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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의 유학생활…"식은 스파게티 나오자 꽤 날카롭게 반응"

[특파원 리포트]스위스 유학경험 김정은에 어떤 영향 미쳤을까 
지난달 27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이 생중계되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일거수일투족이 처음으로 상세하게 전 세계에 소개됐다. 올해 34살인 김 위원장의 말투와 필체를 놓고 국내외에서는 청소년기 스위스 유학 시절의 영향이 드러났다는 반응이 나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평화의 집에 남긴 방명록. 날짜를 적었는데 숫자 7의 중간에 선을 그었다. [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평화의 집에 남긴 방명록. 날짜를 적었는데 숫자 7의 중간에 선을 그었다. [뉴스1]

  
 김 위원장은 방명록에 날짜를 쓰면서 숫자 ‘7’의 가운데에 선을 그었다. 유럽 등에서는 숫자 ‘1’과 ‘7’을 구분하려고 7 가운데에 선을 긋는다. 김 위원장의 말투가 예상과 달리 북한 억양이 강하지 않고 사용하는 어휘도 남한 말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도 이목을 끌었다. 트위터에는 “김정은이 스위스에서 경험한 억양이 영향을 준 것으로 느껴진다"는 글이 오르기도 했다.
 
북한 김정은이 2014년 초 평양체육관에서 NBA 출신 데니스 로드맨과 농구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사진 노동신문]

북한 김정은이 2014년 초 평양체육관에서 NBA 출신 데니스 로드맨과 농구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사진 노동신문]

 농구광으로 미 프로농구의 '악동' 데니스 로드맨을 수차례 평양에 초대했던 김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남북 스포츠 교류와 관련해 서울과 평양을 오가며 열렸던 ‘경평 축구' 대회보다 농구부터 하자고 말했다. 그는 “세계 최장신인 리명훈 선수가 있을 때만 해도 북한이 강했는데 은퇴 후 약해졌다"며 “남한에는 (신장이) 2m가 넘는 선수들이 많죠?”라고 문 대통령에게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베른 유학 시절 농구공 안고 잠들던 김정은
 
 김 위원장이 농구에 빠져든 것은 스위스 베른 유학 시절이다. 1998년 미국으로 망명한 김정은의 이모 고영숙과 그의 남편 이강은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1992년 김정은의 형 김정철을 데리고 베른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김정은은 96년에 합류했다.
 
스위스 유학시절 김정은.

스위스 유학시절 김정은.

 김정철은 ‘박철'이라는 가명으로 사립학교인 베른국제학교(ISBerne)에 다닌 것으로 학교 앨범을 통해 파악되고 있다. 베른에 있는 주스위스 북한 대사관으로부터 차로 7분 정도면 닿을 수 있는 곳이다.
  
 ‘박운'이라는 가명을 쓰며 북한대사관 직원의 자녀로 알려졌던 김정은도 같은 학교에 다녔지만 98년부터는 독일어를 쓰는 리버펠트 슈타인횔츨리 공립학교로 옮겼다. 김 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도 이 학교에 다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공립학교 인근 아파트에서 생활했다. 당시 이들을 돌본 고씨는 “우리는 일반 가족처럼 평범한 집에서 살았고, 내가 엄마처럼 행동했다"며 “김정은이 친구들을 집에 데려오기도 했고, 간식을 만들어주면 아이들은 케이크를 먹고 레고를 하며 놀았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농구를 하기 시작한 이후 완전히 빠져들었다. 다른 아이들보다 키가 작았던 김정은에게 어머니 고용희는 농구를 하면 키가 클 거라고 말해줬다고 한다. 이모 고씨는 “(정은이가)농구공을 껴안고 잠들곤 했다"고 전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김정은의 베른 학교 동창으로 포르투갈 외교관 아들이었던 조엘 미카엘로는 텔레그래프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오후에 농구를 즐겼고 미국 프로농구 NBA 리그를 TV로 보는데 상당한 시간을 쏟았다"고 말했다. 게임기기인 플레이 스테이션으로도 농구 게임을 즐겼다. 미카엘로에 따르면 김정은은 청룽과 제임스 본드의 영화를 좋아했고, 북한의 국가를 늘 틀어놓았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김정은을 사립학교에서 공립학교로 옮긴 것은 비싼 학비에도 불구하고 학업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이유가 있었지만, 미국 문화에 너무 빠져들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외신은 분석했다.
 
 알프스 스키, 지중해 수영, 이탈리안 레스토랑서 식사
 
 베른 시절 김정은과 형제들은 서방의 문화를 한껏 경험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을 돌본 고씨 부부는 김정은 등을 프랑스 파리에 있는 디즈니랜드에 데려갔다. 망명한 고씨 부부를 미국에서 인터뷰한 WP는 고씨의 앨범에 김정은 등이 스위스 알프스에서 스키를 타거나 프랑스 지중해 해변에서 수영하는 사진, 이탈리아에서 유명한 알 프레스코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며 찍은 사진 등이 가득하다고 소개했다.
런던 에릭 클랩턴 공연장에서 포착된 김정철 [일본 TBS]

런던 에릭 클랩턴 공연장에서 포착된 김정철 [일본 TBS]

 
 김정철이 지난 2011년과 2015년 싱가포르와 영국 런던에서 에릭 클랩턴의 공연을 관람하는 장면이 공연장에서 포착된 것도 유학 시절 서방의 문화를 접한 탓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선데이타임스는 김정은이 공립학교로 전학한 첫날, 나이키 운동화를 신고 시카고 불스 상의에 진을 입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국제학교 시절의 한 남자 동창은 “그의 영어 실력이 처음에는 형편없어 추가 강의를 들어야 했다"며 “독일어도 같이 배웠는데 영어는 점차 나아졌지만, 독일어는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김정은의 영어 실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맞상대할 정도로 뛰어나다"고 말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2013년 데니스 로드맨 선수와 만나 영어로 대화를 나눴다는 소식이 전해져 화제를 낳기도 했다.
 
 선데이타임스 "책가방서 포르노 잡지 발견돼"
 
 김정은은 수학은 잘했지만 다른 과목에서는 추가 수업을 받곤 했다고 한다. 공립학교 시절 김정은의 책가방에서 포르노 잡지가 발견된 적이 있다고 선데이타임스는 보도했다. 미카엘로는 “주말이면 파티가 열렸다. 미성년이었지만 술을 마시는 경우도 많았는데, 김정은은 술을 한 방울도 입에 대지 않았다"며 “여자 친구들에 관해서도 관심이 없었다"고 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모 고영숙. 그는 스위스 유학시절 김정은 등을 돌봤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모 고영숙. 그는 스위스 유학시절 김정은 등을 돌봤다.

 
 이모 고씨는 김정은에 대해 “문제아는 아니었지만 성격이 급하고 참을성이 부족했다"며 “어머니가 그만 놀고 공부하라고 하면 끼니를 거르는 방식으로 반항하곤 했다"고 말했다. 그의 농구 친구였던 마르코 임호프는 “그의 집에 갔을 때 요리사로 보이는 사람이 다소 식은 스파게티를 내오자 (김정은이) 꽤 날카롭게 반응했다"며 “평소와 다른 태도라 놀랐었다"고 텔레그래프에 말했다.
 
 청소년기의 유럽 유학이 북한 특권층에게 색다른 시각을 안겨주는 기회라는 점은 살해된 김정남의 아들이자 김정일 전 위원장의 손자인 김한솔의 경우에서도 확인된다. 
 
 북한 특권층 유럽 유학 한반도 해빙에 미칠 영향 주목
보스니아 재학 시절 인터뷰를 하고 있는 김한솔.

보스니아 재학 시절 인터뷰를 하고 있는 김한솔.

 
 보스니아 국제학교에 다니던 김한솔은 2012년 핀란드 TV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을 '독재자'라고 표현했다. “할아버지와 삼촌 사이의 일이기 때문에 삼촌이 어떻게 독재자가 됐는지 알 수 없다"고 말한 것이다. 또 "남북한 중 어느 한쪽으로는 갈 수 없고 친구도 만날 수 없다는 것은 슬픈 일"이라며 “북한에 돌아가 주민들이 잘 살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고 말했다. 프랑스 명문 시앙스포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기도 한 김한솔은 김정남 암살 이후 어딘가로 피신했으나 체류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미카엘로는 학창시절 단짝이 북한 최고지도자 김정은인 것으로 드러나자 “스위스 학교에서 보낸 시간이 그에게 매우 중요한 경험이었고 많은 것을 배웠기를 바란다”며 "아버지보다 그가 좀더 쿨할 것"이라고 말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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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