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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지금이야 말로 개헌" 日 우익 주최 공개 포럼 현장

“지금이야말로, 헌법개정안 국회 발의를!”
3일 오후 도쿄도 나카타쵸(永田町)에서 열린 개헌 관련 공개 포럼. 개헌을 지지하는 한 단체의 대표가 성명서를 낭독하자 행사장에는 우뢰와 같은 박수소리가 터져나왔다.
 
‘아름다운 일본의 헌법을 만드는 국민의 모임(이하 국민의 모임)’이 5월 3일 헌법기념일을 맞아 연 공개 포럼이다. 아베 정권의 최대 지지세력이며 일본 극우세력의 대본영으로도 불리는 ‘일본회의’가 이 모임의 사무국을 맡고 있다.
 
‘국민의 모임’은 2014년 발족해 전국적으로 국민들을 대상으로 개헌 서명운동 등을 펼쳐왔다. 개헌안은 정치권에서 마련하지만 개헌은 결국 최종적으로 국민투표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행사장 정면엔 개헌 찬성 서명 인원 1001만8222명, 지방 36개 의회 결의, 개헌 서명 의원 376명이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큼지막하게 걸려있었다.
 
5월 3일 헌법기념일을 맞아 도쿄도내 나가타쵸에서 개헌 지지단체가 연 공개 포럼에 참석자들 1200여명이 몰렸다. [사진=윤설영 특파원]

5월 3일 헌법기념일을 맞아 도쿄도내 나가타쵸에서 개헌 지지단체가 연 공개 포럼에 참석자들 1200여명이 몰렸다. [사진=윤설영 특파원]

 
1, 2층 행사장은 사전예약을 받은 참석자 1200여명으로 그야말로 발 디딜틈이 없었다. 추가로 의자를 놓고도 자리가 부족해 서있는 참석자들도 있었다. 40, 50대 중년층이 대부분이었지만, 20대로 보이는 젊은 층도 적지 않아 보였다.
 
 
행사장 앞에선 '위안부 모략전' 서적 판매
 
행사장 밖에선 침략전쟁을 미화하는 내용의 ‘대동아 전쟁과 아시아의 독립’, ‘위안부 모략전과 마주하다’는 등의 책이 판매용으로 전시돼 있었다. 행사 관계자는 ‘헌법 9조와 자위대 명기 Q&A’라는 책을 보여주며 “지난 달 막 나온 신간”이라고 소개했다. 
 
행사장 밖에서 한 참석자가 '헌법 9조와 자위대 명기' 라는 서적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윤설영 특파원]

행사장 밖에서 한 참석자가 '헌법 9조와 자위대 명기' 라는 서적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윤설영 특파원]

 
이날 포럼이 주목을 받은 이유는 지난해 아베 총리가 직접 비디오메시지를 보내 헌법 9조 2에 자위대를 명기하는 개헌안을 처음 밝혔던 곳이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이날도 비디오 메시지를 보내 “개헌에 힘을 보태달라”고 러브콜을 보냈다.
 
아베 총리는 영상에서 “자위대가 위헌이라는 상황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우리나라의 독립과 평화를 지키는 자위대를 확실히 명기해야 한다”면서“이는 우리나라의 안전의 근간과 관련된 것이며, 헌법 개정의 충분한 이유가 된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가 “헌법 개정의 주역은 국민 여러분이다. 드디어 우리들이 헌법개정에 힘쓸 때가 왔다"고 말한 대목에선 청중들의 박수가 터져나왔다.
 
포럼에는 자민당 외에도 연립여당인 공명당, 일본유신회 등 개헌 찬성 정당에서 참석자를 보냈다. 일본게이단렌(経団連), 일본 청년회의소(JC) 등 경제계와 노동계 인사, 우익성향의 언론인도 다수 참석했다.
 
 
5월 3일 헌법기념일을 맞아 도쿄도내 나가타쵸에서 개헌 지지단체가 연 공개 포럼에 참석자들이 아베 총리의 비디오 영상을 보고 있다. [사진=윤설영 특파원]

5월 3일 헌법기념일을 맞아 도쿄도내 나가타쵸에서 개헌 지지단체가 연 공개 포럼에 참석자들이 아베 총리의 비디오 영상을 보고 있다. [사진=윤설영 특파원]

  
 
아베 "드디어 개헌에 힘쓸 때" 비디오 메시지
 
이날 행사에서 ‘일본회의’의 회장 다쿠보 다다에(田久保忠衛) 교린(杏林)대 명예교수는 “71년만에 헌법 9조에 손을 대는 작은 움직임, 즉 첫 발걸음을 전세계에 발신해야 한다. 후손들에게 우리가 헌법을 고쳤다는 평가를 받아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사타케 노리히사(佐竹敬久) 아키타(秋田)현 지사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 등을 언급하며 “개인에게 정당방위가 있는데 국가엔 정당 방위권이 없다는 건 말이 안된다. 우리의 생명을 지키는 자위대는 반드시 필요한 조직이므로 어떤 형태로든 헌법에 적어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발표자들의 발언 중엔 여기저기서 “옳소”라는 반응이 나왔다. 호소다 히로유키(細田博之) 자민당 헌법개정추진본부장은 “자위대 명기안에 대한 여러 의견이 있지만,논의를 하면 국회에선 반드시 기록으로 남는다. 이제 막 개헌의 움직임이 시작되려는 참이니 많은 지원을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극우 저널리스트인 사쿠라이 요시코(櫻井よしこ) '국민의 모임' 대표는 “국민을 지탱하는 힘은 경제력 만으로는 안된다. 군사력도 필요하다”면서 “지금 아베 정권에서 아니라면 언제 개헌을 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5월 3일 헌법기념일을 맞아 도쿄도내 나가타쵸에서 개헌 지지단체가 연 공개 포럼에 참석자들이 몰렸다. [사진=윤설영 특파원]

5월 3일 헌법기념일을 맞아 도쿄도내 나가타쵸에서 개헌 지지단체가 연 공개 포럼에 참석자들이 몰렸다. [사진=윤설영 특파원]

 
2시간 넘게 포럼이 진행되는 동안 참석자들은 대부분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회사원인 쓰네미네(26)는 “일본은 방위력이 부족하다. 정치권이 일치단결해서 개헌을 추진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친구의 권유로 포럼에 참석했다는 한 60대 여성은 “개헌을 하면 국민에게 불리한 줄 알았는데, 자위대 문제 등 일상과 직접 연관된 문제라는 걸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일반 시민들은 무관심 “개헌 책도 안팔려”
 
하지만 일반 시민들의 반응은 차갑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매년 헌법기념일을 맞아 관련 서적을 모아 특설 코너를 만들었던 산세이도 서점은 올해는 아예 손을 놨다. 서점의 직원은 “헌법 관련 책은 안 팔린다. 작년도 그 전 해에 비해 10%정도 줄었지만, 올해도 10%가 더 줄었다”고 말했다.
 
전국출판협회·출판과학연구소에 따르면 헌법 관련 신간은 제 2차 아베정권 하에서 헌법 개정논의가 무르익기 시작한 2013년 156건이었지만 2017년에는 137건에 그쳤다. 내용도 “전혀 새롭지 않다”는 게 출판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날 도쿄 오다이바 부근에선 '9조 개헌 NO! 평화와 생명과 인권을'이라는 개헌 반대 집회가 열려 6만여명(주최측 발표)이 참석했다. 국민의 모임이 연 개헌 지지 포럼 행사 참석자의 약 50배였다. 
 
3일 일본 도쿄(東京) 고토(江東)구에서 열린 개헌반대·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퇴진 촉구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플래카드를 들고 개헌 저지를 호소하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3일 일본 도쿄(東京) 고토(江東)구에서 열린 개헌반대·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퇴진 촉구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플래카드를 들고 개헌 저지를 호소하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무너진 ‘아베 1강’… 멀어진 개헌의 꿈
 
정치상황도 1년 전과 크게 달라졌다. 아베 총리가 지난해 헌법기념일에 ‘자위대 명기안’을 발표했을 땐 ‘아베 1강(强)’구도 속에서 “아베 총리라면 개헌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모리토모 학원 특혜 의혹에 이어, 가케 학원 수의학부 신설 특혜 의혹 등 이른바 ‘권력형 비리 의혹’은 아베 정권의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 10월 치러진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압승을 하면서 다시 한번 개헌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결과적으로 아베 총리의 오산이었다는 분석이다. 사학재단 의혹에 재무성의 문서조작과 사무차관의 성희롱 사건, 방위성의 이라크 파견 자위대 문서 은폐 사건 등이 잇따랐다. 결과적으로 내각 지지율이 30%대 초반까지 떨어지면서 아베 총리는 개헌을 추진할 동력이 크게 떨어졌다. 
 
3일 닛케이신문 여론조사에 따르면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41%에 그쳤다. 마이니치 여론조사에선 자위대 명기안에 대해 겨우 27%만이 찬성한다고 답했다.
 
여당 내에서도 “지금 개헌을 할 때가 아니다”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개헌보다는 올 가을 예정된 자민당 총재선거를 걱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럼에도 아베 총리가 끊임없이 개헌을 호소하는 것은 아베 총리의 강력한 지지기반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자민당 내에서는 “(개헌) 시늉이라도 취하지 않으면 (지지기반이) 공중분해 되어버릴 것”이라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고 한다.
 
산케이“개헌안 발의, 빨라야 2020년 여름”
 
이번 정기국회에서 개헌안 발의 기회를 놓치면서 사실상 아베 총리 임기 내에 개헌은 물건너 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대부분이다.
 
2019년 통일지방선거(지방자치단체장 선거)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의원 선거, 일왕의 퇴위 등 굵직한 정치이벤트가 있는데다 2020년엔 도쿄 올림픽까지 앞두고 있다. 개헌안 발의가 2020년 여름 이후로 미뤄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특히 입헌민주당과 공산당은 “아베 정권의 개헌논의에는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연립여당인 공명당도 개헌논의에 소극적이어서, 국회 헌법심사회에 참여는 하지만 구체적인 개헌안에 대한 논의는 거의 하지 않고 있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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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