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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발 유가 상승이 바꾼 해외펀드 판도…에너지 펀드 나홀로 떴다

‘매우 잘못된(very badly) 협상’. 이란 핵 협상을 겨냥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7일(현지시간) 트위터 한 문구에 국제유가가 끓어올랐다. 이란은 원유 매장량 4위의 산유국이다. 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이 원점으로 돌아가면 이란산 석유 수출길이 막힐 수 있다는 전망에 원유시장이 들썩였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와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배럴당 70.73달러를 찍었다. 70달러대로 올라선 건 2014년 11월 26일(73.69달러) 이후 3년여 만이다.
 
 
이란 석유 생산 시설. [중앙포토]

이란 석유 생산 시설. [중앙포토]

핵 협상 파기 가능성이 불거지며 지난달부터 시작된 이란발(發) 유가 상승세는 국내 펀드시장 판도도 바꿨다. 국내에서 판매 중인 펀드를 유형별로 나눠 최근 한 달(4일 기준) 수익률을 비교했더니 원유ㆍ에너지 관련 펀드가 1위를 차지했다.  
 
8일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해외 주식형 에너지 부문 펀드의 최근 1개월 평균 수익률은 8.34%다. 국내와 해외, 주식과 채권, 부동산, 원자재 등 전체 유형을 통틀어 가장 높다. 에너지 펀드 가운데 태양광ㆍ풍력ㆍ지열 같은 신재생 에너지 산업에 투자하는 펀드, 유가가 상승하면 오히려 손실이 나는 원유 인버스 펀드를 제외하면 수익률은 더 높아진다. 4일 기준 한 달 수익률이 11.09%로 두 자릿수에 이른다.  
 
이 기간 해외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은 -0.61%에 불과했다.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0.87%) 역시 제자리걸음 했다. 대부분 유형의 펀드 성적이 지지부진한 사이 원유에 주로 투자하는 에너지 펀드 수익률만 나홀로 급등했다. 원유 등 에너지 펀드의 수익률은 유가에 따라 움직인다. 국제유가 상승은 한국 같은 원유 수입국에 악재지만 원유 관련 파생상품이나 석유ㆍ가스 탐사ㆍ개발ㆍ채굴기업 수익성엔 큰 호재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유가가 올라가는 상황에선 정유주에 주로 투자하는 미국 원유 관련 펀드의 수익률이 높게 나타난다”며 “정유주의 재고 평가 이익이 올라가면서 수익이 제고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한 달 국제유가가 상승하면서 원유 펀드 수익률도 크게 올랐다. [뉴스1]

최근 한 달 국제유가가 상승하면서 원유 펀드 수익률도 크게 올랐다. [뉴스1]

지난 1~3년간 펀드시장에서 수익률 하위권에 맴돌던 원유 펀드는 환골탈태했지만 정반대 처지가 된 펀드도 있다. 올 초까지 펀드시장에서 수익률 ‘왕좌’ 자리를 차지했던 베트남 펀드 얘기다. KG제로인 집계에 따르면 최근 한 달 수익률에서 꼴찌를 차지한 펀드 유형은 베트남 주식형 펀드(-11.46%)다. 지난달부터 베트남 증시가 조정을 받으면서다.
 
수익률이 뛴 원자재 펀드, 앞으로 투자 전망도 밝을까. 전문가 평가는 조심스럽다. 김주형 유안타증권 본부장은 ”최근 유가 상승세는 세계 경기 회복에 따라 수요가 늘어나는 펀더멘털(경제 기초체력) 요인보다는 지정학적 위험이 강하게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원자재 펀드는 해외 펀드 중에서도 초고위험 상품으로 꼽힌다. 변동성이 커서 장기보다는 중ㆍ단기 투자에 적절한 상품이다. 김 본부장은 “경기 상승세가 무르익어 수요가 늘고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는 때가 아니라면 변동성이 매우 크다”며 “지금은 일반 투자자가 접근하기엔 적절하지 않은 시기”라고 조언했다.
 
고유가 시대가 온다고 보기엔 아직 이르다는 평가 탓이다. 유경하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휘발유, 디젤 등 원유로 생산한 모든 제품의 가격이 빠르게 올라가야 하는데 석유제품 가격이 원유 가격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추가적인 유가 상승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짚었다. 
 
유 연구원은 “(원자재 상품 직접 투자보다는) 구조조정을 거친 원자재 관련 기업의 경영 환경이 유가 상승으로 개선되고 있다는 관점에서 투자하는 게 오히려 낫다”고 말했다.  
 
박소연 연구원은 “이란 핵 협상으로 유가가 조금 더 올라가긴 할 테지만 원가 부담 때문에 수익률 전망이 계속 밝진 않아 원자재 상품 직접 투자는 권유하지 않는다”며 “에너지 쪽보다는 건설ㆍ조선처럼 프로젝트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는 업체를 중심으로 투자를 추천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현숙ㆍ정진호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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