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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전략 닮은 김정은 … 『거래의 기술』 읽은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일(현지시간)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의 버크 레이크프런트 공항에 도착해 에어포스원에서 내리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일(현지시간)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의 버크 레이크프런트 공항에 도착해 에어포스원에서 내리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NBA 선수 출신인 데니스 로드먼은 최근 미국 매체 TMZ와의 인터뷰에서 “그 당시(지난해) 김정은은 도널드 트럼프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그 책을 읽으며 트럼프를 이해하기 시작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지난해 6월 북한을 방문했을 때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트럼프의 자서전 『거래의 기술(The art of the deal)』을 선물한 사실을 언급하면서다. 블룸버그 통신도 지난 2일(현지시간) “지금까지 나온 증거들을 보면 트럼프의 스파링 상대인 김 위원장은 (트럼프 저서) 『거래의 기술』을 마스터했다”고 평가했다.
 
북·미 정상회담을 목전에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1987년에 쓴 자서전 『거래의 기술』이 다시 조명받고 있다. 트럼프와 김정은이 이 책에서 강조한 11가지 사업의 원칙을 실제로 적용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면서다.
 
트럼프 자서전 『거래의 기술』 표지. 왼쪽은 한글판.

트럼프 자서전 『거래의 기술』 표지. 왼쪽은 한글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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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크게 생각하라=“나는 크게 생각하기를 좋아한다. 사람들은 대개 무언가 결정을 내려야 할 경우 일을 성사시킨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갖기 때문에 규모를 작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지난 2일(현지시간) 마이크 폼페이오 미 신임 국무장관은 취임사에서 “영구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북한 대량살상무기 폐기”를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켜보는 자리에서다. 그간 미국이 내건 북한 비핵화 원칙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 폐기(CVID)’다. 이 중 ‘완전한(Complete)’을 ‘영구적인(Permanent)’으로 바꿨다.  ‘영구적 비핵화’가 ‘완전한 비핵화’보다 확장·강화된 개념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완전한’ 핵 폐기에서 더 나아가 ‘영구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의미가 담겨서다. 북·미 회담이 다가올수록 목표를 유연하게 적용하기보다는 더 큰 목표, 더 강한 목표를 내세워 북한을 압박하고 있는 셈이다. 김정은도 협상에서 크게 나서고 있다. 완전한 비핵화와 완전한 체제보장을 맞바꾸자는 초대형 카드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빅 딜’을 제안할 조짐이다.
 
②항상 최악의 경우를 예상하라③선택의 폭을 최대한 넓혀라=“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거래를 할 때는 보수적 입장을 가지게 되었다. 최악의 경우를 예상하고 있으면 막상 일이 닥치더라도 견뎌낼 수가 있다.”
 
현재 트럼프의 외교안보팀을 보면 ‘전쟁 내각’이라는 말이 나온다. ‘매파’인 마이크 폼페이오(전 중앙정보국장)를 ‘대화파’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의 후임으로 임명했다. 군사행동 불사를 외치는 극보수 네오콘이었던 존 볼턴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기용됐다. 장기간 공백이 이어진 주한 미국 대사에는 해리 해리스 태평양사령관이 내정됐다. 모두 지난 3월 북·미 정상회담이 가시화된 이후부터 등용된 인사들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2일 “트럼프는 김정은의 긴장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레토릭을 좀 더 부드럽게 하고 있지만 외교팀은 매파로 구성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구성은 최악의 경우에 군사적 옵션 활용을 위한 대비 차원으로도 읽힐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책에서 또 “일단 거래가 성사되더라도 최소한 대여섯 가지 방법을 동원해 일을 추진시킨다”고 했다. 책에 나온 그의 사업 스타일에 따르면 ‘복병이 될 만한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언제나 있고, 이에 대응해 ‘재빨리 마음을 바꿔야’ 하는데 북한을 향해서도 제3의 계획을 추진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북핵 대비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김정은의 북한 역시 북·미 회담에 명운을 걸었지만 회담이 실패할 경우 미국이 군사적 압박에 나설 가능성에 대비해 초고강도의 대남·대미 맞불 위협을 준비하고 있으리라는 게 대북 전문가들의 우려다.
 
④발로 뛰면서 시장을 조사하라 ⑤언론을 이용하라=“나는 다른 사람이 만들어 놓은 그럴듯한 시장조사는 믿지 않는다. 언제나 스스로 조사해 결론을 낼 뿐이다.”
 
올 초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의 회담이 성사되리라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모두 자신들이 직접 나서는 담판을 선택했다. 19년 전인 1999년에 ‘사업가’ 트럼프는 북핵 해법과 관련해 “우선 미친 듯이 협상해 가능한 최대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며 “만약 당신이 워싱턴 길가를 걷고 있는데 누군가 와서 머리에 총을 겨누며 돈을 달라고 한다면 그 동기를 알고 싶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담판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워싱턴을 겨누겠다는 김정은에게 동기를 묻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책에서 “언론을 이용하라”며 “일을 성공시키는 마지막 열쇠는 약간의 허세다. 나는 사람들의 환상을 자극한다”고 귀띔했다. 그의 언론 활용은 트위터를 통해 직접 이뤄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트위터에서 ‘평화의집’과 ‘자유의집’을 언급하며 판문점 개최 가능성을 띄워 봤다. 2일엔 북한에 억류돼 있는 미국인 3명의 석방 가능성을 시사하며 “채널 고정(stay tuned)”이라고 했다. 언론과 대중의 관심을 직접 극대화했다. 김정은 역시 지난달 남북 정상회담 때 생중계를 허용해 국제사회의 주목도를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회담을 끝내고선 “기자 여러분들께도 사의를 표한다”는 말까지 했다.
 
⑥지렛대를 사용하라=“남이 갖고 있지 않은 영향력을 발휘해야 이긴다. 그렇지 않고서는 당신이 남보다 다소 유능하더라도 부족하다.”
 
트럼프는 선제타격을 배제치 않는 ‘최대한의 압박’을 사용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나오게 했다. 북한의 도발이 이어질 때마다 그에 상응해 유엔 제재와 미국 독자 제재의 수위도 높였다. 북한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에 대해선 ‘무역 전쟁’ 카드를 꺼내 들어 중국이 움직이도록 만들었다. 김정은의 북한은 남북 회담, 북·미 회담으로 중국을 긴장시켰다.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후 함께 발표한 판문점 선언에 ‘중국 배제’를 뜻하는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 회담’을 명시했다. 평화체제 협의에 중국이 빠지는 3자 회담도 가능하다는 취지다. 북·미 회담, 남북 회담을 통해 북한의 대중국 협상력을 끌어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 외 트럼프 대통령은 ⑦입지보다 전략에 주력하라 ⑧신념을 위해 저항하라 ⑨최고의 물건을 만들어라 ⑩희망은 크게, 비용은 적당히 ⑪사업을 재미있는 게임으로 만들어라 등의 사업 원칙을 제시했다. 북·미 회담에서 최고의 물건이 나올지 국제사회가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  
 
박유미 기자 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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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