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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봄날은 간다

봄날은 간다
-손로원(1911~1973)
 
시아침 5/7

시아침 5/7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 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새파란 풀잎이 물에 떠서 흘러가더라
오늘도 꽃편지 내던지며 청노새 짤랑대는 역마차 길에
별이 뜨면 서로 웃고 별이 지면 서로 울던
실없는 그 기약에 봄날은 간다
 
열아홉 시절은 황혼 속에 슬퍼지더라
오늘도 앙가슴 두드리며 뜬구름 흘러가는 신작로 길에
새가 날면 따라 웃고 새가 울면 따라 울던
얄궂은 그 노래에 봄날은 간다
 
 
인생 희로애락을 아직 모르는 청춘의 계절 봄은, 짧은 만큼 긴 상실감을 준다. 봄과 그 밖의 계절들... 연분홍 치마 입고 풀잎을 보며 열아홉 그녀는 떠난 사랑을 그리워한다. 꽃과 별과 새와 더불어 울고 웃던 그는 어디 갔나. 맹세와 기약은 가슴에 못처럼 박혀 있고 부르던 노래는 사방에 울리는데, 깨는 듯 조는 듯 봄날은 간다. 꿈인 듯 생시인 듯 봄날은 간다.
 
<이영광·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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