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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고향서 주역 딴 ‘조수미 키드’

한국 오페라 70주년을 기념하는 3월 '라 트라비아타' 무대에서 비올레타로 노래한 소프라노 강혜명. [사진 강혜명 제공]

한국 오페라 70주년을 기념하는 3월 '라 트라비아타' 무대에서 비올레타로 노래한 소프라노 강혜명. [사진 강혜명 제공]

“1990년대 제주에는 오페라나 성악 공연을 볼 수 있는 환경이 별로 없었어요. TV가 중요한 수단이었는데 거기서 소프라노 조수미를 봤어요.”  
 
제주에서 태어난 소프라노 강혜명(사진)은 조수미가 노래하는 장면을 보고 성악가가 되기로 마음을 먹었다. 조수미가 명지휘자 게오르그 솔티와 모차르트 ‘마술피리’에서 밤의 여왕 음반을 낸 것이 90년대 초반이다. 드라마틱한 고음을 가뿐하게 소화해낸 조수미에게 국내외 관심이 쏟아진 때다. 강혜명은 “무대 위의 화려하고 압도적인 소프라노 모습에 매혹돼 본격적으로 노래를 시작했다”고 했다.
 
제주여고 학생이자 ‘조수미 키드’로 출발한 강혜명은 이달 30일(현지시간)부터 이탈리아 산카를로 오페라극장에서 베르디 ‘라 트라비아타’ 주역으로 선다. 강혜명은 “자부심이 강한 이탈리아 오페라 극장이 자국 정통의 오페라 주역을 동양인에게 맡겨준 것이 감사하다”고 했다. 산카를로 극장에서 ‘라 트라비아타’ 주역을 동양인이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소프라노 니노 마차이제 등과 함께 캐스팅 돼 다음 달 6일까지 3회 공연을 한다.  
 
강혜명은 “1년에 6개월 정도를 이탈리아 오페라 극장에 서고 있다”며 “산카를로 공연 이후엔 트리에스테 극장에 선다”고 말했다.
 
강혜명은 조수미가 나온 학교인 로마의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에서 노래를 공부했고 국내외 오페라 무대에 섰다. 오페라 출연의 시작은 일본 도쿄에서 했다. 2004년 국립오페라단이 프랑스 오랑주 축제, 일본 후지와라 오페라와 함께 한 합작 작품 ‘카르멘’이었다. 강혜명은 오디션에 통과해 주역 카르멘의 친구인 프라스키타 역을 맡았다. 그는 “이탈리아에서 학교를 마치지 않은 학생 신분이었는데 대가들과 무대에 섰던 감동적 기억이었다”고 했다.  
 
이 무대는 2006년엔 NHK의 신년음악회에 도쿄필하모닉과 출연하는 계기가 됐다. NHK로 방송된 신년음악회에서 지휘자 정명훈, 도쿄필하모닉과 함께 오페라 아리아들을 불러 한국 음악가들의 실력을 알렸다.  
 
이후엔 오스트리아 빈 콘체르트하우스에서 르네 플레밍의 대타로 출연하는 등 유럽 쪽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갔다. 한국 무대에는 자주 서지 못하지만 3월 한국오페라70주년 기념 사업 중 하나인 ‘라 트라비아타’ 제주 공연에서도 주역인 비올레타를 맡아 노래했다.
 
강혜명은 “불어로 된 오페라 ‘카르멘’을 해보고 언어 공부 필요성을 느껴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고 도니제티 오페라 ‘안나 볼레나’를 한 후에는 이탈리아 오페라를 파고들었다”며 “꿈만 꾸던 오페라 무대에 최대한 많이 서기 위해 앞으로도 다양한 경험을 쌓겠다”고 말했다.  
 
김호정 기자 wisehj@ 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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