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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쳐넣기·받아넣기·판때기 몇 번 들으니 익숙”

지난 6일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여자부 시상식에서 함께 어울리는 남북 단일팀. [사진 대한탁구협회]

지난 6일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여자부 시상식에서 함께 어울리는 남북 단일팀. [사진 대한탁구협회]

 
2018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여자단체전 준결승전이 열린 지난 4일 스웨덴의 할름스타드 아레나. 제3단식에서 남북한 단일팀의 양하은(24·대한항공)이 일본의 히라노 미우(18)에게 1-3으로 진 뒤 눈물을 흘렸다. 자신의 패배로 게임 스코어 0-3이 돼 결승 진출이 좌절된 걸 자책했다. 그때 북한 김남해(22)가 다가가서는 “하은 언니, 울지 마라”며 토닥였다. 양하은은 “남해의 그 한 마디에 가슴 뭉클했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준결승전에서 함께 일어서 응원하는 남북 단일팀 선수들. [AP=연합뉴스]

지난 4일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준결승전에서 함께 일어서 응원하는 남북 단일팀 선수들. [AP=연합뉴스]

북한 김남해와 한국 김지호·서효원(왼쪽부터) 등 단일팀 선수들이 시상식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 서효원]

북한 김남해와 한국 김지호·서효원(왼쪽부터) 등 단일팀 선수들이 시상식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 서효원]

 
대회 도중 전격적으로 남북한 단일팀을 구성해 동메달을 따낸 한국 선수들로부터 단일팀 뒷얘기를 들었다. 1991년 일본 지바 대회 이후 27년 만의 남북 탁구 단일팀이었지만 호흡을 맞춘 건 단 하루였다. 그러나 선수들 가슴 속엔 깊은 여운이 남았다. 양하은·서효원(31·한국마사회)·전지희(26)·유은총(25·이상 포스코에너지)·김지호(19·삼성생명) 등 남측 5명은 김남해·최현화(26)·김송이(24)·차효심(23) 등 북측 4명과 함께 6일 시상식에서 나란히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태극기와 인공기가 제각각 박힌 유니폼 차림의 남북한 선수들은 셀카도 함께 찍고, 장난도 치면서 스스럼없이 지냈다. 그리고 아쉬움 속에 재회를 약속했다. 주장 서효원은 “우리는 한 팀이었다. 함께 한 시간이 더 길었다면, 더 강한 팀이 됐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3일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 8강전 직후 남북 단일팀이 결성되고 함께 웃는 양하은과 김송이. [사진 대한탁구협회]

지난 3일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 8강전 직후 남북 단일팀이 결성되고 함께 웃는 양하은과 김송이. [사진 대한탁구협회]

 
대회 초반만 해도 서먹했던 남북한 선수들은 3일 단일팀 결성이 확정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 한데 어우러졌다. 4일 2시간 가량의 합동훈련에서도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선수들은 남북을 가리지 않고 자신보다 나이 많으면 무조건 ‘언니’로 불렀다. 탁구 얘기뿐 아니라 일상의 얘기도 많이 나눴다.
 
북한 선수들이 서명해 선물한 한반도기. [사진 서효원]

북한 선수들이 서명해 선물한 한반도기. [사진 서효원]

 
2016 리우올림픽 여자 개인전 동메달리스트인 김송이가 가장 적극적이었다. 서효원은 “내 또래 북한 선수들 근황을 물었더니 송이가 ‘모두 결혼했다’며 ‘언니는 결혼 안 했냐’고 되물었다. 내가 ‘남자가 없어 못 할 것 같다’고 대답하자, 송이가 ‘남자 많을 것 같은데, 너무 고르는 것 아니냐’고 장난스럽게 말했다”고 전했다. 연습 도중 실수를 해서 김송이로부터 “안경 좀 써야겠다”는 농담을 들은 유은총은, “연습게임에서 한 세트를 따낸 뒤 송이를 ‘바보’라고 불렀는데, 나중에 한반도기에다 스스로 ‘김송이 바보’라고 쓰더라. 장난기 많은 친구”라고 말했다.
 
지난 6일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여자부 시상식을 마친 뒤 함께 사진을 찍은 남북 단일팀. 왼쪽부터 최현화-서효원-차효심-김송이. [사진 서효원]

지난 6일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여자부 시상식을 마친 뒤 함께 사진을 찍은 남북 단일팀. 왼쪽부터 최현화-서효원-차효심-김송이. [사진 서효원]

 
이질적인 탁구 용어도 금세 익숙해졌다. 유은총은 “‘북한에선 서브를 쳐넣기, 리시브를 받아넣기로 부르더라. 처음엔 당황했는데, 눈치껏 맞춰보니 곧 익숙해졌다”고 말했다. 서효원은 “나와 송이가 같은 수비형이라 서로 라켓을 바꿔치려고 했더니, 송이가 ‘그럼 판때기를 바꾸자’고 하더라. 판떄기가 라켓이었다”고 말했다. 서효원은 “우리는 ‘차분하게 하라’고 할 때 ‘급하게 하지 마’라고 하는데, 북한은 ‘대들지 마’라고 하더라. 나도 준결승전 때 송이에게 ‘대들지 마’라고 외쳤다”고 전했다.지도자들도 잘 맞았다. 안재형 한국대표팀 감독은 "김진명 북한 코치와는 2015년 한 대회에 참가하면서 알게 됐다. 일본전에 대해 출전 선수에 대한 얘기를 많이 나눴는데, 공통된 생각이 많았다"고 말했다.
 
지난 6일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시상식을 치른 뒤 함께 셀카를 찍은 북한 김송이(왼쪽)와 서효원. [사진 서효원]

지난 6일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시상식을 치른 뒤 함께 셀카를 찍은 북한 김송이(왼쪽)와 서효원. [사진 서효원]

지난 3일 단일팀을 결성한 뒤, 함께 셀카를 찍은 남북 여자 탁구 선수들. [사진 유은총]

지난 3일 단일팀을 결성한 뒤, 함께 셀카를 찍은 남북 여자 탁구 선수들. [사진 유은총]

 
남북한 단일팀은 결승에 진출하지 못했지만, 그 이상의 추억을 남겼다. 국제탁구연맹(ITTF) 관계자가 대형 한반도기를 구해오자 단일팀 최연장자인 서효원이 사인을 제안했다. 그러자 북한 차효심은 “1991년 지바 세계선수권 때 단일팀을 했던 (유) 순복 선배님 집에 갔는데, 현정화 감독 등 남측 선수들 사인이 담긴 한반도기가 걸려 있었다. 이런 게 남는 것”이라며 좋아했다.
 
유은총은 “다음에 다시 만난 땐 함께 찍은 사진을 인화해서 선물로 주기로 했다. 더 만날 기회가 있을 테니 다음엔 함께 준비 잘해서 더 잘하자고 약속했다”고 전했다. 양하은은 “북한 선수들은 구질이 까다롭고 기술 수준도 높았다. 함께 훈련하며 많이 배웠다”며 “같은 말을 쓰니까 이질감도 없고, 남북한을 모두 대표한다는 생각에 책임감도 강해졌다”고 설명했다.안재형 감독은 "단일팀은 역사적으로 갖는 의미도 크다. 감독 입장에선 단순하게 합치는 것 이상으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단일팀이 앞으로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난 6일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여자부 시상식에서 함께 어울리는 남북 단일팀. [사진 대한탁구협회]

지난 6일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여자부 시상식에서 함께 어울리는 남북 단일팀. [사진 대한탁구협회]

 
한국 선수들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북 단일팀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면서도 혹시나 선수들이 피해를 보지 않을까 우려했다. 대한탁구협회는 남북이 현재의 출전 엔트리(단체전)를 유지하는 단일팀 추진안을 마련했다. 정부 및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와 협의가 필요하다. 양하은은 “이번 (세계선수권) 단일팀은 선수 누구에게도 불이익이 없었다. 우리는 아시안게임 출전자 5명이 정해졌다. 모두 함께 하는 단일팀을 바란다”고 말했다. 주장 서효원도 “엔트리가 지켜져 피해 선수가 없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4일 열린 남북 단일팀 합동 훈련 직후 선수들이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 대한탁구협회]

지난 4일 열린 남북 단일팀 합동 훈련 직후 선수들이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 대한탁구협회]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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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