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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무차별적인 근로시간 단축, 합리적으로 보완해야

“사출·압출 업종은 급작스럽게 주 52시간 근로가 적용되면 일자리가 사라지거나 경쟁력을 잃는다.” 인천에서 화장품 용기를 생산하는 코스닥 상장사 연우의 기중현 대표는 지난달 이런 요지의 청원을 청와대 게시판에 실명으로 올렸다. 연간 25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중견기업인이 정부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건 이례적이다. 기 대표에 따르면 사출·압출 업종은 주 6일간 하루 평균 20시간씩 주간 120시간 가동되는 장치산업이기 때문에 2조 2교대로 1인당 주간 60시간 근무가 보편적이라고 한다. 1550명을 고용한 이 회사에 7월부터 근로시간 단축이 적용되면 직원들의 실제 급여가 당장 크게 줄어들어 이직이 우려된다고 했다.
 
근로시간 단축을 걱정하는 건 기 대표뿐만이 아니다. 중소기업 직원 사이에선 ‘저녁이 있는 삶’이 아니라 줄어든 급여를 메우기 위해 ‘투잡이 있는 삶’이라는 불만이 나온다. 업종별 근로 특성을 감안해 주지 않은 노선버스 업계부터 비상이 걸렸고, 24시간 근무가 필요한 석유화학 공단이나 공기(工期)를 맞추기 위해 돌관작업이 필요한 해외 건설 현장에도 예외조치가 필요하다는 불만이 나온다. 몰입 근무가 필요한 정보기술(IT) 업계와 벤처들도 골치를 앓고 있다. 한 대형 반도체 업체는 속도가 생명인 반도체 개발 특성상 아예 연구개발 부문을 통째로 해외로 옮기는 방안까지 고민하고 있다.
 
정부가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탄력근로시간제 기간을 3개월에서 일본이나 프랑스처럼 1년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서둘러 도입해야 한다. 개정 근로기준법 부칙에 나오는 2022년 말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다. 아울러 현장 목소리를 반영해 예외 직군을 두거나 특례업종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이대로 시행되면 산업계는 잠재적 범죄자 집단으로 몰릴 수 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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