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생 여러분, 중간고사 잘 보셨는지요?
지난주까지 대부분 대학교에선 중간고사가 끝났을 텐데요. 열심히 준비한 만큼 좋은 성과 있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시험 준비를 하더라도 ‘장미칼’(절삭력이 좋은 장미 무늬 칼에서 유래. 학점을 깐깐하게 칼처럼 준다는 의미) 교수님 강의라면 좋은 학점 받기란 쉽지 않죠. 그래서 학생들은 ‘A폭격기’(A학점을 퍼주는 교수)나 ‘쁠몰’(같은 A등급에서도 A+를 몰아주는 교수)로 소문난 교수의 강의를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대학생들이 학점을 잘 받을 수 있는 강의를 찾는 것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최근에는 더 심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취업난이 심한 가운데 취업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스펙’이 학점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실제 기업에서는 학점을 얼마나 중요한 스펙으로 생각하고 있을까요.

※자료:한국직업능력개발원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지난해 매출액 500대 기업 인사 담당자를 대상으로 어떤 스펙을 중시하는지 물었습니다. 그 결과 서류전형에서 가장 중시하는 스펙은 ‘졸업 시점’, 2위는 ‘졸업 평점(학점)’이었습니다. ‘어학 능력’이나 ‘자격증’, ‘어학연수’ 등보다 졸업 후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학점이 어떤지가 더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기업들이 선호하는 학점은 어느 정도 수준일까요. 높을수록 좋은 건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조사 결과에 따르면 평점 3.0만 넘으면 선호도에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단 3.0 이하부터는 선호도가 급락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최소한 졸업 평점을 B(3.0) 이상으로는 유지해야 취업에 불리함이 없다는 얘기가 됩니다.

※자료:한국직업능력개발원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먼저 전공 강의를 분석해보니 서울대의 A학점 비율이 55.6%로 가장 높았습니다. 여기에 B학점 비율(30.9%)까지 더하면 서울대에선 10명 중 8명 이상이 B 이상을 받고 있네요. 서울대에 이어 A학점이 후한 대학은 고려대(48.9%), 연세대(44.4%)입니다. 이른바 ‘SKY’라 불리는 세 대학이 나란히 학점 후한 대학 1,2,3위를 차지했네요.
A학점 비율이 가장 낮은 대학은 대전의 목원대(20.6%)였고, 이어 대구한의대(21.9%), 호서대(25.2%) 등이었습니다. 특히 호서대는 C학점 이하 비율이 41.5%로 가장 높았습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계열별로는 차이가 있을까 살펴봤습니다. A학점(A+,A,A-) 비율은 공학, 자연과학, 인문사회 계열이 모두 33% 안팎으로 비슷합니다. 예체능계열은 이보다 후하고 의학계열은 좀 박한 경향이 있네요. A+의 경우는 대체로 이과가 좀 더 받기 어렵고 문과에서 높은 비율을 보입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염재호 고려대학교 총장
또 분석 결과를 보면 학점이 후한 대학 대부분은 서울의 대형 대학이거나 국립대고, 학점이 짠 대학은 대부분 지역 사립대입니다. 물론 대학마다 학생들의 학습 의지를 높이기 위해 학점을 짜게 주는 문화가 있을 수 있지만 많은 경우에는 정부 정책과 연관이 있습니다. 교육부는 지난 2015년 대학구조개혁 평가를 하면서 대학의 ‘엄정한 성적 부여를 위한 관리 노력’이란 지표를 포함했는데요, 학점 부풀리기를 막기 위한 지표라고 해석되면서 대학가에 상대평가 바람이 불었습니다. 이때 상대적으로 여건이 좋은 서울 소재 대학들 보다 정부 평가에 민감한 지역 사립대들이 적극적으로 상대평가를 강화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교육부도 상대평가가 지나친 성적 경쟁을 불러온다는 점을 의식해 최근 평가에서는 이러한 지표들을 삭제했습니다. 이후 대학의 학점은 전반적으로 후해지고 있는데요. 학생들이 지나친 경쟁에서 벗어나 협력 중심의 수업을 하기 위해서는 절대평가가 보다 바람직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하지만 절대평가가 무분별한 ‘학점 퍼주기’로 이어진다면 대학 학점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지는 문제도 생기겠죠. 대학마다 학점 체계의 ‘적정선’ 찾기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