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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원의 심스틸러]치킨은 살 안 찐다더니 나는 살찌우는 너

'제4회 배민 신춘문예' 대상 수상작. 배민이 추구하는 유머와 패러디가 잘 담겨있다. [사진 우아한형제들]

'제4회 배민 신춘문예' 대상 수상작. 배민이 추구하는 유머와 패러디가 잘 담겨있다. [사진 우아한형제들]

박수칠 때 떠놔라  
     - 회 -

배달 주문 서비스 '배달의민족'
4월엔 신춘문예, 7월엔 치믈리에
배달 서비스 넘어 놀이문화 주도
시대정신 된 유머ㆍ키치ㆍ패러디

지난달 발표된 ‘제4회 배민 신춘문예’ 대상 수상작이다. 총 12만 3657편이 응모해 2688:1의 경쟁률을 뚫고 당선된 작품이다. 방송사 드라마 극본 공모도 아니고, 신문사 신춘문예도 아닌데 왜 이렇게 많이 응모하느냐고? 이유는 간단하다. 그보다 파급력이 크다. 배달 주문 서비스 앱 ‘배달의민족’을 실행할 때마다 노출되는 것은 물론 옥외광고로 도배된다.
 
‘치킨 365마리 자유이용권’ 같은 실질적 혜택도 있지만, 명예도 상당하다. 지난해 대상 수상작 ‘치킨은 살 안 쪄요 살은 내가 쪄요’는 전 국민의 애창 시로 거듭난 것도 모자라 인디밴드 런치백이 여기서 영감을 받아 만든 곡까지 발표했다. 이에 감명받은 배민은 편의점 도시락 양대산맥인 배우 김혜자와 가수 김창렬을 섭외해 뮤직비디오를 만드는 것으로 보답했다. 응모작이 지난해 접수된 5만 8286편 대비 200%가량 급증한 이유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우아한형제들의 우스운 마케팅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풋’ 하고 웃기거나 ‘아’ 하고 공감할 만한 브랜드를 표방하는 이들은 ‘배민다움’이라는 말을 만든 것도 모자라 될성부른 프로젝트다 싶으면 열과 성을 다해 ‘쓸고퀄(쓸 데 있는 고퀄리티)’을 만들어낸다. 이번 신춘문예 수상작도 반응이 뜨겁자 4~5편을 묶어 극장 광고로 만들어 이달부터 CGV에서 상영 중이다.
 
배민문방구에서 판매하는 '맥주짠 세트'. 웃자고 만든 상품에도 죽자고 고퀄리티를 지향한다. [사진 우아한형제들]

배민문방구에서 판매하는 '맥주짠 세트'. 웃자고 만든 상품에도 죽자고 고퀄리티를 지향한다. [사진 우아한형제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가 주창하는 유머ㆍ키치ㆍ패러디는 현재 2030이 열광하는 트렌드와도 맞닿아 있다. 자신이 자주 이용하는 브랜드가 자신의 감수성에 맞는 콘텐트를 계속 내놓으니 열성 소비자를 넘어 팬이 되는 것이다. 지난달 발족한 배달의민족 팬클럽 ‘배짱이’ 3기 모집에도 400명을 뽑는 온라인 시험에 20만명이 응시했다.
 
마케팅을 총괄하고 있는 장인성 CBO는 “배달의민족도 '밝은 땅에 사는 민족'과 '음식을 배달'하는 중의적 의미가 있는 것처럼 배짱이도 그렇다”며 “배짱이의 기본 역할은 배민을 사랑해주고 사랑받는 것이지만 신춘문예 심사에도 참여하고 광고 제작시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열린 제3회 배민 신춘문예 대상작 '치킨은 살 안 쪄요 살은 내가 쪄요'에서 영감을 얻어 런치백이 만든 노래에 맞춰 치킨춤을 추고 있는 배우 김혜자와 가수 김창렬. [사진 우아한형제들]

지난해 열린 제3회 배민 신춘문예 대상작 '치킨은 살 안 쪄요 살은 내가 쪄요'에서 영감을 얻어 런치백이 만든 노래에 맞춰 치킨춤을 추고 있는 배우 김혜자와 가수 김창렬. [사진 우아한형제들]

이들은 새 판을 벌이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지난해 7월 서울 잠실 롯데호텔에서 열린 ‘배민치믈리에 자격시험’이 흥행하자 올해는 아예 민간 자격증을 발급할 예정이다. 오는 7월 22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2회 시험을 앞두고 다음달 『치슐랭 가이드』도 발간한다. 이런 페이스라면 올 연말 ‘대한민국 광고대상’ 5년 연속 수상은 떼놓은 당상이 아닐까. 튀겨 먹고, 구워 먹고, 쪄 먹고, 발라 먹고 등 둘째가라면 서러울 ‘닭 사랑’을 자랑하는 대한민국 청춘에게 닭을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을 제시한 셈이니 말이다.
 
사실 광고나 마케팅은 성공을 측정하기 힘든 콘텐트 중 하나다. 영화의 관객 수, 방송의 시청률처럼 명확한 지표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기준 전년 대비 2배 증가한 매출(1626억원), 그중에서도 9배 성장한 영업이익(217억원)이라면 제품 판매 증가, 브랜드 이미지 제고, 고객 경험 증진의 3박자를 고루 만족시켰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배달의민족의 'OO도 우리 민족이었어' 광고. 베트남을 연상시키는 풍경이지만, 실은 쌀국수 그릇 안에서 배를 타고 있는 모습. 자세히 보면 유유자적하게 떠다니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사진 우아한형제들]

배달의민족의 'OO도 우리 민족이었어' 광고. 베트남을 연상시키는 풍경이지만, 실은 쌀국수 그릇 안에서 배를 타고 있는 모습. 자세히 보면 유유자적하게 떠다니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사진 우아한형제들]

2014년 배우 류승룡이 등장해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를 외치던 배달의민족 광고는 이제 “우리는 본래 같은 민족이었다” 시리즈를 진행하고 있다. 스톱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캐릭터가 각종 음식을 항해하며 “쌀국수, 부리또, 레몬에이드도 우리 민족이었어”를 외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풋’이나 ‘아’를 넘어 ‘탁’하고 무릎을 치게 된다. 15초도 안 되는 3초짜리 스폿 광고만으로도 선입견을 깨고 식욕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배민앱을 실행하게 만드는 놀라운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이런 음식도 배달이 된다니”란 깨달음과 고마움은 나중 문제다.  
 
장인성 CBO가 지난달 출간한 『마케터의 일』(북스톤)을 보면 실생활에서 난무하는 드립력이 어떻게 프로젝트로 잉태되어 결실을 보게되는지 보다 자세하게 살펴볼 수 있다. 비단 마케터를 꿈꾸거나 광고를 만들지 않더라도 베짱이 혹은 ‘배짱이’처럼 삶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이 그득하다. 그렇게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다 보면 내 삶도 좀 웃음이 가득해지려나. 배달앱에게 혀와 배를 빼앗긴 데 이어 맘까지 정복당하다니 참 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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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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