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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둥이 막내 유해진 “연기한다고 부모 속 꽤나 썩였죠”

9일 개봉하는 영화 '레슬러'의 주연 배우 유해진.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9일 개봉하는 영화 '레슬러'의 주연 배우 유해진.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저 역시 엄마 속 많이 썩이며 자랐죠. 어렸을 때는 연극한다고 속썩이고, 어리니까 철이 없어 속썩이고…. 속담에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잖아요. 이 작품 하면서 부모님 생각, 그땐 왜 그런 못 된 말을 많이 했을까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9일 개봉하는 새 영화 ‘레슬러’(감독 김대웅)에서 주연을 맡은 배우 유해진(48·사진)이 한 얘기다. 이 영화에서 그가 연기한 주인공 귀보는 나이 마흔에 스무살 아들을 둔 아버지. 레슬링 국가대표 출신인 귀보는 아내를 일찍 여의고 혼자 키운 아들 성웅(김민재 분)이 어엿한 레슬링 유망주로 자란 것이 더없는 자랑이다. 한데 뜻밖의 일로 두 부자는 큰 갈등을 겪게 된다.
 
개봉에 앞서 지난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유해진은 영화 자체보다 부모 자식 관계에 대한 얘기를 한참이나 들려줬다. “제가 막내인데다 늦둥이”이라며 “어머님은 제가 잘 되는 걸 못 보고 일찍 돌아가셨다”고 애틋한 마음을 담담하게 전했다. 반면 아버지에 대해선 “군대 제대할 때까지 아버지가 그렇게 싫었다”고 했다. 그가 연극하는 걸 반대한 게 큰 이유다. 휴가 때마다 “제대하면 뭐할 거냐”고 묻던 아버지는 매번 “연기할 거”라고 답하는 그에게 마지막 휴가 때가 돼서야 “그럼 열심히 해봐라”라고 했단다.
 
유해진은 “그때부터 좀 관계가 나아진 것 같다”며 이제는 병원 신세를 지고 있는 연로하고 쇠약한 아버지의 잔소리에 “예, 예, 사랑합니다, 하게 되더라”고 했다. “아버지가 워낙 엄하고 무서운 분이라 저희 형은 아직도 ‘사랑해요’란 표현은 못 하거든요. 지금도 아버지가 어렵게 말을 하시는데 거기에도 잔소리가 있어요. 아휴, 알았어요, 하면서도 쉽게 잊히지 않아요.”
 
‘레슬러’의 레슬링 국가대표 출신 아버지(유해진 분)와 아들(김민재 분).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레슬러’의 레슬링 국가대표 출신 아버지(유해진 분)와 아들(김민재 분).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속 귀보 역시 아버지인 동시에 아들이다. 아들 성웅 때문에 뒤늦게 속 끓이는 귀보를 보고 그의 노모(나문희 분)는 위로 대신 잔소리로 타박한다. 유해진은 나문희의 대사를 언급하며 “‘너는 (아들이) 속썩인 지 이십 년이지, 나는 사십 년 됐어’하는 그 말이 자꾸 생각난다”고 했다. “이 영화를 부자지간의 성장 드라마라고 하게 되는 게, 아이의 성장만 아니라 부모의 그런 시간을 짚어보는 이야기거든요.”
 
극 중에서 아들 성웅이 엇나가게 되는 데는 위아래 집에 살며 한 식구처럼 지내온 또래 소녀 가영(이성경 분)이 중요한 계기를 제공한다. 성웅은 가영이 자신이 아니라 엉뚱하게도 아버지 귀보를 향해 연심을 품자, 충격을 받는 것은 물론이고 아버지에 대해 강한 반감을 느낀다. 귀보 입장에선 아들 친구에게 사랑 고백을 받는 셈. 유해진은 이런 설정이 “부담스러웠다”면서도 “그 얘기만을 위한 영화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아들 역할로 호흡을 맞춘 젊은 배우 김민재에 대해선 “진득하니 든든한 맛이 있다”며 “이번 작품은 정말 아들 복이 있었던 거 같다”고 했다. 김민재는 극 중에서 올림픽 금메달이 꿈인 선수답게 주변의 만류에도 레슬링 장면을 직접 소화했다고 한다. 유해진은 “저도 기본기만 배웠는데 정말 힘들어 미치는 줄 알았다”며 “근데 민재에 비하면 했다고 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했다.
 
아들 성웅만 바라보고 살아온 귀보는 ‘자식의 삶이 곧 내 인생’인 전통적인 부모 그대로다. 굳이 아들 밥만 새로 지은 따뜻한 것을 내주고 자신은 늘 찬밥을 먹는가 하면, 웅크리고 앉아 손빨래하는 모습도 예사롭다. 혼자 살며 대부분의 집안일을 직접 해왔다는 유해진은 “빨래하는 장면이 제일 쉬웠다”고 했다.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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