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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와 표준시 맞춘 프랑코 … 차베스, 미국과 30분 삐딱선

북한이 오는 5일부터 현재의 표준시인 ‘평양시간’을 한국의 표준시와 맞춥니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동경 135도를 기준으로 하는 한국 표준시에 ‘통일’하는 것이지요.

 
남과 북의 시간대(time zone)가 달라진 것은 지난 2015년 8월 15일 북한이 평양시를 도입하면서입니다. 당시 북한은 “일본 제국주의자들이 우리나라의 표준시간까지 빼앗았다”며 광복 70주년을 맞아 동경 127.5도를 기준으로 하는 평양시를 채택한다고 밝혔습니다. 불과 3년 만에 평양시를 포기하게 된 것은 남북한 화합을 도모하는 차원 뿐 아니라 실생활의 불편을 해소하려는 이유도 있어 보입니다.
 
네팔, 인도에 예속 싫어 15분 빠르게 
 
그런데 이렇게 ‘30분 시차’를 쓰는 나라가 의외로 많습니다. 심지어 네팔은 이웃 나라 인도와 시차가 15분 차이가 납니다.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요. ‘알고 보면 쓸모 있는 신기한 세계뉴스(알쓸신세)’가 세계 표준시에 숨은 정치경제학을 파헤쳐 드립니다.
 
세계 시간의 기준점은 영국 그리니치 천문대입니다.
 
1884년 미국 워싱턴 국제회의는 그리니치 천문대를 본초자오선으로 하는 그리니치 표준시(Greenwich Mean Time) 즉 GMT 개념을 도입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경도 15도마다 1시간씩 시차가 생깁니다. GMT는 1972년부터 협정세계시(Universal Time Coordinated, UTC)라는 공식 용어로 대체되긴 했지만 여전히 통용됩니다. 한국의 표준시는 UTC+09:00, 즉 그리니치 시간보다 9시간 앞섭니다.
 
지구상 모든 나라가 경도 15도 기준으로 국경선이 나뉘는 건 아닙니다. 그럼에도 대다수는 국제 기준에 따라 시간 단위로 끊어지는 표준시를 채택합니다. 그런데 이란·아프가니스탄·미얀마·인도·스리랑카 등은 북한처럼 30분 시차를 적용합니다. 예컨대 인도는 UTC+05:30입니다. 특이하게도 바로 옆 나라 네팔은 UTC+5:45입니다. 인도는 영국 식민지에서 독립하면서 30분 엇박자를 뒀고, 네팔 왕국은 접경국가 인도에 예속되기 싫어서 인도보다 15분 빠른 표준시를 채택했다고 알려집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표준시가 국제 정치와 얽힌 또 다른 사례는 베네수엘라입니다. 2007년 우고 차베스 대통령은 국민에게 보다 많은 ‘적절한’ 자연채광 시간을 준다는 명분으로 표준시간대를 30분 늦췄습니다. 실제로는 완강한 반미주의자인 차베스가 이른바 ‘제국주의자’들이 마련한 국제기준을 거부해 ‘삐딱 선’을 탄 것으로 풀이됩니다. 베네수엘라는 차베스 사후인 2016년 ‘전력난 해소’를 명분으로 다시 표준시를 30분 앞당겨 현재는 UTC-04:00를 사용합니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스페인의 시간이 가장 ‘정치적’입니다. 원래 스페인은 옆나라 포르투갈처럼 영국과 같은 시간대(UTC+0, 서머타임 땐 +1)를 썼습니다. 하지만 1940년 2차 대전 중에 나치 독일과 작전 협력을 위해 같은 시간대(UTC+1, 서머타임 땐 +2)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스페인의 시간대는 같은 경도상의 영국을 비껴나 프랑스·벨기에·네덜란드 등과 같은 기형적 형태입니다.
 
푸틴, 크림 병합 모스크바 시간대로 
 
표준시는 정부의 통치행위라는 관점에서도 중요합니다. 우크라이나(UTC+02:00)에 속했던 크림반도는 러시아의 침공 직후인 2014년 3월17일 “오는 30일부터 모스크바(UTC+03:00) 표준시를 채택한다”고 발표합니다. 그 다음날인 18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크림자치공화국의 러시아 병합을 선포합니다. 서방 등 국제사회가 맹렬히 규탄했지만 지금도 크림반도의 시간은 모스크바와 같이 움직입니다.
 
러시아는 동서 길이가 9000㎞에 이릅니다. 가장 서쪽의 모스크바 시간대와 극동 마가단 주의 시간대는 9시간 차이가 납니다. 그나마 11시간 시차였던 걸 2010년 9개 시간대로 줄인 겁니다. 미국도 총 9개의 공식 시간대가 있는데 알라스카와 하와이를 제외한 북미 내륙은 대체로 4개 시간대에 속합니다.
 
중국, 5개 시간대 베이징으로 통일 
 
반면 중국이나 인도는 광활한 영토에 단 한 개의 시간대를 사용합니다. 중국의 경우 1912년 중화민국 성립 당시엔 5개의 시간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49년 공산당 정부가 성립하면서 베이징 단일시간대(UTC+08:00)로 통일됐습니다. 시차를 인정하면 분열의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정치논리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남태평양 사모아는 2011년 12월 30일 하루를 영원히 없애버림으로써 표준시를 1일 앞당겼습니다. 덕분에 지구상에서 ‘해가 가장 늦게 지는 나라’에서 ‘가장 먼저 아침을 맞는 나라’가 돼 관광상품도 바뀌었습니다.
 
글로벌 정치와 경제에서 앞으로 흐르기도, 거꾸로 흐르기도 하는 게 시간입니다.
 
[알쓸신세 : 알고 보면 쓸모 있는 신기한 세계뉴스]
중앙일보 국제부 기자들이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다양한 세계뉴스를 디지털 감각에 맞게 풀어내는 연재물입니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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