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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식·김성태 원내대표 ‘밀당 케미’는 이대로 끝일까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는 속담이 있듯이 정치권에선 여야 원내대표의 싸움을 진정한 싸움으로 보지 않는다. 각자 서로 원하는 걸 얻어내려는 기싸움이지 상대를 죽이려는 싸움이 아니라는 시각에서다. 6선의 문희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5일자 중앙SUNDAY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서로 윈윈하는 ‘라이벌(rival)’이지, 너 죽고 나 살자는 ‘적(enemy)’이 아니다”라는 의미다.
 
국회선진화법이 생기기 전이어서 국회의원끼리 몸싸움이 잦았던 18대 국회 때도 앞에선 “예산안 날치기”라고 당시 여당이던 한나라당(자유한국당 전신)을 비판하던 민주당 원내대표가 막상 예산안이 처리된 뒤에는 여당 원내대표와 웃으며 악수하던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해 12월 29일 국회 본회의 산회 후 포옹하고 있다. [뉴스1]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해 12월 29일 국회 본회의 산회 후 포옹하고 있다. [뉴스1]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와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의 관계도 그런 사이였다. 공개적으로 만나면 으르렁거리지만 사석에선 사이가 나쁘지 않다는 평가였다. 비공개 회동 때 회의장 밖으로 소리가 흘러나올 정도로 언성을 높이는 경우도 잦았지만 회동장에서 마이크가 놓인 자리에 앉으려 서로 아웅다웅하는 모습을 연출해 웃음을 주기도 했다. 2017년 마지막 국회 본회의가 열린 12월 29일 소상공인의 부담을 덜어주는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전안법) 개정안과 대학 강사의 신분을 향상시켜주는 고등교육법 개정안(시간강사법)을 여야 합의로 가까스로 처리한 뒤에는 웃으며 포옹도 했다.
 
지난달 19일 열린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개헌 토론회에서 우원식 원내대표가 김성태 원내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지난달 19일 열린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개헌 토론회에서 우원식 원내대표가 김성태 원내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최근 두 사람은 꽉 막혀 있는 정국을 풀기 위해 물밑에서 협상을 시도했다. 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을 특별검사가 수사하게 하는 이른바 ‘드루킹 사건 특검법안’ 처리를 요구하는 한국당과 ‘4·27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을 요구하는 민주당이 서로 접점을 찾기 위해 두 사람이 비공개 회동을 한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냉랭해졌다.
 
협상이 틀어지자 김 원내대표는 지난 3일 국회 본청 앞에 자리를 잡고 특검 도입을 촉구하는 단식 투쟁을 시작했고 우 원내대표는 이를 불쾌해 했다. 단식 이틀째이던 지난 4일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회동에서 두 사람은 웃음기 없이 악수를 했고, 자리에 앉은 뒤에도 서로를 외면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평소 상대를 배려해 말을 아끼던 우 원내대표는 취재진에게 김 원내대표의 단식 투쟁에 대해 “웃기는 짓이다. 얘기하다 말고 단식하는 게 세상에 어딨냐”며 냉소를 보이기도 했다.
 
지난 4일 오후 국회의장실에서 열린 국회의장-교섭단체 원내대표 긴급회동에서 우원식 원내대표와 김성태 원내대표가 서로를 외면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일 오후 국회의장실에서 열린 국회의장-교섭단체 원내대표 긴급회동에서 우원식 원내대표와 김성태 원내대표가 서로를 외면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일 김 원내대표가 30대 남성에게 기습 폭행을 당해 병원 치료를 받으면서 우 원내대표가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와 함께 병문안을 가기도 했지만 둘의 관계가 쉽사리 풀릴지는 미지수다.
 
우원식·김성태 원내대표가 처음 만난 건 17대 국회 때였다. 당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열린우리당 간사였던 우 원내대표는 비정규직보호법을 만들 때 노동계 목소리를 듣기 위해 당시 한국노총에서 일했던 김 원내대표와 자주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그렇게 10년 넘게 이어진 두 사람의 인연이 유종의 미를 거둘지는 이번주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민주당이 오는 11일 새 원내대표를 뽑기 때문이다. 개헌안 협상 결렬 이후 이렇다 할 성과가 없는 두 사람이 ‘밀당(밀고 당기기)’ 기술을 제대로 발휘해 마지막 ‘케미(케미스트리·chemistry를 줄인 말, 사람 사이의 화학 반응)’를 보여줄 수 있을까. 국회가 다시 정상화의 길을 걸을지 정치권은 우·김 원내대표를 주목하고 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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