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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풍계리 폐쇄부터 PVID 적용…문닫기 전 사찰이 핵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담판을 앞두고 미국이 북핵의 ‘영구적이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폐기(PVID·Permanent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를 목표로 설정한 것은 향후 북한의 핵 재건 가능성도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그 시작은 풍계리 핵실험장이 될 전망이다.
 
관련 사정에 밝은 정보 소식통은 “미국은 2008년 영변 원자로 냉각탑 폭파 때처럼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으려면 영구적 불능화, 즉 PVID가 풍계리 폐쇄에도 적용돼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결정 발표 직후 영변 냉각탑 폭파를 언급하며 “우리는 북한의 선전이 아닌 약속을 보고 싶다. 지금까지 본 것은 말 뿐”이라고 말했다.(4월29일 CBS 방송 인터뷰)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것은 폐쇄 전 절차다.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장은 “북한이 우선 풍계리 핵실험장 내부를 공개하고, 어떤 절차에 따라 폐기할 것인지 국제사회에 발표해야 한다. 이런 사전 조치 없이 조기 폐쇄부터 하겠다는 것은 주객전도”라고 지적했다. 
북한 제재와 인권 문제를 오랜 기간 연구해온 한 국제법 전문가는 “풍계리는 북한이 불법적 핵실험을 6차례 실시한 범죄현장으로, 북한의 핵 능력과 기술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라며 “향후 비핵화 과정에서 핵시설을 숨기려는 북한과 숨바꼭질이 계속될텐데, 이런 좋은 사찰 자료를 눈 앞에 두고 폐쇄를 참관만 하는 것은 증거 인멸에 박수를 보내는 것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핵실험 뒤 지하 터널에 남은 플루토늄이나 우라늄 등 핵 물질 시료를 채취해야 할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핵 과학자는 “흑연 감속재 내 방사성 동위원소의 비율 조사를 통해 영변 원자로 운전 이력을 검증하면 북한이 생산한 총 플루토늄 양은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북한이 실제 플루토늄탄을 몇 kg이나 사용했는지 모르면, 북한이 신고하는 플루토늄 재고량이 맞는지 정확히 확인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핵 실험장을 정밀하게 검증하지 못하면 북한이 플루토륨 일부를 빼돌려도 적발하기가 어렵단 것이다. 또 그동안 북한의 은밀한 핵실험을 가능하게 했던 방사능 핵종 탐지 차단 기술 등의 실체도 갱도 사찰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3일 미국의 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폐쇄(closing)는 문을 닫아놓고 내부 시설은 그냥 두는 것으로 해체(dismantlement)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선 갱도 구조 등을 확인하고 핵실험을 통제하고 진단하는 모든 과학설비를 제거한 뒤 콘크리트로 갱도들을 완전히 메워 잔여 핵물질에 대한 접근까지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이런 사찰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북한은 “국제사회에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만 했을 뿐이다. 북한은 한·미 전문가와 언론인을 초청하겠다고 했지만 ‘참관’이 아니라 ‘사찰’이 이뤄질 경우 사찰단 구성도 복잡해질 수 있다. IAEA 등 국제기구 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풍계리 핵실험장 사찰이 제대로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이는 그야말로 시작일 뿐이다. 뉴욕 타임스(NYT)는 6일 “북한의 비핵화 검증은 핵 폐기 역사상 가장 광범위한 사찰 활동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NYT는 미 정보기관과 랜드연구소 보고서 등을 근거로 북한이 20~60개의 핵탄두를 제조했다고 보도했다. 또 북한이 40~100개의 핵시설을 보유하고 있으며, 원자력 공업과 관련된 건물만 400개 정도라고 NYT는 전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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