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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살인’ 2년 … 주변 유흥가 화장실 50% 여전히 ‘공용’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강남역 유흥가’의 한 술집. 1층 가게 옆 계단을 반층 올라가니 ‘남녀공용’ 표지판이 붙은 화장실이 눈에 띄었다. 철문은 열려 있었다. 안에 들어서니 ‘숙녀용’이라고 적힌 좌변기 칸이 있었다. 왼편에는 남성용 소변기와 좌변기 칸도 보였다. 남녀 공간은 커튼으로만 구분돼 있었다. 설사 남성용 칸에 누가 있더라도 나중에 들어온 이용자는 알기 힘든 구조였다. 2층의 또 다른 술집 옆 화장실도 똑같은 구조였다.
 
‘강남역 살인 사건’ 2주년이 2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유흥가 일대 화장실들은 달라진 게 없었다.  
 
중앙일보가 최근 신분당·2호선 강남역~9호선 신논현역 사이에 있는 서울 역삼동·서초동의 소규모 건물(3~5층 규모) 30곳을 무작위로 점검해보니 15곳이 남녀공용이었다.
 
2016년 5월 17일 강남역 유흥가의 한 노래방 남녀공용 화장실에서 조현병을 앓던 30대 남성이 20대 여성을 숨지게 했다. 당시 화장실에 숨어 있던 범인이 여성만을 노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나면서 남녀공용 화장실의 위험성이 부각됐다.
 
하지만 상황은 나아진 게 없었다. 사건 현장에서 직선거리로 100m도 채 떨어지지 않은 건물 화장실도 마찬가지였다. 좌변기 두 개 칸은 여성용, 한 개 칸은 남성용이었다. 한쪽 벽에는 소변기 3대가 있었다. 가림막도 없었다.  
 
직장인 이모(33)씨는 “범죄도 문제지만, 화장실을 이용할 때 여성이 들어와 난처했던 적이 종종 있다. 거꾸로 여성이 있는 줄 모르고 들어갔다가 당황해 나온 적도 있다”고 말했다.
 
남녀공용 화장실은 대부분 문이 열려 있었다. 손님들이 거의 없는 오후 3~6시에 둘러봤는데 15곳 중 10곳의 출입이 가능했다. 역삼동의 한 선술집 화장실에는 도어락(자동잠금장치)은 있었지만 작동되지 않았다. 문에는 ‘비밀번호 필요 없습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문을 잠글 수 있는 손잡이가 없는 곳들도 있었다.
 
위치도 문제였다. 가게 밖 층간 계단 쪽에 있어서 가게 운영자나 손님들의 시야에서 벗어나 있다. 위험에 노출됐을 때 다른 사람들이 알아차리기 어려운 구조다.
 
강남역 살인 사건 직후 서초구청은 유흥가 화장실에 ‘비상벨’을 설치했다. 하지만 좌변기 옆에 한 군데만 설치돼 있었다. 위급상황 시에 비상벨을 누르지 못할 가능성도 있어 보였다.
 
지방자치단체가 개선에 나섰지만 큰 효과가 없었던 건 민간시설이라서다. 구 관계자는 “건물주에게 남녀 공간을 구분 짓자고 말했으나 난색을 표했다. 수백만원이 드는 개보수 비용을 부담스러워 했다”고 토로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공사가 힘들다면 건물주와 영업주들끼리 상의해서 한 층은 남자, 다른 층은 여자 화장실로 쓰면 된다. 정부·지자체는 건물주·영업주에게 객장 안전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한대 기자 cho.hand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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