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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뽀로로 테마파크 … 애니메이션 기업 첫 상장 추진

[CEO 탐구] ‘뽀로로 아빠’ 김일호 오콘 대표 
‘뽀로로’는 어린이들 사이에 ‘뽀통령’이라 불릴 만큼 절대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토종 캐릭터다. 2003년 국내 TV 애니메이션으로 처음 소개된 이후 전 세계 130개국에 진출해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만화 캐릭터로 자리 잡았다. 뽀로로는 이제 만화를 넘어서 게임·영화·뮤지컬·완구·테마파크 등 다양한 사업영역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김일호 (주)오콘 대표(51)는 ‘뽀로로 아빠’라는 별명으로 유명하다. 브랜드 가치가 39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받는 국산 캐릭터 ‘뽀로로’를 탄생시킨 주역이기 때문이다. 국내 스타트업 1세대로 애니메이션업계를 이끌어온 김 대표를 만나 한국 콘텐트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진단해봤다. 인터뷰 내내 술술 풀어놓는 이야기 솜씨와 번뜩이는 아이디어는 성공한 크리에이터로서의 자질을 엿볼 수 있게 했다.
 
뽀로로 캐릭터의 아버지 김일호 오콘 대표이사. [김경빈 기자]

뽀로로 캐릭터의 아버지 김일호 오콘 대표이사. [김경빈 기자]

 
‘뽀로로’ 브랜드 가치 3900억원
 
‘뽀로로’ 이야기부터 시작해보자. 어떻게 구상하게 됐나.
“대학 졸업 후 대기업(LG전자)에서 제품 디자이너로 근무하면서도 늘 영상 분야에 매료됐었다. 평소 좋아하던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회사를 박차고 나와 원룸에서 작업을 시작한 게 지금의 오콘이다. 그때 만든 첫 캐릭터가 바로 뽀로로다. 아이들이 말하기 쉽게 ‘뽀롱 뽀롱 뽀로로’로 부르다 지금의 이름으로 굳어졌다.”
 
국내에서 보기 드문 펭귄 모양의 캐릭터다.
“2년 동안 1000여 회 이상 시험 스케치와 수정을 거듭한 끝에 탄생한 이미지다. 뒤뚱거리며 움직이는 펭귄의 이미지가 오히려 친근하고 귀엽다는 평가를 받았다. 펭귄이 날지 못하는 새라는 점에 착안해 언젠가 날 수 있다는 꿈을 가진 캐릭터로 창출했다. 대체로 눈이 큰 서양 캐릭터에 비해 작은 눈을 보완하기 위해 파일럿 고글을 한번 씌어 봤는데 너무 어울려서 그대로 쓰게 됐다.”
 
나오자마자 아이들 사이에 대히트를 거뒀다. 대박 비결을 소개해달라.
“당시 대부분의 캐릭터들은 아이들이 되고 싶어하는 이상형을 내세웠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가 선망하는 모습 대신 자기를 닮은, 친구 같은 캐릭터에 주목했다. 평범하고 뭔가 부족한 느낌을 주지만 언제라도 같이 놀아줄 옆집 아이 같은 동질감을 노린 것이 주효했다.”
 
그동안 돈은 많이 벌었나.
“애니메이션 산업은 만화 콘텐트 방영료보다는 관련 상품에서 나오는 로열티 수입이 활성화돼야 진짜 수익이 창출된다. 이런 구조는 캐릭터가 10년 이상 꾸준히 대중에 노출·인지되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뽀로로가 해외 진출한 지 8년이 다 돼가는 만큼 수익구조가 본격적으로 안정되고 있다.”
 
구체적인 수치를 밝힌다면.
“현재 연간 150억원 수준인 판권 로열티 수입이 주 매출이지만 지난해부터 관련 사업을 직접 시작하면서 매출이 급성장하고 있다. 올해 200%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2019년에는 캐릭터 사업만 700억 매출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저작권 문제가 궁금하다.
“오리지널 캐릭터 저작권은 콘텐트를 만든 오콘과 마케팅을 맡았던 아이코닉스가 각각 27%씩 갖고 있다. 나머지는 EBS와 SK브로드밴드가 23%씩 갖고 있다. 첫 만화 시리즈를 제작할 때 25억원씩 투자했던 기업들이다.”
 
(오콘은 2011년 아이코닉스에 대해 저작자 확인 소송을 제기해 뽀로로 저작권을 놓고 법정 분쟁을 겪었다. 오랜 공방 끝에 ‘오콘이 뽀로로 원작자가 맞지만, 아이코닉스도 녹음 제작 과정에서 특유의 목소리 말투 등에 관여했기 때문에 권리가 있다’는 판결이 나오자 공동 권리를 인정하기로 합의했다.)
 
앞으로 뽀로로 캐릭터를 어떻게 발전시켜나갈 것인가.
“어느덧 뽀로로 캐릭터가 나온 지 올해로 16년이 됐다. 2년 뒤 뽀로로가 성인이 되면 주민등록증을 받아보는 꿈을 꿔본다. 오래도록 더 사랑받는 100년 브랜드가 되기 위해 지속적인 콘텐트 개발과 새로운 시도에 더욱 노력할 계획이다. 중국과 남미 지역으로 방영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특히, 최근엔 중국기업과 합작으로 뽀로로 실내테마파크를 베이징·광저우 등 3개 지역에 개장했다.”
 
국산 콘텐트를 들고 글로벌 시장을 뚫는 것은 만만치 않을 텐데.
“각 국마다 콘텐트 보호 규제가 많기 때문에 공동 투자를 통해 규제를 넘어서고 시장을 개척하는 방식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미국 드림웍스와 제휴해 공동 제작사 아시아 드림 팩토리사를 만든 것도 미주 대륙 시장을 뚫기 위한 포석이다. 중국시장 역시 몇몇 문구·완구회사와 제휴해 시장 진출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VR 콘텐트 만들려 미 전문가 영입
 
새로운 분야에 진출할 계획은 없나.
“차기 캐릭터로 개발한 ‘디보’ 시즌 3를 90개국에 방영할 예정이다. 신작 캐릭터인 ‘수퍼잭’ ‘토이캅’도 3편 이상 제작해 선보일 계획이다. ‘유명 테마파크를 쇼핑몰에서 즐긴다’는 모토를 내세워 아래 성인 대상의 가상현실(VR)용 영상 콘텐트 창작에도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이를 위해 미국의 VR 전문제작사인 포스웨이브를 인수하고, ‘인디애나 존스’‘스타워즈’의 제작사인 루카스필름에서 특수효과 전문가 3명을 영입해왔다.”
 
크리에이터로서 나름 자리를 굳혔다. 새롭게 추구하려는 목표는 무엇인가.
“지난 10년간은 창작에만 몰두한 스튜디오 수준의 사업을 벌여왔다. 이제 배급과 관련 사업에도 눈을 돌려서, 단순 제작사를 넘어선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IP(저작권) 지주회사로 자리매김하는 종합 플랫폼으로 나아가는 게 목표다. 창작에서 유통, 마케팅, 브랜드 사업까지 아우르며 한국 애니메이션을 하나의 산업으로 정착시켜 나가는 게 국내 창작 1세대로서의 꿈이다.”
 
과연 가능한 일일까.
“디즈니사의 하청업체로 출발했던 한국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창작 애니메이션 콘텐트를 내놓은 지가 이제 20여 년에 불과하다. 게임산업이나 K-팝을 보면 알 수 있듯 한민족의 기질이나 유전자 속에는 콘텐트 창작에 남다른 재주가 있다. 한국의 향후 먹거리는 여기에 초점을 맞춰야 하지 않겠나.”
 
상장 계획은 어떻게 돼가나.
“상장은 브랜드 비즈니스 회사로 거듭나는 과정의 하나다. 올해 결산 후 내년 초쯤 국내 애니메이션 기업 최초로 증시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10%의 지분을 투자해 많은 도움이 됐다.”
 
애니메이션 산업을 바라보는 정부의 시각과 정책을 평가해달라.
“캐나다·프랑스처럼 제작비의 일부를 세제 지원 등으로 보전해주는 제도가 없어 아쉽다. 국내 시장에선 제대로 된 콘텐트 하나를 만들어도 기본 수익이 적기 때문에 차기 작품을 만들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말로만 4차산업 육성이라 외치지 말고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과거 조선·반도체 산업을 육성할 때는 정부가 직접 보증까지 해주지 않았나. 한국이 콘텐트 강국으로 살아남으려면 정부의 적극적이고 다각적인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당구 4대 천왕과 게임 즐기는 고수
 
개인사 이야기를 들어보자. 남다른 취미가 있을 법하다.
“당구(500점)를 자주 즐긴다. 쓰리 쿠션 당구4대 천왕인 스페인의 다니엘 산체스와도 친구 사이다. 가끔 한국에 오면 35점을 잡고 친선 경기를 하곤 하는데 아직 한 번도 이긴 적이 없다.”
 
사무실 풍경이 독특한데… 내부에 조리시설을 갖춘 주방까지 있다.
“지인들과 음식을 직접 만들어서 먹고, 마시며, 이야기 나누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아예 사무실 안에다 주방을 차려놨다. 올리브 오일 대신 국산 청양고추 기름을 넣은 스파게티나 연어 뱃살을 된장 깻잎으로 만 초밥 같은 퓨전 요리가 자신 있게 만들 수 있는 메뉴다.”
 
존경하는 인물은 누구인가.
“스티브 호킹. 어떤 업적을 이뤘다기보다는 인생 역정을 견뎌 나가는 치열한 그의 의지를 인정하고 싶다. 우리 누구나 언제라도 어려워질 수 있고 다칠 수 있다는 점에서 그의 인생은 인류의 귀감이 되지 않을까.”
 
평소 생활신조를 소개한다면.
“‘느리게 생각하자’다. 경쟁에 쫓겨 급하게 생각하다 보면 창조적인 생각을 하기 어렵다. 우리 사회가 스타만 보여주다 보니 숨 막히는 사회가 돼버렸다. 느림의 공백은 깊이를 더해주는 시간이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보고, 느리게 생각하라는 것은 외부의 시선보다 나의 삶, 내가 사는 방식이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창업을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나.
“조급한 마음에 사전 준비를 소홀히 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인생의 사전 준비는 내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를 찾아가는 일이다. 성공의 목적만 따라가기보다는 내가 좋아해서 오래 견뎌낼 수 있는 일을 하는 게 중요하다. 좋아하는 일을 찾으면 몰입하게 되고 행복해진다. 그런 일을 찾는데 시간을 충분히 써라.”
 
[글씨로 본 이 사람] 활력 있고 예술적 감성 담겨
김일호 대표의 서명

김일호 대표의 서명

김일호 대표의 서명은 첫 글자가 매우 크고 마지막 부분이 길게 늘어진 게 특징이다. 필적 분석 전문가인 구본진 변호사는 “조형적으로 멋진 느낌을 주는 글씨”라며 “사업가 중에선 보기 드물고 정치인이나 스포츠 스타, 연예인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유형”이라고 설명했다. 첫 글자가 매우 큰 것은 남의 눈에 띄고 싶어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서명 마지막 부분이 가로선으로 길게 늘어지는 것은 큰 힘과 활력을 뜻한다는 게 구 변호사의 분석이다. 나폴레옹 황제나 타이거 우즈가 이런 글씨체를 썼다고 한다. ‘ㅓ’, ‘ㅗ’, ‘ㄹ’의 가로선은 오른쪽으로 가면서 위로 많이 올라가는데, 이런 유형의 글씨를 쓰는 사람은 대개 긍정적, 낙천적인 성격이라는 것이다. 특히, ‘ㅁ’자를 둥그렇게 처리하는 등 전반적으로 곡선 형태로 써내려간 필체는 예술적 감성이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홍병기 선임기자 klaatu@joongang.co.kr

 

김일호 대표

● 서울대 산업디자인과 졸업
● 1994~1996 LG전자 디자인 연구소 근무
● 1996~ 오콘 대표 ● 2003 ‘뽀롱 뽀롱 뽀로로’ 첫 방송
● 2006~2007 대한민국 캐릭터 애니메이션 대상 연속 수상
● 2015 한국콘텐츠진흥원 조사 국내 캐릭터 인지도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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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중앙일보 입사 이래 북한 문제와 양자 외교 관계를 비롯한 외교안보 현안을 오래 다뤘다. 편집국 외교안보부장ㆍ국제부장과 논설위원ㆍ도쿄총국장을 거쳤고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WCFIA) 펠로우를 지냈다. 부소장 겸 논설위원으로 외교안보 이슈를 추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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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