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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비과학적 정부 정책이 미세먼지 불안감 부추긴다

김용표 이화여대 화학신소재공학과 교수·리셋 코리아 자문위원

김용표 이화여대 화학신소재공학과 교수·리셋 코리아 자문위원

대기 중 미세먼지는 직접 배출되거나 다른 대기 오염물질들이 반응해 생성되거나 외부에서 이동한 것이다. 전국적으로 지난 20여 년 동안, 서울에서는 30여 년 동안 대기 오염물질 배출을 줄여왔다. 우리나라 미세먼지 농도에 영향을 미치는 중국의 대기 오염물질 배출도 지난 10여 년 동안 줄어들고 있다.
 
그런데도 최근 몇 년간 초미세먼지 농도가 줄지 않으며 국민이 체감하는 미세먼지 문제는 더 심각해지고 있다. 정부의 미숙한 소통 체계와 방법, 임기응변식 대응, 이해 당사자들의 서로 다른 주장들이 전문가들을 통해 제시되며 국민을 혼란에 빠트리고 불안과 불만을 심화시키고 있다. 따라서 미세먼지 문제 해결은 효과적으로 빨리 미세먼지 농도를 줄이는 것과 함께 국민 불안을 해소하는 것이 같이 가야 한다.
 
효과적 처방을 위해서는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지난 20여 년간 정부가 시행한 대기 관리 대책은 주로 청정연료 사용과 배출 시설의 배출 허용기준 강화였다. 이는 전반적인 대기 환경 개선에는 효과적이었지만(연탄가스로 알려진 일산화탄소 농도 감소가 대표적이다), 대기에서 반응해 생성되는 비율이 높은 미세먼지 농도 저감에는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았다. 더욱이 최근 중국이나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 초미세먼지 농도가 크게 줄지 않는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미세먼지가 주로 생성되는 반응 경로는 그 지역의 기상이나 배출 특성에 따라 달라진다. 미국 동부에서 미세먼지를 주로 생성하는 반응이 서울에서는 주요한 반응이 아닐 수도 있다. 그동안 정부는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대기 환경 문제를 이해하여 정책을 수립하기보다 외국에서 사용한 정책을 참고해 대기 관리 정책을 수립하다 보니 정책 수립의 한계점을 노출했다.
 
시론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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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직도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은 과학적 현상 이해에 기반을 두기보다 기존 정책의 효과를 평가하지 않고 시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 예로 정부는 대기환경 정책의 기본인 정확한 배출량 자료 생산보다는, 배출량 자료의 정확도에 따라 결과가 크게 바뀌는 예보 모델과 예보 정확도 향상에 연구 개발을 집중하고 있다. 이제는 지역별로 미세먼지가 생성되는 주요 경로와 배출원별 영향도를 과학적으로 이해해 맞춤형 대책을 시행해야 한다. 중국은 집중 연구를 통해 베이징에서 미세먼지가 생성되는 주요 경로가 기존 미국에서 제시된 것과 어떻게 다른지 제시하고 (‘베이징 헤이즈 가설’), 이에 따른 맞춤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렇게 대책의 당위성과 우선순위를 국민과 이해 당사자들에게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협의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야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이 미세먼지에 대해 불안해하는 이유로는 미세먼지 농도가 유해한 수준이고 국민의 안전하고 쾌적한 삶에 대한 기대 수준이 과거에 비해 높아졌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그러나 더 큰 이유는 미세먼지 위험에 대한 불안감과 정부가 신뢰성 있는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점, 그리고 개개인이 능동적으로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모른다는 무력감에 대한 분노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국민의 정부 대책에 대한 불만은 대책의 효과에 대한 과학적 근거 자료 제시가 부족하고, 대책의 우선순위가 모호하며, 대책 수립과 시행 과정에서 국민 참여가 매우 제한돼 국민 의견을 대책에 반영하는 게 힘들다는 점에 집중된 것으로 보인다.
 
국민 불안을 해소하려면 정부가 국민에게 ‘우리가 미세먼지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줘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미세먼지 고농도 사례를 줄이고 그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과감하고도 선제 비상조치를 제시하고 시행해야 한다. 또 민감 계층이 미세먼지에 노출되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을 강력하게 시행해야 할 것이다.
 
어린이집 통학 차량을 경유 자동차에서 친환경 자동차로 교체하는 대책이 한 예이다. 또 국민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이해 당사자를 설득하고 과감하게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설득을 위해서는 과학적 근거 자료 확보와 문제 파악 단계부터 이해 당사자와 국민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는 1940년대부터 심각해진 스모그를 해결하려고 1976년 여러 지방자치단체의 대기 관리 권한을 통합한 통합관리조직을 발족시켰다. 이 조직은 과학적 원인 규명 연구와 이를 반영한 정책을 시행해 대기 환경을 개선하고 있다. 우리도 과학적 원인 규명에 바탕을 둔 과감한 정책 수립과 시행으로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고 국민 불안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김용표 이화여대 화학신소재공학과 교수·리셋 코리아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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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