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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장 222배 규모 '불법경작지' … 위협받는 1100만명 식수

‘이곳은 불법 경작지입니다. 이를 어길 경우 하천법 제95조에 의해 2000만원 이하의 벌금,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합니다.’
 
안동댐 불법 경작 팻말. 백경서 기자

안동댐 불법 경작 팻말. 백경서 기자

지난달 30일 경북 안동시 도산면 원천리 낙동강 상류 유역. 고추·감자밭 곳곳에 세워진 팻말에 이런 경고 글이 적혀 있었다. 외국인 노동자 10여 명과 농사꾼들은 팻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봄철 농사 준비에 분주했다. 바로 옆 동네인 도산면 의촌리로 향했다. 밭에는 검은색 퇴비가 뿌려져 있었다. 냄새가 코를 찔렀다. 버려진 농사용 비닐도 쌓여 있었다. 이들이 일하는 곳에서 불과 10여 m 떨어진 곳이 낙동강이자 안동댐 상류다. 안동댐은 대구·부산 등 영남 지역 1100만 주민들이 식수로 쓴다.
 
안동댐 상류인 도산면 원천리 일대 한 밭에 쌓인 비료. [사진 김도환 사진작가]

안동댐 상류인 도산면 원천리 일대 한 밭에 쌓인 비료. [사진 김도환 사진작가]

잘 가꾸어진 이곳 논·밭 대부분이 불법 경작지인 이유는 식수로 쓰이는 안동댐으로 비료·농약이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수자원공사(K-water)에 따르면 강 주변으로 158만7000㎡(약 48만평) 규모가 불법 경작되고 있다. 축구장(7140㎡)의 222배에 이르는 정도다. 주민들이 땅을 놀리기 아쉬워 경작지를 늘리기 시작해 지금 수준에 다다랐다.
 
안동댐 불법 경작 현황. [사진 김도환 사진작가]

안동댐 불법 경작 현황. [사진 김도환 사진작가]

감자밭에서 잡초를 뽑던 한 주민은 “10년 전부터 이 동네 와서 농사를 짓는다. 어차피 아무도 안 쓰는 땅 아니냐”고 했다. 또 다른 주민도 “여기서 농사짓는 사람들은 30년 전 안동댐 생길 때 동네가 가라앉는다고 해서 보상받고 나갔다가 돌아온 사람들”이라고 했다.
 
안동댐 인근 안동시 도산면 원천리의 한 밭에서 농약을 대량 살포하고 있다. 김도환 사진 작가

안동댐 인근 안동시 도산면 원천리의 한 밭에서 농약을 대량 살포하고 있다. 김도환 사진 작가

주민들 말대로 불법 경작지 일대는 1976년 안동댐이 생기기 전까지는 논·밭이 있던 마을이었다. 하지만 안동댐이 건설돼 수몰 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주민들은 토지 보상금을 받고 이곳을 떠났다. 문제는 안동댐 수위가 예상보다 낮았다는 점이다. 당시 수자원공사는 수위를 161.7m로 예상했지만, 평균 저수율이 45%가량밖에 되지 않아 이른바 안동댐 주변으로 ‘노는 땅’이 생겼다.
 
안동댐이 준공되고 초반엔 물이 마을까지 차올랐다. [사진 김도환 사진작가]

안동댐이 준공되고 초반엔 물이 마을까지 차올랐다. [사진 김도환 사진작가]

그러자 보상받고 떠났던 주민들이 돌아왔다. 불법 경작지가 늘자 9년 전부터 수자원공사·안동시는 토지 일부(수위 155~161.7m 지점)를 합법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허용해줬다. 지난해 허용된 면적은 76만8477㎡에 이른다. 주민들은 ㎡당 13원가량 하는 임대료를 내고 땅을 경작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수자원공사가 허용하지 않은 땅(수위 155m 미만 지역)에서 경작하는 경우가 이어졌다. 수자원공사에 따르면 심지어 고령자들이 나이 들어 농사짓기 어려워지자 농작권을 불법으로 판매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안동댐 인근 마을에서 나오는 쓰레기들. [사진 김도환 사진작가]

안동댐 인근 마을에서 나오는 쓰레기들. [사진 김도환 사진작가]

수자원공사는 불법 경작지가 늘자 농약·비료를 쓰지 않는 보리만을 재배하도록 뒤늦게 규제했지만, 주변을 돌아보니 이마저도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대규모 사과 과수원이나 고추밭이 쉽게 눈에 띄었다.
 
안동댐에서 녹조로 죽은 물고기. [사진 김도환 사진 작가]

안동댐에서 녹조로 죽은 물고기. [사진 김도환 사진 작가]

수자원공사는 이런 불법경작지로 인한 오염 실정을 알고 있다. 2003년 수자원공사의 ‘홍수조절지 내 경작에 따른 호소 수질에 미치는 영향조사’ 보고서에는 ‘홍수조절용지 내 경작은 비료와 농약 등의 농업 화학 물질의 저수지 유입으로 저수지 부영양화 등의 수질 오염 문제를 야기한다. 2005년까지 단계적 경작을 허가하고 2006년부터 전면 경작 금지를 시행하도록 했다’고 적혀 있다.
안동댐 불법 경작 현황. [사진 김도환 사진작가]

안동댐 불법 경작 현황. [사진 김도환 사진작가]

 
하지만 대처는 소극적이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한 해에 큰 규모의 농사를 짓는 3~4명 정도에만 각각 70만원가량의 벌금을 부과한다”며 “벌금이 적다 보니 오히려 벌금을 내면서 매해 농사를 짓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올해 친환경 부유물 퇴비 2500t을 지원하는 동시에 더는 대규모 농사를 지을 수 없도록 농기계를 다니지 못하게 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안동=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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