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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말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말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김교복(1945~ )
 
시아침 5/4

시아침 5/4

아침나절
반쯤 열린 창틀 속 허공에
거미 한 마리,
열심히 집 짓고 있다
 
앞발을 쫑긋 기도하듯 모으고
궁방을 짓듯이
집을 짓고 있다
 
저 수고로움도 저녁이면
수포로 쓰러질 슬픔인 줄 모르고
아니, 어쩌면 다 알면서도
 
그래, 나 이쯤에서
그만두라고
말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처음이 있으면 끝이 있고 생명이 있으면 죽음도 있다. 거미는 그걸 모르는 것만 같다. 수고로운 집짓기는 덧없어 보인다. 그러나 거미는 제 생명의 자연스러운 충동에 따라 움직인다. 어쩌면 생이라는 하루의 덧없음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거미의 생에 가보지 않고선 무어라 말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거미도 인간도 다 저녁의 어둠에 가 닿는다. 
 
<이영광·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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