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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현옥의 금융산책]금리 40%로 올린 아르헨티나 … 신흥국 긴축 발작

자본유출로 아르헨티나 페소화 가치가 급락하는 가운데 4일(현지시간) 한 여성이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환전소 앞을 지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자본유출로 아르헨티나 페소화 가치가 급락하는 가운데 4일(현지시간) 한 여성이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환전소 앞을 지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수영장에 가득 찼던) 물이 빠지면 누가 발가벗고 수영하는지 알 수 있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의 말을 확인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이미 나신(裸身)을 드러낸 곳도 있다.
 
세계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에 흘러넘치던 유동성이 말라가고 있다. 미국을 필두로 각국 중앙은행이 활짝 열었던 수도꼭지를 조금씩 죄고 있어서다. 
 
신흥국을 중심으로 찰랑대던 수영장의 물도 빠지고 있다. 아르헨티나가 첫 번째로 몸매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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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지난주 기준금리를 세 차례 올렸다. 연 27.5%이던 기준금리는 연 40%로 치솟았다.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자금 유출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페소화 가치는 날개 없는 추락 중이다. 최근 일주일에만 6.06% 급락했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이 50억 달러의 외환보유액을 쏟아부으며 통화가치 방어에 나섰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신흥국은 사상 유례없는 저금리 기조 속에 낮은 조달비용으로 돈을 빌릴 수 있던 ‘이지 머니’의 시대를 만끽했다. 그로 인해 신흥국의 빚은 세계금융위기 이후 급증했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1996년 7조4000억 달러이던 신흥시장의 부채는 2006년 16조 달러로 10년 만에 두 배로 늘어났다. 2016년 신흥시장의 부채는 55조 달러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빚의 급증세는 이어지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신흥국이 발행한 달러표시 채권은 1조6100억 달러에 이른다. 전년보다 21.6%나 늘어났다. 최근 10년간 증가폭으로 따져도 최대다.
 
문제는 잔치가 파장을 향해 가는 데 있다. 게다가 빚의 반격이 시작될 태세다. 밀려드는 자금에 환호성을 지르던 신흥국은 ‘긴축 발작(Taper Tantrum)’의 트라우마에 몸을 떨고 있다. 이미 경험이 있다. 2013년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테이퍼링(긴축)을 시사하자 신흥국에서 막대한 자금이 이탈하며 홍역을 치렀다. 세계금융시장도 요동쳤다.
 
신흥국이 괜스레 긴장하는 것이 아니다. 가장 심각한 위험 신호는 빨라지는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다. 지난 3월 Fed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데 이어 다음달에도 추가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미국 실업률이 3.9%를 기록하며 2000년 1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데다 물가도 Fed의 목표치인 2%에 근접하고 있어서다.
 
시장금리도 고공행진 중이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이미 3%대를 맴돌고 있다. 달러화 강세도 이어지고 있다. 주요국 6개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 주는 달러인덱스는 최근 한 달간 2.72% 상승했다. 텔레그래프는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고 이어지는 달러화 강세는 신흥국의 빚 부담이 커지는 것을 의미한다”며 “달러로 발행한 빚의 증가는 세계 금융시장의 자금 경색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IIF에 따르면 미국의 단기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신흥국 투자 자금은 올해에만 430억 달러(약 46조원)가 빠져나갈 수 있다.
 
이미 신흥국 곳곳에 빨간불이 켜졌다. IIF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부터 25일까지 신흥국에서 56억 달러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위기의 파고를 맞을 다음 주자는 터키가 될 가능성이 크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터키의 경우 상당한 경상수지 적자를 내고 있는 데다 급등하는 물가에 달러화 표시 회사채 비중이 높은 탓에 투자자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IIF는 “신흥국에서 발행한 채권 중 올해 말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이 9000억 달러가 넘는다”며 “터키와 폴란드·아르헨티나 등 대외 자본 조달 정도가 높은 나라들은 국제 금융 시장의 위기감에 더 심각하게 노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시 불붙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과 국제 유가 급등도 신흥국에는 부담스러운 요인이다.
 
그럼에도 1980년대 초반의 남미 외채 위기와 90년대 후반의 아시아 외환위기와 상황이 다르다는 시각도 있다. FT는 “변동환율제 도입과 충분한 외환보유액, 경상수지 적자 감소 등의 영향으로 많은 신흥국은 과거보다 자금 유출의 충격을 잘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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