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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의 가장 큰 축제, 어버이날

기자
송미옥 사진 송미옥
[더,오래] 송미옥의 살다보면(8)
어버이날 마을 회관은 자식들이 보내온 꽃다발과 축전을 갖고 나와 자랑하며 행복해하기 바쁘다. [중앙포토]

어버이날 마을 회관은 자식들이 보내온 꽃다발과 축전을 갖고 나와 자랑하며 행복해하기 바쁘다. [중앙포토]

 
시골살이의 가장 큰 축젯날 중 하나는 어버이날이다.
 
고추심기에 아무리 바빠도 그날만큼은 뒤로 미루고 나와 잔칫상을 받으신다. 동네마다 어르신이 많이 계시고 특히 혼자 계시는 독거 어르신이 많으니 아무리 바쁜 일이 있어도 그날을 위해 부녀회에서 며칠 전부터 잔치를 준비한다.
 
내가 사는 동네도 지난해 어버이날 전날부터 장도 보고 청소도 하며 바쁘게 준비해 잔칫상을 차렸다. 나는 아직 젊다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가슴에 꽃 달기가 쑥스럽지만, 어르신들은 모두 자식이 보내오거나 직접 달아준 카네이션을 달고는 가슴을 내밀어 자랑하신다.
 
홀로 서지도 못한 아이들에게 어버이날이라며 선물을 받고 용돈을 받아 챙기며 철없는 부모로 살았던 젊은 날이었지만, 여기 시골로 내려와서는 마음을 다해 어르신을 공경하며 산다.
 
마을 회관의 풍경은 더욱더 정답고 화기애애하다. 자식들이 보내온 꽃다발이나 축전을 갖고 나와 자랑도 하고 행복해하는 모습들이다. 때맞춰 전화가 오면 큰 소리로 전화를 받으면서 은근히 자식 자랑도 겸하신다.
 
그중 가장 눈길을 끄는 어르신은 자식이 직접 회관에 나타나는 것이다. 그럴 땐 부모님의 어깨가 로보캅이 된다. “바쁜데 우째 왔노? 야가 우리 둘째시더. 하하~” 묻지 않아도 당신이 대답하고 즐거워하신다. 친구들과 함께 맛있는 것 해 드시라고 금일봉도 내놓고 가니 얼마나 자랑스러운 자식인가. 부모에게 자식은 세상에서 가장 큰 선물이며 보물단지이자 어디서나 자랑하고픈 재산이다. (마음속으론 걱정덩어리 애물단지지만 말이다)
 
모두 그렇게 즐거워하는 중에도 연세 많은 어르신 한 분은 자제분이 전화도 안 했는지 노래 부르고 춤추는 중에도 눈물을 훔치신다. 마음이 짠해 내친김에 실컷 울어보자는 마음으로 내가 마이크를 잡았다.
 
나훈아의 '홍시' 부르니 눈물바다  
나훈아의 '홍시'를 부르니 모두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이 나 눈물바다가 되었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나훈아의 '홍시'를 부르니 모두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이 나 눈물바다가 되었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나훈아의 ‘홍시’. 그런데 이 노래를 부르다 보니 내가 눈물이 나서 모두 함께 눈물바다를 만들었다. 울다가 웃다가 잔칫날은 원래 그렇다.
 
생각이 난다. 홍시가 열리면 울 엄마가 생각이 난다.
자장가 대신 젖가슴을 내주던 울 엄마가 생각이 난다.
눈이 오면 눈 맞을세라 비가 오면 비 젖을세라.
험한 세상 넘어질세라. 사랑 때문에 울먹일세라.
그리워진다. 홍시가 열리면 울 엄마가 그리워진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도 않겠다던 울 엄마가 그리워진다.

생각이 난다. 홍시가 열리면 울 엄마가 생각이 난다.
회초리치고 돌아앉아 우시던 울 엄마가 생각이 난다.
바람 불면 감기 들세라. 안 먹어서 약해질세라.
힘든 세상 뒤처질세라. 사랑 때문에 아파할세라.
그리워진다. 홍시가 열리면 울 엄마가 그리워진다.
생각만 해도 눈물이 핑 도는 울 엄마가 그리워진다.
울 엄마가 생각이 난다. 울 엄마가 보고파진다.
-나훈아 <홍시>
 
해외에 사는 아들네도 어버이날이라고 현금과 함께 푸짐한 선물을 보내왔다. 어린이날 선물처럼 간식이 가득 든 박스도 함께다. 현금은 엄마가 쓰고, 사탕이나 과자는 이웃 어르신이 놀러 오면 나눠 드시란다. 속 깊은 내 아이들이 정말 자랑스럽고 대견하다.
 
송미옥 작은도서관 관리실장 sesu32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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