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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의 탈을 쓴 여우 양의지

시즌 초반 두산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포수 양의지. 탄탄한 수비는 물론 찬스 때마다 안타를 터뜨리고 있다. 양의지는 ’코칭스태프가 체력 안배를 해준 덕분에 좋은 타격감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1]

시즌 초반 두산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포수 양의지. 탄탄한 수비는 물론 찬스 때마다 안타를 터뜨리고 있다. 양의지는 ’코칭스태프가 체력 안배를 해준 덕분에 좋은 타격감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1]

프로야구가 시즌 중반으로 접어드는 가운데 두산 베어스가 1위를 질주하고 있다. 7일 현재 2위 SK와의 승차는 2경기 차.
 
두산의 상승세를 견인하고 있는 주인공은 포수 양의지(31)다. 공격보다 수비가 중요한 포지션인 포수를 맡고 있으면서도 연일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올시즌 뒤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는 그의 몸값도 천정부지로 뛸 것으로 보인다.
 
시즌 초반 양의지의 타격은 ‘뜨겁다’라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다. 타율은 유한준(KT·0.407)에 이은 2위다. 홈런(6개·20위)과 타점(23개·11위)도 상위권이다. 타격 생산력을 평가하는 척도인 OPS(출루율+장타율)에서도 3위(1.116)를 달리고 있다. 양의지가 대단한 건 결정적인 순간에 더 잘 친다는 사실이다. ‘WPA(Win Probability Added)’는 특정 상황에서 선수가 얼마만큼 승리에 영향을 끼쳤는지를 나타내는 수치다. 이른바 ‘클러치’ 상황에서 잘 치면 이 숫자는 올라가고, 못 치면 내려간다. 양의지의 WPA는 1.64로 호잉(한화·2.52), 로맥(SK·1.79)에 이은 3위다.
 
투수 함덕주를 격려하는 포수 양의지(왼쪽). [뉴스1]

투수 함덕주를 격려하는 포수 양의지(왼쪽). [뉴스1]

포수의 본업이라 할 수 있는 수비력도 발군이다. 두산은 올시즌 함덕주(23)·이영하(21)·박치국(20)·곽빈(19) 등 신예 투수 위주로 불펜을 꾸리고 있다. ‘투수 리드는 실체가 없다’는 야구 이론도 있지만 양의지가 젊은 투수들을 잘 이끌고 있다는 점은 모두가 인정한다. 젊은 투수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도 “의지 형만 믿고 던진다. 맞아도 괜찮으니 승부하라는 말에 자신감있게 던졌다”는 내용이다. 양의지는 “내가 먼저 ‘이렇게 하자’고 이야기하면 투수들이 부담스러워한다. 투수들이 던지고 싶어하는 공, 자신있어 하는 공 위주로 던지게 한다”고 설명했다. 양의지는 선배 투수에게도 스스럼없이 농담을 던지면서 안정감을 주려고 노력한다.
 
블로킹과 도루저지 능력 역시 국내 최정상급이다. 양의지는 올해 단 한 개의 실책도 저지르지 않았다. 9이닝당 폭투 및 패스트볼은 0.453개로 100이닝 이상 뛴 포수 중 4위다. 도루저지율은 46.7%로 가장 높다. 양의지가 마스크를 쓰면 상대 팀의 도루 시도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올시즌 맹활약중인 LG 포수 유강남은 “나는 양의지 형 따라가려면 아직 멀었다. 의지 형은 공격과 수비가 모두 뛰어나다”고 말했다.
 
투수들의 컨디션과 심리 상태를 파악하는 능력도 뛰어나다. 두산 코칭스태프는 투수를 교체하기 앞서 포수 양의지와 먼저 이야기를 나눈다. 포수 출신인 김태형 두산 감독은 “투수들이 공을 잘 던지고 있는지, 못 던지는지를 알아차리는 게 포수의 역할 중 하나다. 양의지의 역할이 정말 크다”고 했다.  
 
상황에 따라 타자의 허를 찌르는 볼배합을 하는 영리함도 갖췄다. 양의지는 점수 차가 벌어지면 유인구보다는 빠르게 승부를 건다. “투수는 개인 성적이 신경쓰이겠지만 야수들의 수비 시간이 줄어들어야 타석에서 집중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볼 배합에 대해선 양의지에게 전적으로 맡기는 편”이라고 했다.
 
양의지가 항상 ‘꽃길’만을 걸어온 것 아니다. 최근 1년 사이엔 사고도 많았다. 지난해 6월엔 투구에 손가락을 맞는 바람에 한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다행히 한 달 만에 1군에 복귀했지만 타격감을 회복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 결과 2013년 이후 가장 저조한 타율(0.277)로 시즌을 마쳤다. KIA와의 한국시리즈에서도 그는 4차전까지 안타를 1개도 때려내지 못했다.
 
올시즌 초반엔 투수의 연습투구를 뒤로 빠트리면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그가 빠트린 공에 심판이 맞을 뻔하면서 (심판을 골탕먹이기 위해) 고의로 빠트린 것 아니냐는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양의지는 크게 흔들리지 않고 어려움을 이겨냈다. 그는 “(그 사건 이후에도)심판들과 잘 지낸다. 관계는 나쁘지 않다”고 했다.
 
프로야구 순위(7일 현재)

프로야구 순위(7일 현재)

양의지는 올시즌 뒤 FA 자격을 얻는다. 올시즌 초반 맹활약을 펼치면서 자연스럽게 ‘FA로이드(FA를 앞둔 선수가 금지약물 스테로이드를 쓴 것처럼 잘 한다는 뜻)’란 표현이 그를 따라다닌다.
 
주전 포수가 부진한 구단의 팬들 사이에선 벌써부터 ‘양의지를 영입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물론 가장 양의지를 원하는 건 두산 팬이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양의지 펀드’를 조성해 양의지를 잔류시켜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다. 지난해 FA 포수 최고액을 기록했던 강민호의 계약조건(4년 80억원)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하지만 정작 양의지는 말없이 웃고만 있다. ‘곰의 탈을 쓴 여우’란 표현이 딱 어울린다.
 
양의지는
생년월일 : 1987년 6월 5일(광주광역시)
체격 : 키 1m79㎝, 몸무게 85㎏
투타 : 우투우타(포수)
연봉 : 6억원
경력 : 2006년 두산 입단
2010년 신인왕
2014~16년 골든글러브
2016년 한국시리즈 MVP
시즌 성적 타율 : 0.393(2위), 6홈런·23타점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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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