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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의 '비행기 외교' 시동?…왜 항공편 이용했나

북한 김정은이 전용기를 타고 평양의 대규모 주택단지인 미래과학자거리 건설 현장 시찰 2015.2.15 노동신문

북한 김정은이 전용기를 타고 평양의 대규모 주택단지인 미래과학자거리 건설 현장 시찰 2015.2.15 노동신문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용기를 이용해 중국 다롄(大連)을 방문하면서 ‘항공편 외교’에 시동을 걸었다. 김 위원장이 비행기를 이용해 외교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그는 지난 3월 25~28일 첫 방중 때는 이동수단으로 전용 열차를 선택했다. 김 위원장이 이번에 항공편을 선택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먼저 방중 일정이 긴급히 잡혔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북ㆍ미 정상회담 진척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중국 시진핑(習近平) 주석과 회담 일정을 급히 잡았고, 이에 따라 신속한 이동 수단이 필요했기에 항공편을 이용했을 가능성이다. 다롄이라는 지역이 가진 지리적인 특성도 있다. 랴오둥(遼東)반도 남단에 위치한 다롄은 열차 이동이 불편하다. 
 
열차를 이용하면 평양에서 단둥(丹東)까지 이동한 뒤 다롄까지 590㎞를 열차 노선의 특성상 10시간을 꼬박 달려야 한다. 이 때문에 방중 때마다 열차를 이용했던 김정은의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2010년 방중 당시엔 단둥과 다롄 구간만큼은 리무진을 타고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길을 택했다.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5시간만에 주파할 수 있다. 
 
김정은은 그러나 평양 순안공항에서 곧바로 전용기에 탑승해 다롄으로 직행했다. 구글맵에 따르면 직항 거리는 359㎞로, 서울-부산 390㎞ 보다 짧다. 1시간 안에 충분히 닿을 수 있는 거리다.
 
중국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 국제공항에 8일 고려항공 여객기(앞)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전용기로 보이는 항공기(뒤)가 나란히 계류해 있다. NHK는 이날 오후 4시 20분쯤(한국시간) 북한 고위급 인사를 태운 것으로 보이는 전용기가 중국 측 관계자의 배웅을 받으며 이륙했다고 보도했다. NHK는 고위급 인사가 누구인지 알 수 없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라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을 했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전했다. (NHK 캡쳐) 2018.5.8/뉴스1

중국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 국제공항에 8일 고려항공 여객기(앞)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전용기로 보이는 항공기(뒤)가 나란히 계류해 있다. NHK는 이날 오후 4시 20분쯤(한국시간) 북한 고위급 인사를 태운 것으로 보이는 전용기가 중국 측 관계자의 배웅을 받으며 이륙했다고 보도했다. NHK는 고위급 인사가 누구인지 알 수 없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라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을 했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전했다. (NHK 캡쳐) 2018.5.8/뉴스1

 
이와 함께 싱가포르가 유력 후보지로 거론되는 북ㆍ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김정은이 항공편을 통해 이동하며 일종의 예행연습을 했다는 시각도 있다. 항공편을 이용해 북ㆍ미 정상회담에 나서야할 경우를 대비해 미리 연습을 해본 의미도 있다는 것이다.  
 
이번 항공편 방중으로 김정은은 선대와의 차별화도 확실히 했다. ‘은둔의 지도자’로 불리며 열차 이용만을 고집했던 김정일과는 180도 다른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다. 김정일은 1994년 권력을 잡은 뒤 2011년 사망할 때까지 17년 동안 국경 밖으로 나간 횟수가 7번에 그친다. 모두 중국과 러시아 방문으로, 일명 ‘1호 열차’로 불리는 전용 열차를 이용했다. 2001년 러시아 방문 때도 초록색 바탕에 노란 띠를 두른 전용 열차를 타고 시베리아를 횡단하는 먼 길을 택했다. 평양을 출발해 블라디보스토크→하바롭스크→모스크바→상트페테르부르크로 이어지는 24일간, 왕복 2만㎞의 대장정이었다. 2011년 12월17일 사망한 것도 열차 안에서였다. 
 
반면 김일성은 항공편을 이용해 활발히 외교 활동에 나섰고, 김정은은 이를 벤치마킹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일성은 1949년 모스크바를 방문해 스탈린을 만났고, 65년엔 제3세계 국가들이 모인 비동맹운동(NAM) 회원국인 인도네시아를 방문했었다. 84년엔 옛 소비에트연방과 폴란드ㆍ동독ㆍ체코ㆍ헝가리를 순방하기도 했었다. 김일성과 달리 김정일은 82년 평양 순안공항에서 전용기 시험 비행을 하는 도중 폭발 사고가 일어나자 비행기 기피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는 설이 있다.  
북한 김정은 전용기 타고 항공 반항공군 1016 군부대 및 태양 풍력발전소 방문. 2015.3.9 노동신문.

북한 김정은 전용기 타고 항공 반항공군 1016 군부대 및 태양 풍력발전소 방문. 2015.3.9 노동신문.

 
반면 김정은은 경비행기 조종간을 직접 잡는 모습을 공개하는 등 비행기 애호가로서의 면모를 맘껏 과시해왔다. 2014년엔 전용기를 이용해 백두산 인근 삼지연 지역을 방문하는 모습을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대대적으로 보도하기도 했었다. 원산 등 활주로가 짧은 지역을 방문할 때는 미국산 경비행기인 세스나(Cessna) 기종을 이용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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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