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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스타일] 인터스텔라·마션 … 스크린 속 조종사의 시계

올해로 시계 브랜드 ‘해밀턴’이 항공시계와 인연을 맺은지 100주년이다. 이를 기념해 내놓은 한정판 ‘해밀턴 카키 X-윈드 오토 크로노’. [사진 해밀턴]

올해로 시계 브랜드 ‘해밀턴’이 항공시계와 인연을 맺은지 100주년이다. 이를 기념해 내놓은 한정판 ‘해밀턴 카키 X-윈드 오토 크로노’. [사진 해밀턴]

올해는 시계 브랜드 해밀턴이 항공시계를 만든 지 100년이 되는 해다.
 
항공시계란 비행기 조종사를 위해 특별히 제작된 시계다. 높은 상공에서 시간을 빠르고 정확하게 읽을 수 있도록 크기가 크고 높은 기압에도 견딜 수 있는 내구성을 지닌 게 특징이다. 100년 동안 항공시계를 꾸준히 만들어 왔다는 것은 역사와 전통을 중요히 생각하는 스위스 시계 업계에서도 흔치 않은 이력이다.
 
지난 5월 2일에는 이를 기념하는 행사가 서울 강남구 신사동 K현대미술관에서 열렸다. 입구에서부터 행사장 안쪽까지 이어진 통로는 비행기 활주로처럼 꾸며져 항공시계에 대한 기대감을 더했다. 통로 양옆엔 해밀턴이 항공시계를 제작해 온 스토리와 당시 제작한 실물 시계들을 전시해 그 역사를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작은 비행기가 하얀 연기를 내뿜으며 비행하는 듯한 설치미술가 노동식 작가의 작품을 천장에 설치해 실제로 비행기가 행사장 상공을 날아다니는 것 같은 분위기를 내 눈길을 끌었다.
 
해밀턴 항공시계 100주년 행사에 참석한 브랜드 홍보대사 다니엘 헤니(왼쪽)와 실방 돌라 해밀턴 CEO. [사진 해밀턴]

해밀턴 항공시계 100주년 행사에 참석한 브랜드 홍보대사 다니엘 헤니(왼쪽)와 실방 돌라 해밀턴 CEO. [사진 해밀턴]

해밀턴의 실방 돌라 CEO 역시 이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스위스에서 서울로 날아왔다. 브랜드 홍보대사인 배우 다니엘 헤니는 파일럿 점퍼 차림으로 등장해 행사 참가자들의 카메라 셔터 세례를 받았다.
 
해밀턴은 미국과 스위스, 두 나라의 장점을 한몸에 담고 있는 시계다. 1892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랭커스터에서 시작했지만, 이후 스위스 시계의 중추인 스와치 그룹에 속하면서 미국의 감성과 스위스의 기술력을 결합한 DNA를 갖게 됐다.
 
이들이 항공 분야와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1918년부터다. 당시 미국 최초의 항공 우편 서비스 공식 타임키퍼로 채택된 것을 시작으로, 인류 최초로 북극 상공을 비행한 비행기 조종사(1926년)와 최초의 미대륙 횡단 비행을 한 조종사(1930년대)가 해밀턴 시계를 사용했다. 30년대엔 미국 주요 항공사 4곳의 타임피스로, 2017년엔 ‘하늘의 F1’으로 불리는 항공 장애물 경기 ‘레드불 에어 레이스’ 공식 타임키퍼가 되는 등 세계 각국의 공군 비행 중대, 항공 구조대, 에어쇼 팀과 파트너십을 맺고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영화 ‘인터스텔라’에 등장한 해밀턴 항공시계 ‘카키 파일럿 데이 데이트’.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영화 ‘인터스텔라’에 등장한 해밀턴 항공시계 ‘카키 파일럿 데이 데이트’.

해밀턴의 시계는 알고 보면 우리에게 꽤 익숙하다. ‘맨 인 블랙’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마션’ ‘다이하드’ 등 450편이 넘는 할리우드 영화 속 주인공들이 차고 나온 시계가 해밀턴의 시계들이었다. 꾸준히 항공시계를 만들어온 브랜드의 가치를 잘 보여준 대표적인 영화는 2014년 개봉한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인터스텔라’다. 주인공 쿠퍼(매튜 맥커너히)가 손목에 차고 다녔던 시계가 바로 해밀턴의 항공시계 ‘카키 파일럿 데이 데이트’다.
 
올해 항공시계 100주년을 기념하면서  새롭게 선보인 시계는 ‘해밀턴 카키 X-윈드 오토크로노’ 한정판이다. 항공시계 시대가 시작한 1918년을 기념해 1918점만을 제작했다. 직경 45㎜의 크기에 측풍(옆면으로 불어오는 바람) 계산기를 탑재해 3단계로 돌아가는 회전 베젤을 장착하는 등 실제 비행기 조종사가 비행에 사용했던 기술을 오롯이 담았다. 실방 돌라 CEO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고 늘 착용하는 시계”라며 “항자성을 위해 실리콘 헤어 스프링을 탑재하는 등 기술력은 물론이고 섬세함과 강인함을 동시에 보여주는 디자인이 이 시계의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실방 돌라 CEO와의 일문일답.
 
신사동 K현대미술관 1층에서 열린 항공시계 100주년 기념 행사장에는 노동식 작가의 설치 작품과 해밀턴의 항공시계 역사를 보여주는 시계들이 전시됐다. [사진 해밀턴]

신사동 K현대미술관 1층에서 열린 항공시계 100주년 기념 행사장에는 노동식 작가의 설치 작품과 해밀턴의 항공시계 역사를 보여주는 시계들이 전시됐다. [사진 해밀턴]

스위스 시계면서 미국 감성을 강조한다. 
“우리는 대담하고 새로운 디자인을 끊임없이 시도하는데 이는 미국의 개척자 정신과 맥을 같이 한다. 이번에도 직경 50㎜의 시계를 만들었는데 여느 남성시계에 비하면 상당히 큰 사이즈로, 대담한 디자인을 선호하는 미국적인 특징을 보여준다.”
 
많은 영화에 해밀턴 시계가 등장한다. 
“대표적인 것은 ‘맨 인 블랙’ 시리즈에 나온 ‘벤추라’다. 이 시계는 주로 미래 시계의 모습으로 그려지는데,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도 우주비행사의 시계로 등장했다. 개인적으로는 ‘인터스텔라’에서 주인공 쿠퍼가 찼던 ‘카키 파일럿 데이 데이트’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거의 매년 한국을 방문한다. 당신이 파악한 한국 시장의 특징은.
“한국인은 굉장히 섬세하고 세련됐다. 또 창의적이어서 많은 문화 트렌드를 만들어간다. 그래서 한국에 오면 늘 많은 영감을 받게 되고 새로운 에너지가 생긴다.”
 
한국에서 해밀턴의 성적이 좋은 이유는.
“한국인은 단순히 브랜드 명성만으로 시계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브랜드가 갖고 있는 진정한 스토리와 감성을 중요히 생각한다. 해밀턴이 가진 126년의 역사와 450여 개 할리우드 영화와의 협업 등 수많은 이야기를 이해하고 있다. 또 우리는 아주 미세한 디테일까지 디자인에 신경을 많이 쓴다. 이런 노력이 현대적이고 감성적인 감각을 중요시하는 한국 시장과 잘 맞는 것 같다. 실제로 한국은 미국·일본·이탈리아에 이어 해밀턴 시계가 많이 팔리는 국가다. ”
 
시계란 무엇인지 정의한다면.
“한마디로 ‘이모션’(감성) 도구다. 시간을 알려주는 기계가 아니라 나와 일체화된 감성적인 물건이다. 만약 옷이며 몸에 걸친 걸 다 잃어버리는 상황이 와도 시계와 결혼반지는 반드시 몸에 지니고 있을 거다.”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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