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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양날의 칼 ‘영구적 비핵화’, 북·미 협상에 중재력 발휘해야

미국이 최근 ‘영구적’ 비핵화를 북한에 요구하고 나서 미묘한 파문이 일고 있다. 미국은 부시 행정부 때부터 ‘CVID’, 즉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폐기(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를 주문해 왔다.  
 
하지만 지난 2일(현지시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자신의 취임사에서 갑자기 ‘완전한’이라는 조건을 ‘영구적인(permanent)’으로 한 단계 높인 ‘PVID’란 개념을 들고 나왔다. 이를 지난 5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야치 쇼타로 일본 국가안전보장국(NSC) 국장과의 회담 결과를 전하며 재확인했다. 바야흐로 북한 비핵화 원칙이었던 CVID가 PVID로 진화한 것이다.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은 이에 대해 “PVID와 CVID 간에는 표현상 차이만 있을 뿐 뜻 차이는 없다”고 주장하나 이들 원칙이 적용될 때는 전혀 다를 수 있다.  
 
CVID가 채택되면 핵무기만 완전히 없애면 된다. 하지만 PVID는 영원히 핵무기를 만들 수 없어야 해 북한의 핵 개발 능력을 뿌리 뽑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과학자 200여 명과 2000명 안팎의 기술자를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우리로서는 미래에 재발할지 모르는 북핵 위협의 싹을 자른다는 뜻에서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매사가 그렇듯 PVID도 양날의 칼이다. 무엇보다 지나친 간섭이라며 북한이 반발할 가능성이 큰 까닭이다. 이럴 경우 북한 비핵화를 이룰 수 있는 천재일우(千載一遇)의 기회가 날아갈지 모른다. 실제로 북한 외무성은 6일 “미국이 우리의 평화 의지를 나약성으로 오판하고 압박과 군사적 위협을 계속한다면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고 경고했다. 게다가 일본까지 나서 비핵화는 물론 생화학 무기까지 완전히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해 북한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다.
 
이런 터라 정부는 필요한 압박은 계속하되 북한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 면에서 9일 도쿄에서 열릴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PVID는 물론 CVID도 특별성명에 담지 않으려는 정부의 판단은 납득할 만한 일이다.
 
해외 언론과 전문가들이 지적하듯 북한의 비핵화는 여전히 낙관하기 어려운 살얼음판이다. “갑작스러운 정상회담은 남한 사람들에게는 구원이지만 아직 북한의 비핵화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이코노미스트지의 진단처럼 넘어야 할 장애물이 한둘이 아니다. 회담 장소와 날짜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는 점도 마음에 걸린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극적 효과를 노리는 탓일 수 있지만 물밑 협상이 순조롭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
 
우리 정부는 북한 비핵화라는 최종 목표를 이루면서도 후환을 남기지 않도록 북·미 간 협상에서 중재력을 발휘해야 한다. 오는 22일 열릴 한·미 정상회담이 절호의 기회다. 난관을 돌파할 문재인 대통령의 기지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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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