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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문제 중 2개 맞은 초1 손녀 성적표에 호들갑 떤 사위

기자
송미옥 사진 송미옥
[더,오래] 송미옥의 살다보면(6)
손녀딸의 아침 등굣길을 함께한 지가 한 달이 지났다. 아이 셋 엄마의 정신없는 아침을 일 년만 도와주기로 하고 첫째의 등교를 내가 맡은 것이다.
 
첫째의 등교는 1년 동안 내가 맡기로 했다. [사진 송미옥]

첫째의 등교는 1년 동안 내가 맡기로 했다. [사진 송미옥]

 
첫째는 한글을 제대로 못 떼고 입학했고, 둘째는 나이에 비해 덩치가 커 또래에게 "형~"이라 불리고, 셋째는 아직 말을 못한다. 그런 아이들의 웃음소리만으로도 행복하고 기쁨이 넘친다는 자식 내외를 보며 가끔 "너희 가족은 모두 비정상 가족"이라고 빈정거리는 친정엄마의 말을 아이 셋의 엄마가 되니 여유가 생기는지 마음 상해하지 않고 농담으로 넘어가 준다.
 
매일 아침 손녀 등교시키는 일 맡아  
오늘은 아침에 딸네 집에 들어가니 첫째의 목소리가 꾀꼬리가 돼 있다. “할머니, 아빠가 인형 사주셨어요. 그리고 케이크도 사주셨어요.” "오늘이 무슨 날인가?" 하고 물으니 첫째가 한글 받아쓰기에서 맨날 동그라미 한 개씩 받아오다가 어제는 두 개를 받았는데, 아빠가 호들갑을 떨며 선물을 사줬단다. 만점까지는 아직 동그라미가 세 개나 남았지만 동그라미 두 개에 어찌나 기분이 좋아 난리인지 나는 비정상 가족이라며 또 초를 쳤다.
 
딸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초등학생에겐 써먹을 수 없는 자격증까지 따가며 나 스스로 뿌듯함을 느낀 적이 있었다. 내가 못해본 한을 풀기라도 하듯 학교 가기 전 때려가며 한글·미술·피아노를 가르치고, 스케이트·컴퓨터 학원도 윽박지르며 보냈다.
 
그땐 그러는 것이 부모가 자식에게 마땅히 해야 할 사랑이라 생각했다. '뼛골이 빠지게'라는 문장처럼 자식을 위해서라면 가난한 엄마지만 무엇이든 다 해줘야 한다는 자존감의 문제이기도 했다.
 
학교에 도착하면 "다녀오겠습니다" 하고 손녀딸이 밝게 인사해준다. [사진 송미옥]

학교에 도착하면 "다녀오겠습니다" 하고 손녀딸이 밝게 인사해준다. [사진 송미옥]

 
그러나 둘째는 내 말을 고분고분 들어주지 않았다. 둘째는 아들이었는데 딸과 달리 공부는 뒷전이고 뛰어노는 것만 좋아했다. 여자아이 키우는 것과는 정반대였다. 한글도 하나 떼지 못하고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당연히 첫 점수가 0점부터 시작하니 '저것이 공부를 따라갈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에 남편이랑 서로 너를 닮았느니, 나를 닮았느니 하며 투덕거리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학교에서 선생님이 부모에게 보내오는 알림장은 아들을 엄청 칭찬하는 것이었다. 소란스러워도 아무 것도 모르는 아들 놈은 배우려고 눈을 초롱초롱 마주 보며 선생님 말씀에 귀를 기울여 주고, 착하다며 안아주고 칭찬해주니 금방 따라잡는다고 했다.
 
그렇게 고학년으로 올라가더니 학급 반장도 하며 저절로 정상(?)이 됐는데, 어느 해인가 피아노를 배우겠다고 했다. 피아노 치기 싫다며 꾀를 부리는 어린 딸아이의 머리채를 잡고 배우게 한 피아노를 아들은 자진해서 배우겠다니….
 
놀라서 물어보니 여자친구에게 피아노를 치며 노래를 불러주고 싶다는 것이다. 이유가 어찌 됐든 얼른 학원에 등록해줬다. 그러나 딱 몇 달을 다니더니 다 배웠단다. 그러면서 두 손으로 뚱땅거리며 치는 유행가가 제법 음악으로 들렸다.
 
그리고 어린 딸아이가 몇 년 동안 배운 컴퓨터를 중·고등학교에 올라가서는 몇 달 만에 자격증을 따지 않나, 비싼 스케이트를 한 번도 타지 않고 어딘가에 처박아 놓고선 보드를 타고 싶다며 사달라더니 선수같이 잘 타는 것이다.
 
손녀딸은 담임 선생님 얘기가 나오면 "선생님이 오늘도 칭찬해줬고, 머리도 만져줬다"며 매우 좋아한다. [사진 송미옥]

손녀딸은 담임 선생님 얘기가 나오면 "선생님이 오늘도 칭찬해줬고, 머리도 만져줬다"며 매우 좋아한다. [사진 송미옥]

 
그때 나는 참 많은 것을 깨달았다.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이면 무엇이든 그럴 동기가 생기고, 하고 싶을 때 하면 된다는 것을. 내 실수를 반복할까봐 결혼한 자식들에게 아이 낳으면 미리 공부시키지 말고 가족이 함께 여행을 다니며 자연을 접하고 대화를 많이 하는 게 교육이라고 강조했다. 그래 놓고선 그새 잊고 손주 아이들에게 이것저것 배우게 해야 한다고 욕심을 내는 못난 할머니가 된다. 자식들은 자식 교육에 관해서는 완벽하게 내 말대로 실천해주니 어느 땐 갑갑하다.
 
등굣길에 조잘조잘 기분이 좋은 손녀딸은 꾀꼬리 같은 목소리로 오늘의 시간표를 말해준다. “할머니, 이제 저는 점점 잘 될 거 같아요. 어제 선생님이 저에게 동그라미 두 개 받았으니 다음엔 세 개 받기는 식은 죽 먹기라며 멋지다고 꼭 안아줬어요. 그리고 오늘은 공부가 끝나면 저 혼자 도서관에 가서 있다가 시계가 1시를 가리키면 2층 교실에 저 혼자 가는 거예요. 엄마 없이 혼자서 교실을 찾아가는 거지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고는 차에서 내려 큰 책가방을 풍선같이 등에 매달고 막 달려 들어간다.
 
초등 1학년 담임선생님, 학창시절의 가장 멋진 선물   
사회생활의 시작인 아이의 학창시절에 가장 멋진 선물은 초등학교 1학년에 만나는 담임선생님이더니 딸아이의 말대로 참 좋은 선생님을 만난 것 같아 내 마음도 따라 흥분된다.
 
각양각색의 천방지축 아이들을 통솔하고 하나하나의 개성과 장점을 말해주며 키워주는 어린 시절의 인성 교육이야말로 아이의 삶에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 손녀에게도 요즘의 일상이 머릿속에서 예쁜 기억으로 자리하길 기대해본다.
 
오늘 낮엔 혼자서 교실 옮겨가기에 도전한다는 손녀의 동선을 스파이처럼 지켜보며 점검할 그 어미를 상상하니 학교 앞에 내려주고 돌아서는 내 출근길에 "흐흐흐" 하고 웃음이 절로 나온다. '잘 컸고, 잘 크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송미옥 작은도서관 관리실장 sesu32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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