랐다”며 “이번엔 반대로 떠났던 친구가 다시 돌아오는 설렘을 담아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잔뜩 배낭을 메고’ 떠나간 이가 ‘내 낡은 배낭 가득히 담아온 뒷이야기’를 들려주는 식이다.  
 
이들은 ‘여행’을 폭넓게 해석했다. 꿈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이든, 어딘가를 헤매는 존재, 그게 동물이든 외계인이든 간에 외롭지 않게 ‘동행’하고픈 마음을 담은 것. 학창시절 우주소년단으로 활동한 이장원은 “누구나 미지의 세계에 관심이 있지 않으냐”며 “브레인스토밍을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우주복을 입고 뮤직비디오를 찍게 됐다”고 고백했다. 길 위의 이야기를 좇아 야외에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장소를 물색하고, 천문대에서 음악감상회를 열다 보니 우주까지 생각이 미친 셈이다. 사진작가 표기식이 콜라주 아트워크를 만들고, 이인훈 감독이 뮤직비디오 연출을 맡는 등 비주얼 적으로도 변화를 꾀했다. 
 
‘할머니와 낡은 로케트’에 객원 보컬로 참여한 이진아에 대해선 “같은 회사 식구여서 함께한 것이 아니라 원래 우리가 발굴한 영재”라고 강조했다. 2014년 ‘K팝스타시즌4’에 출연하기 전부터 엣지있는 목소리에 반해 5집 앨범에도 ‘스커트가 불어온다’와 ‘뉴 찬스(NEW CHANCE)!’ 등 2곡이나 코러스를 맡겼단 것이다. 이장원은 “사실 안테나에 합류하게 된 것도 (유)희열이 형이 저희 팬카페 회원이었기 때문”이라며 “닉네임이 ‘손수건왕자’인데 서류심사에 떨어져 두 번 만에 가입에 성공했다”며 서로의 음악적 안목을 과시했다. 이들이 유희열을 ‘어미새’에 비유하는 순간, 마침 그가 꽈배기를 사 들고 인터뷰 장소에 나타나 폭소가 터졌다.
 
다음 달 9~10일 서울 블루스퀘어 아이마켓홀에서 열리는 6집 발매 기념 콘서트는 “오케스트라나 팀파니 등 대형 악기를 동원해 웅장한 공연이 될 것 같다”고 귀띔했다. 이장원은 “이번 공연 주인공은 새 앨범이기 때문에 인간적 매력은 자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학 동기로 만난 이들의 목표 역시 소박하지만 장대했다. “나이 들어 함께 백발을 휘날리며 ‘뉴 히피 제너레이션’을 부르는 것”이라니. 노래 가사대로 ‘세상은 넓고, 인생은 길고, 노래는 정말 아름다운 것 같아’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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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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