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기로에선 한국 ICT…제조·서비스 모두 경쟁력 잃어

한국 경제의 주축인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이 기로에 섰다. 스마트폰·TV 등 주력 사업에 경고음이 울리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가 버티고 있지만 '포스트 반도체'를 이끌 뚜렷한 성장 동력도 보이지 않는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세계 스마트폰 1위인 삼성전자는 올해 시장 점유율이 지난해보다 0.4%포인트 줄어든 20.7%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2013년(32.3%)의 3분의 2에도 미치지 못한다. 올해 스마트폰 판매량(3억1430만대)도 지난해보다 32만 대 줄면서 상위 5개사 중 유일하게 역주행할 것으로 전망됐다. 2013년 4.8%의 점유율로 세계 4위까지 올랐다가 지난해 10위권 밖으로 떨어진 LG전자는 올해 점유율이 3.5%까지 낮아질 전망이다. 반면 화웨이ㆍ오포ㆍ샤오미ㆍ비보 등 세계 3~6위인 중국 스마트폰 4사는 2013년 10% 초반대의 점유율에서 올해 31.7%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2006년부터 세계 1위를 지켜온 TV 시장도 비슷한 분위기다. IHS에 따르면 수익성이 높은 프리미엄 TV(2500달러 이상)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점유율은 2015년 76%에서 지난해 51.5%까지 낮아졌다. 반면 소니를 중심으로 한 일본 기업은 같은 기간 19.8%에서 44.4%로 점유율을 늘리며 부활했다. 이밖에 한국이 선두권을 달리고 있는 가전ㆍ디스플레이ㆍ배터리 분야에서도 중국ㆍ일본은 한국 기업의 점유율을 끌어내리고 있다.
 
김용석 성균관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현재 한국의 상황은 2000년대 초반 일본이 한국에 ICT 산업의 주도권을 뺏길 때와 오버랩된다”라며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미국ㆍ일본 기업에 쫓기고, 신흥 시장에서는 중국 업체에 점유율을 뺏기는 샌드위치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비(非)제조 ICT 분야는 더 심각하다. 한국의 대표적인 소프트웨어 기업인 한글과컴퓨터의 지난해 매출은 1341억원으로 마이크로소프트(899억 달러)의 0.14%에 불과하다. 국내의 1위 사이버보안 업체 SK인포섹의 매출(2127억원)도 미국 시만텍(40억 달러)의 5% 수준이다.
 
국내 최대 ICT 서비스 기업인 삼성SDS의 매출은 9조원을 넘지만 삼성 계열사 의존 비율이 73.5%나 된다. 아직 해외에서의 경쟁력을 논할 수준이 아니라는 의미다. 인공지능(AI)이나 로봇 같은 4차산업 혁명 관련 분야에서는 구글ㆍ아마존 같은 선두그룹과의 격차가 비교 불가능 수준이다. 
 
ICT 서비스·소프트웨어의 경쟁력이 약한 상태에서 한국이 비교 우위에 있는 ICT 제조업 분야의 성장성은 크지 않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ㆍ가트너 등에 따르면 ‘ICT 기기’ 분야의 성장률은 지난해 3.8%를 기록한 뒤 계속 감소해 2021년 마이너스 성장(-0.1%)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소프트웨어가 같은 기간 7.6%에서 8.1%, IT서비스가 3.1%에서 5%로 고공비행을 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KISDI의 최계영 ICT통계정보연구실장은 “세계적으로 ICT 산업의 무게 중심은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이동하고 있지만, 한국 ICT 산업의 중심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와 같은 소수 제조업에 한정돼 있다”며 "이들 분야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중장기적인 위험 요소”라고 말했다.
한국의 ICT산업에서 전자부품 등 제조업(진한 파란색)이 차지하는 비중은 압도적이다. 왼쪽 %는 각국 총 부가가치에서 ICT산업이 차지하는 비중. [자료: OECD, KISDI]

한국의 ICT산업에서 전자부품 등 제조업(진한 파란색)이 차지하는 비중은 압도적이다. 왼쪽 %는 각국 총 부가가치에서 ICT산업이 차지하는 비중. [자료: OECD, KISDI]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대책은 우선 규제 완화를 통한 디지털 서비스 산업 육성이다.  미국은 ‘해를 끼치지 않는(Do No Harm)’ 규제 원칙으로 기업들에 신사업을 실험할 재량을 줬고, 중국은 신규 디지털 사업에는 규제를 가하지 않다가 시장이 커진 뒤 꼭 필요한 부분에 대해 사후 규제를 도입했다.
 
구태언 테크앤로 대표변호사는 “우버ㆍ유튜브 같은 신생 ICT 공룡들은 규제 장벽이 낮은 생태계에서 시작해 내수를 기반으로 덩치를 키웠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한국과 같은 규제 과잉 환경에서는 이런 혁신을 이루거나 내수를 통해 성장하는 것을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가트너의 세계 ICT 성장률 전망(전년 대비)

가트너의 세계 ICT 성장률 전망(전년 대비)

 
전략 수정도 필요하다. 이제 중국보다 남의 물건ㆍ서비스를 모방해 잘 만들 수 있는 나라는 지구에 없다. 기업들에 연구개발(R&D)를 확대할 유인책을 제공해 원천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한국이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유승호 한양대 산업융합학부 교수는 “단순히 ICT 제품 제조에서 끝날 것이 아니라 서비스 부문을 접목한 서비타이제이션(servitization)을 통해 부가가치를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권춘기 순천향대 의료IT공학과 교수는 “한국이 강점을 가진 의료산업에 ICT 기술을 접목하는 식으로 새로운 융합산업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