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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 중앙일보 부동산팀장

아파트 시가 78억 중 과세 대상은 33억...낮춰 잡고 다시 깎아주는 재산세

[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더힐에서 지난해 가장 비싼 아파트 거래가격인 78억원이 나왔다. 올해 재산세가 1900여만원이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더힐에서 지난해 가장 비싼 아파트 거래가격인 78억원이 나왔다. 올해 재산세가 1900여만원이다.

지난해 6월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더힐 244㎡(이하 전용면적)이 78억원에 거래됐다. 이 아파트를 산 주인이 올해 내야 할 재산세는 1200여만원이다. 재산세에 자동으로 붙는 지방교육세와 도시계획세를 합치면 1900여만원. 고가주택이어서 종합부동산세도 나온다. 2300여만원이고 농어촌특별세를 합치면 2700여만원이다. 재산세와 종부세를 합친 총 보유세는 4700여만원이다. 주택 가격의 0.6% 선이다.
 
성동구 옥수동 옥수파크힐스 84㎡. 지난해 7월 거래 가격이 10억원이었다. 올해 7, 9월에 총 180여만원의 재산세를 내야 한다. 종부세는 없다. 보유세가 실거래가격의 0.2%도 되지 않는다.
 
국내 주택 3가구 중 2가구를 차지하는 아파트 보유세는 이처럼 실제 몸값 대비 1%도 되지 않는다. 부동산 세금 중에 가장 적다. 양도세의 경우 지난달부터 다주택자는 팔아서 남긴 소득의 최고 60%가량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상속세나 증여세도 많게는 상속이나 증여 받은 재산의 절반을 차지한다.  
 
실거래가 10억원 아파트 재산세가 180만원 
 
재산세는 손에 들어오는 소득이나 늘어나는 재산 없이 보유했다는 이유만으로 매년 꼬박꼬박 내야 한다. 세율이 낮은 이유다. 금액에 따라 0.1~0.4%다. 고가 주택에 추가되는 종합부동산세가 0.5~2%다. 취득세 세율은  1~3%다.
 
자료: 행정자치부 국세청

자료: 행정자치부 국세청

재산세 산정 방식은 양도세 등 부동산 세금과 다른 독특한 구조다. 세율을 곱하는 과세 기준 금액(과세표준)에 공시가격과 공정시장가액이 끼어들면서 과세표준 자체가 낮아지게 됐다. 
 
취득·양도세는 실제 거래가격으로, 상속·증여세는 시가로 매겨진다. 시가는 '불특정 다수인 사이에 자유로이 거래가 이루어지는 경우 통상 성립된다고 인정되는 가액'으로 법에 명시돼 있다. 같은 부동산의 매매가격 등이 해당한다. 재산세는 실제 거래가격이나 시가가 아닌 공시가격이다. 공시가격은 정부가 매년 1월 1일 기준으로 감정 평가를 거쳐 결정하는 금액이다. 
 
공시가격은 시가에 못 미친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공시가격의 시세반영률을 밝히지 않지만 대개 60~70% 선이다. 
자료: 국토교통부

자료: 국토교통부

정부가 지난달 말 공시가격 발표 때 참고자료로 공개한 수도권 10개 단지의 공시가격을 국민은행 시세와 비교한 결과 70%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은행 시세는 상위 평균가와 하위 평균가를 제외하고 일반 평균가를 비교 대상으로 삼았다. 일반 평균가는 시가로 보기에 충분하다. 개별 특성이 강한 실거래가격보다 더 시가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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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 단지 평균 시가 반영률이 67.1%로 집계됐다. 지난해 71.1%보다 다소 내려갔다. 8개 단지가 70% 이하였고 가장 낮은 반영률이 62.3%였다.
 
참여연대가 2013~2017년 거래된 전국 공동주택 229만여건의 공시가격과 실거래 가격을 분석한 결과 공시가격의 실거래가 반영률이 66~69%였다.   
 
'적정 가격'보다 턱없이 낮은 공시가격 
 
이런 낮은 시세반영률은 공시가격제도에 위배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시가격은 법에 ‘부동산의 적정가격(適正價格)’으로 규정하고 있다. 적정가격의 법적 뜻은 ‘통상적인 시장에서 정상적인 거래가 이루어지는 경우 성립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인정되는 가격’이다.  
 
국민은행의 일반 평균가는 일반적으로 거래 가능한 금액의 평균으로 '적정가격'으로 보기에 무리가 없다.   
자료: 국토교통부

자료: 국토교통부

이의 70%도 되지 않는 공시가격은 급매물보다도 훨씬 저렴한 가격이다. 대개 일반 평균가를 중심으로 상위 평균가와 하위 평균가 가격 차이가 10~15%다. 공시가격은 급매물 가격의 80%도 되지 않는 셈이다.  
 
공시가격이 시세보다 훨씬 낮은 데는 이유가 있다. 정부가 당초 일정한 수준의 시가 반영 정책을 추진하다 슬그머니 물러났다. 
 
아파트 공시가격은 2005년까지 국세청이 기준시가라는 이름으로 조사해 발표했다. 국세청은 지역과 주택 크기에 따라 시가 반영률을 다르게 설정했다. 2004년엔 85㎡ 이하 수도권 75%, 지방 70%, 85~165㎡ 각각 85%·80%, 165㎡ 이상 90%였다. 2005년엔 85㎡ 이하와 초과로만 구분해 85㎡ 이하 수도권 75%, 전국 70%, 85㎡ 초과는 80%였다.  
자치단체 직원들이 재산세 납부고지서 발송 전 확인작업을 하고 있다. 재산세는 7월과 9월 두 차례에 나눠 나온다. .

자치단체 직원들이 재산세 납부고지서 발송 전 확인작업을 하고 있다. 재산세는 7월과 9월 두 차례에 나눠 나온다. .

2006년부터 공시가격 업무를 맡은 국토부는 주택 크기, 지역에 상관없이 80%로 잡았다.  
 
2009년 과세표준 현실화 포기
 
그러다 2008년 금융위기 여파로 공시가격이 하락한 2009년부터 정부는 공시가격 발표 때 시가 반영률을 공개하지 않았다. 주택경기를 살리기 위해 보유세 부담을 낮추려 시가 반영률을 낮추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2009년엔 세금 산정 대상으로 삼는 과세표준이 크게 바뀌었다.  
 
그 이전 노무현 정부는 과세표준 현실화를 추진했다. 시가와 차이가 나더라도 세금 산정에 공시가격을 최대한 반영하려는 것이다.  
 
2005년 과세표준의 공시가격 반영률 50%에서 시작해 2008년부터 매년 5%포인트씩 2017년까지 100%로 높이기로 했다.  
 
그러다 2009년 정부는 과세표준 현실화를 접고 대신 공정시장가액을 도입했다. 공정시장가액이란 과세표준을 산출하기 위해 공시가격에 적용하는 비율이다. 40~80% 범위에서 정부가 부동산 시장의 동향과 지방재정 여건 등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했다.  
 
당시 정부는 공정시장가액 도입 이유로 “재산세의 과세표준 현실화로 인해 지역에 따라 공시가격이 하락하는데도 재산세 부담은 오히려 증가하는 불합리한 점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매년 공시가격에 대한 적용비율을 단계적으로 올리면 적정 수준의 세 부담이 되도록 세제를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시가 반영률

시가 반영률

정부는 재산세에 적용하는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60%로 정했다. 그 뒤 주택경기의 등락에도 불구하고 10년째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종합부동산세에 적용하는 공정시장가액 비율은 80%다.  
 
공시가격이 세금 부과 기준 금액을 시가보다 30% 이상 낮춘 데 이어 공정시장가액이 추가로 40% 더 줄이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공시가격과 공정시장가액을 적용한 과세표준은 시가의 40% 선으로 떨어진다. 
 
재산세 산정 첫 단추 잘못 끼운 셈 
 
공시가격의 시가 반영률이 낮을수록 과세표준은 더 줄어든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 75㎡의 올해 공시가격이 9억1200만원으로 국민은행 일반 평균가 14억6500만원의 62.3%다. 이 아파트 재산세 과세표준은 5억4720만원으로 시가의 37%다.  
 
공시가격 시가 반영률 80%와 과세표준 현실화가 이어졌다면 현재 과세표준이 시가의 80%가 됐을 것이다. 현재 공시가격과 공정시장가액 시스템은 과세표준을 절반으로 낮춘 셈이다.  
 
보유세 개편에서 재산세 산정의 첫 단추에 해당하는 공시가격과 공정시장가액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공시가격은 '적정가격'으로 제자리를 잡고, 공정시장가액은 도입 취지를 살려야 한다. 세금 인상을 논의하기에 앞서 기준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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