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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히스토리…”이순신의 리더십을 과학으로 설명”

  

빅히스토리. 인류의 시원부터 미래까지 다루는 학문이다. [중앙포토]

빅히스토리. 인류의 시원부터 미래까지 다루는 학문이다. [중앙포토]

서울 하나고에는 특이한 과목이 있다. ‘빅히스토리’다. ‘모든 분야’의 ‘모든 것’을 ‘하나’로 통합한 학문이다. 빅히스토리는 우주의 시원부터, 인류의 미래까지 꿰뚫는다. 자연과학과 인문학과 사회과학이 통섭한다. 가장 큰 것과 가장 작은 것이 사실은 통하고 있다는 것을 배운다.
 
이렇게 설명해도 여전히 빅히스토리라는 게 막연하게 들리는 게 당연하다. 그래서 하나고 김한승(44) 교사를 직접 만났다. 사회 과목을 담당하는 김한승 교사는 과학 담당의 이효근 교사 등과 협력해 2012년부터 하나고에서 빅히스토리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김한승 하나고 교사

김한승 하나고 교사

-빅히스토리가 뭔가.  
“빅히스토리는 호주 매콰리 대학의 석학 데이비드 크리스천 교수가 처음 만든 개념이다. 그는 러시아사를 전문으로 했다. 영토가 넓은 러시아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중앙아시아와 유럽, 멀게는 미국까지 공부해야 했다. 그는 한발 더 나아가 인류사로 나아갔고, 지구의 역사, 우주의 역사, 빅뱅까지 연구했다. 빅뱅부터 인류의 미래까지 모든 분야의 모든 지식을 섭렵하는 학문이다.”  
 
-어떻게 발전했나.  
“빌 게이츠의 관심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빌 게이츠가 러닝머신에서 달리다가 우연히 데이비드 크리스천 교수가 빅히스토리에 대한 강의를 하는 것을 듣고 완전히 푹 빠졌다고 한다. 그 이후 빌 게이츠가 빅히스토리 과목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다음번 AP 과목으로 선정될 전망이다. 또 우리나라에도 빅히스토리 발전을 위한 협동조합이 생겼다. 김서형 교수, 정재승 교수, 김상욱 교수, 정지훈 교수, 김범준 교수 등 훌륭한 분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내가 어렸을 때 빅 히스토리가 없었다는 것이 속상하다. 만약 있었다면 나는 더 많은 것들을 알 수 있었을 것이며 어떤 형태로든 지식을 연결시켰을 것이다.” –빌 게이츠  
 
-어떻게 하나고에서 빅히스토리 과목을 시작하게 됐나.  
“지금은 작고하신 조지형 전 이대 교수님이 하나고로 연락해 우리 학교 선생님 네 분이 빅히스토리 관련 교육을 받게 됐다. 2012년 교육을 받은 후 방과 후 과목이 개설됐고, 2015년부터는 정규과목으로 편성됐다. 올해 여름 필라델피아에서 빅히스토리 국제학회가 열리는데 하나고의 빅히스토리 교육 사례를 발표하기로 했다. 학생 두 명과 선생님 두 명이 참가한다.”  
 
-빅히스토리를 공부하면 뭐가 좋은가.  
“빅히스토리를 공부하는 건, 여러 종류의 책을 정리할 수 있는 책장을 가지게 되는 것과 비슷하다. (빅히스토리를공부하면)나중에 어떤 것을 공부할 때도 이것이 전체 맥락에서 어디쯤 위치한 것인지 금세 알 수 있다. 앞으로는 여러 학문이 융합하는 게 점점 많아지고 중요해진다. 빅히스토리를 하면 지식을 블렌딩하는 걸 더 잘할 수 있다.”  
[부속] 하나고 빅히스토리 커리큘럼
1강 빅히스토리란
2강 빅뱅
3강 별과 원소
4강 태양계와 지구
5강 생명의 탄생과 진화
6강 인류의 진화
7강 농경의 기원
8강 글로벌 네트워크
9강 인류세
10강 미래
 
- 어떻게 가르치나.  
“빅뱅(2강)에서는 물리학, 별과 원소(3강)에서는 화학, 태양계와 지구(4강)에서는 지구과학, 생명의 탄생과 진화에서는 생물학이 많이 포함된다. 인류의 진화를 가르칠 때 우리는 7개의 스켈레톤(사진)을 던져주고, 진화한 순서대로 맞춰보라고 한다. 스켈레톤에 연필 등을 연결해 무게 중심도 직접 재본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인류의 진화에 대해 여러 가지를 자연스레 체득하게 된다. 이런 방식의 액티비티 활동을 통해서 지식을 습득하는 것도 빅히스토리의 중요한 장점이다. 특히 아이들이 매우 좋아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수업을 설명해달라.  
“이순신은 어떻게 연전연승을 거둘 수 있었을까. 이런 것도 과학에 근거해 설명하려 한다. 한국의 배는 넓적하고 크다. 또 한국은 대포가 주력 화기였다. 일본 배는 좁고 작다. 화력은 개인화기이다. 이런 조건이라면 싸움은 좁은 곳에서 펼치는 게 유리하다. 이순신은 좁은 지역으로 적을 유인해 노량해전, 명량해전 등에서 연승을 거뒀다. 반면 원균은 왕명에 따라 활짝 열린 부산 앞바다에서 적과 맞서다 궤멸당했다. 이순신은 당대엔 때론 왕명을 거슬러 고초를 겪었지만 지금은 평가가 달라졌다. 과학에 비춰보면 역사와 인문학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 또 다른 예를 들어달라.  
“인류의 역사를 에너지를 통해 살펴보기도 한다. 수렵채집 시기에 인류가 하루에 사용한 열량은 약 2000~3000kcal였다. 겨우 목숨을 연명할 정도로만 먹고 산 거다. 가축을 기르고 농업을 하면서 1만2000kcal 정도로 높아졌다. 그만큼 문명이 발달했다. 산업혁명 이후엔 23만kcal에 이른다. 그 에너지가 바로 문명의 크기다. 산업혁명의 배경에는 소빙하기의 영향도 있다. 지구의 온도가 약 2도 정도 낮아지는 소빙하기의 시기가 있었고, 이 시기를 견디면서 석탄을 에너지로 사용하는 것에 익숙해졌고 산업혁명으로 이어졌다.”  
 
- 빅히스토리에 대한 책 3권만 추천해달라.  
“데이비드 크리스천이 지은 『빅히스토리』(사이언스북스)가 역작이다. 얼마나 방대한 정보가 자세히 정리돼 있는지 모른다. 제작비도 엄청날 것이다. 그 책을 간단하게 정리한 같은 제목의 책도 있다. 『시간의 지도』(심산문화)에는 많은 양의 데이터가 담겨있다. 『철의 연대기』(동아시아)는 철의 기원을 파헤친다. 쉬운 책으로는 『그림으로 읽는 빅히스토리』(학교도서관저널), 『초등학생을 위한  빅히스토리』(해나무·김서형 저)가 있다. 중학생이 읽기에 좋다. 최근에는 빅히스토리를 아주 쉽게 설명한 『빅히스토리』(와이스쿨 출간) 시리즈 물이 출간되고 있다.” 이해준 기자 lee.ha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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