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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한 비핵화의 황금 같은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

4·27 남북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인상적인 평화 공세에다 주변국들의 성원까지 이어지고 있다. 덩달아 곧 터질 듯했던 한반도 긴장이 빠르게 잦아드는 분위기다. 머지않아 열릴 북·미 정상회담이 실패로 돌아가지 않는 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기대감은 갈수록 커질 게 분명하다.
 
이런 밝은 전망이 나오는 건 우선 북한의 태도가 사뭇 달라졌기 때문이다. 남북 간 합의 내용을 잘 전하지 않던 북한 매체들도 이번에는 ‘판문점 선언’ 전문을 그대로 보도했다. 또 북한 당국은 긴장 완화 조치의 일환으로  군사분계선 일대의 대남 확성기도 뜯어냈다. 이뿐 아니다. 강제노역소에 억류해 왔던 한국계 미국인 3명도 곧 풀어줄 기세다.
 
남북 정상회담 후 미국을 비롯한 중·일·러가 보이는 움직임도 북한 비핵화가 본궤도에 올랐음을 확신토록 한다. 당장 북·미 정상회담을 눈앞에 둔 미국부터 비핵화에 대한 자신감을 감추지 않는다. 미 외교 사령탑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부터 2일(현지시간) “한반도 역사를 바꿀 전례 없는 기회가 왔다”며 북한의 비핵화를 낙관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대량파괴 무기를 영구적이고 검정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게 폐기하도록(permanent,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ing) 노력하겠다”고 다짐해 그간의 입장에서 한발 더 나갔다. 지금까진 ‘영구적’ 대신 ‘완전한(complete)’이란 표현을 썼다.
 
이렇듯 남·북·미가 서로 소통하며 숨 가쁘게 돌아가자 중·일도 자신들의 국익을 챙기기 위해 뛰기 시작했다. 중국 외교부장으로서는 11년 만에 왕이(王毅)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지난 2일 방북한 것도 이런 차원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역시 지난 2002년 발표된 북·일 ‘평양선언’을 언급하며 “북한과의 불행한 과거를 청산하고 국교를 정상화한다는 일관된 방침 아래에 노력하겠다”고 선언했다. 심지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마저 남북 정상회담을 높게 평가한 뒤 “남·북·러 3각 협력이 중요하다”며 러시아의 국익을 챙기고 있다.
 
이렇듯 당사자인 남북한은 물론이고 주변 4강마저 북핵의 평화적 해결을 지지하는 한목소리를 내는 건 지난 2006년 북한이 핵실험을 개시한 이래 처음이다. 게다가 열쇠를 쥔 미·북 정상이 일괄타결식 빅딜을 마다치 않는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그런 만큼 정부는 하늘이 내려준 이 황금 같은 기회를 무슨 일이 있어도 놓쳐선 안 된다.
 
다만 북한 비핵화를 확인한 뒤에 해도 늦지 않을 일을 지나치게 서두는 것은 잘못이다. 국방부가 사병 복무 기간을 21개월에서 18개월로 줄이는 방안을 대통령에게 보고하겠다는 것도 부적절한 사례다. 설령 복무 기간 단축이 대선 공약이더라도 남북 정상회담 이후 정부가 너무 앞서 나간다는 지적이 나오는 판에 이런 내용을 밝히는 건 오해를 살 수 있다. 아무리 동기가 순수해도 모든 일엔 때가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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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