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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매'에 감정 대신 사랑 담는 게 가능할까

기자
손민원 사진 손민원
[더,오래] 손민원의 성·인권 이야기(8)
김홍도 '서당(書堂)' [그림제공=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김홍도 '서당(書堂)' [그림제공=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조선 시대 화가 단원 김홍도의 그림 ‘서당’을 보면 옛날 서당의 모습이 잘 묘사돼 있다. 숙제를 안 해 온 학생은 훈장님께 회초리로 종아리를 맞고, 얼마나 아픈지 훌쩍거리며 대님을 여미고 있다. 훈장님은 우는 아이를 보고 난감해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훈장님 앞에는 ‘사랑의 매’인 회초리가 놓여 있다. 그리고 옆에서 이를 지켜보는 친구들은 모두 키득키득 웃고 있다.
 
이 그림 한장 속에서 우리는 예전에도 아동을 가르칠 때 ‘매’로 다스리는 방식을 취했음을 알 수 있다. 과거에 부모나 선생님은 그들이 목표로 하는 행동을 위해서는 아동에게 엄격함과 무조건적인 복종을 강요했다. 아동이 어른의 기준에 못 미치는 행동을 했을 땐 따끔하게 매를 대거나 사람들 앞에서 수치심과 모욕을 줘서 다시는 그런 행동을 안 하게 하는 훈육 방식이었다.
 
이 조선 시대 아이의 그때 심경은 어땠을까? ‘훈장님이 나를 이렇게까지 사랑하시는구나! 앞으로 더 열심히 공부해야지’ 하고 굳은 결심을 할까? 아니면 마음속에 수치심, 분노와 두려움, 더 나아가 ‘나는 참 형편없는 사람이야’라며 자존감 형성에 방해가 되는 결과를 낳을까?
 
중학교 체육선생한테 영문 모른 채 전교생 앞에서 뺨 맞아 
교장 선생님 훈화 중 장난을 쳤다는 오해를 받고 체육 선생님에게 뺨을 맞은 사건은 나에게 큰 상처로 남았다. [중앙포토]

교장 선생님 훈화 중 장난을 쳤다는 오해를 받고 체육 선생님에게 뺨을 맞은 사건은 나에게 큰 상처로 남았다. [중앙포토]


중학생이 된 4월의 월요일 아침. 조회가 끝나고 차례로 교실로 가고 있을 때 저쪽 수돗가에 서 계신 체육 선생님이 “너 이리 와” 하고 손가락으로 나를 불렀다. 선생님은 검지손가락을 나를 향해 가리키면서 이리로 오라고 손짓했다. “저요?” 영문을 모르고 두려움과 함께 선생님 앞에 섰다. 
 
그때 선생님은 손바닥으로 나의 뺨을 두 대 때렸다. 오른손과 왼손을 번갈아 가면서. 그리고 손가락으로 이마를 밀면서 “이 자식이 어디서 버르장머리 없이 말이야”라고 말했다. 전교생이 지켜보는 가운데 나는 ‘버르장머리 없이 나대는 학생’으로 낙인찍혔다. 나는 “나를 왜 때리나요?”라는 질문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수치스럽고, 창피하고, 모욕감으로 그저 눈물만 흘렸다. 얼굴은 벌겋게 손자국이 나 있었다.
 
자리에 돌아온 나는 '왜 맞았을까?' 생각해 보았다. 묻지도 못하고 생각 끝에 내린 결론은 권위 있는 교장 선생님이 훈화할 때 어린 학생이 감히 장난질했던 것이었다. 그런데 교장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동안 친구와 떠들고 몸을 움직이는 행동을 한 학생은 내가 아니었다. 바로 옆줄에 서 있던 운이 좋았던 어떤 학생이었다. 선생님은 나를 그 여학생으로 착각했던 것이다.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그 체육 선생님이 저 멀리 등장하면 심장이 요동쳤다. 혹시 마주칠까 봐 먼저 그 선생님을 피했다. 한평생 나를 아프게 한 ‘체벌’에 관한 기억이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그친 게 아니었다. 이 광경을 지켜본 담임선생님(수학 담당)은 분명 내가 문제를 일으킨 학생이 아님을 알았는데 그저 지켜만 보았다. ‘침묵하는 목격자(By standing)’를 선택한 것이다.  
 
당연히 사춘기 소녀는 담임선생님도 싫어졌고, 수학 공부에 흥미를 잃었다. 수학 점수는 점점 더 형편없어지고 학교에 다니면서 나는 여러 수학 선생님께 틀린 개수만큼 ‘사랑의 매’를 맞아야 했다.
 
내가 전교생 앞에서 뺨을 맞은 사건은 나에게 어마어마한 상처를 남겼다. 비록 한 번뿐이었지만 분명한 학대였다.
 
부모님이나 교사를 대상으로 아동 권리 교육을 할 때 “사랑의 매를 한 번도 안 맞으신 분? 혹은 아동을 한 번도 안 때리신 분?”이라는 질문을 자주 한다. 사람들은 대부분 내가 경험한 것과 비슷한 체벌 경험을 갖고 있었다.
 
매는 행동 수정보다는 자존감 떨어뜨려 
체벌을 받은 아이들은 공포감·두려움·수치심 같은 부정적 경험으로 자존감이 떨어지게 된다. [사진 굿네이버스 황윤지 작가 재능기부]

체벌을 받은 아이들은 공포감·두려움·수치심 같은 부정적 경험으로 자존감이 떨어지게 된다. [사진 굿네이버스 황윤지 작가 재능기부]

 
오래된 매나 체벌의 경험을 떠올릴 때 ‘다시는 이런 실수를 하지 말아야지’ 하는 행동 수정을 하기보다는 ‘부모님, 선생님이 나를 미워하시는구나’ 하는 공포감·두려움·수치심 같은 부정적 경험으로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았다고 말한다.
 
최근에 한 어머니가 자신의 경험을 이렇게 말했다. “우리 아버지는 술만 드시고 들어오면 저와 엄마를 때렸습니다. 상습적인 가정폭력이었죠. 지금 생각해 보면 엄마는 오빠와 저를 부양할 경제적 능력도 없고, 가정을 깨는 여자가 되는 것이 싫어 참고 사셨던 것 같아요. 제가 대학에 들어갔을 때 아버지는 위암으로 돌아가셨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오빠였어요. 오빠는 속상한 일이 있을 때면 엄마에게 손찌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엄마는 남편에게 맞고, 또 아들에게도 맞는 생을 살다가 몇 년 전 돌아가셨습니다.” 눈물로 말하는 경험담이었다. 여기서 아버지는 체벌을 넘어 학대까지 하는 폭력범이었다.
 강의 현장에서 만나는 많은 사람에게 체벌의 경험을 물어봤을 때 ‘부모님이 나를 이렇게까지 사랑하셔서 회초리를 드셨구나. 이제 다시는 이런 행동을 하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부모님, 선생님은 나를 정말로 미워하시는구나’ ‘그래, 나는 이것밖에 할 수 없는 사람이야’ 같은 자기 비하, 공포감, 수치심 등이 마음에 상처를 남겼다고 말한다. [사진 손민원]

강의 현장에서 만나는 많은 사람에게 체벌의 경험을 물어봤을 때 ‘부모님이 나를 이렇게까지 사랑하셔서 회초리를 드셨구나. 이제 다시는 이런 행동을 하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부모님, 선생님은 나를 정말로 미워하시는구나’ ‘그래, 나는 이것밖에 할 수 없는 사람이야’ 같은 자기 비하, 공포감, 수치심 등이 마음에 상처를 남겼다고 말한다. [사진 손민원]

 
아이를 때려서 훈육해야 할까? 아니면 때려서는 안 될까? 많은 사람은 사랑의 매에 대한 필요성을 이야기한다. 그럼 질문을 한다. “어떻게 때리는 것이 사랑의 매일까요?” 종종 되돌아오는 대답은 “사랑의 매는 준비된 회초리로, 감정을 싣지 않고, 딱 두 대만 때리는 것"이다. 그러나 사랑의 매 속에 감정을 싣지 않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매를 맞았던 아동은 처음에는 또 맞을까 두려워 잘못된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다시 잘못된 행동을 멈추게 하기 위해서는 더 센 강도의 회초리가 필요하다. 작은 한 대로 시작하는 사랑의 매가 아동 체벌과 폭력으로까지 나아갈 수 있는 시작점이 된다.
 
아이 행동 비난 앞서 '난 널 지지해' 믿음 줘야 
매 맞는 노인이 발생하는 원인 또한 아동 폭력이 내재화된 결과로도 볼 수 있다. [중앙포토]

매 맞는 노인이 발생하는 원인 또한 아동 폭력이 내재화된 결과로도 볼 수 있다. [중앙포토]

 
남편에게 맞았던 여성이 또 자녀의 폭력에 노출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매 맞는 노인이 발생하는 원인 또한 아동 폭력이 내재화된 결과로도 볼 수 있다.
 
우리는 아동이 어른이 되면서 사람을 존중하는 태도를 가진 사람으로 자라길 바란다. 그러나 자신에게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 어른에게서 아동이 ‘존중’이란 걸 어떻게 체득할까?
 
"그럼 한 대도 안 때리고 어떻게 아이들이 내 말을 듣게 하죠? 그런 훈육법을 알려 주세요." 그러나 불행히도 그런 훈육법은 이 세상에 없다고 생각한다. 아동은 매일매일 성장하는 존재다. 이 성장 중에 아이는 끊임없이 문제를 일으킨다.
 
내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저 아이의 행동을 바라보면서 모욕을 주는 비난에 앞서 우리가 아이에게 알려줄 것은 ‘문제를 일으켰지만 난 너를 사랑해. 난 너를 지지해, 난 너를 믿어. 괜찮을 거야’라는 믿음을 주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그리고 아이가 안정됐을 때 다시 그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방법을 얘기해 줄 수 있어야 한다.
 
폭력적이지 않고 아동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훈육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부모로서 얼마나 많은 노력과 공부가 필요한 일인지 매일매일 공감한다. 아이들은 어른이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는지를 보고 배운다.
 
아동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한 가지,
사랑받고 존중받는 것.
아동에게는 그럴 권리가 있다.


아동은 또한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존중받고, 보호받으며 자란 아동은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아끼는 방법을 배우며,
사회에 이바지하는 사람으로 자라는 것이다.


-야누슈 코르착(폴란드, 1878~1942) 『아이들』에서
 
손민원 성·인권 강사 qlov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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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