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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 환경에 미숙·장애아 낳은 여성 노동자, 산재 적용돼야"

세계여성의날에 여성노조가 성차별 철폐 등을 촉구하는 행진을 하고 있다. [뉴스1]

세계여성의날에 여성노조가 성차별 철폐 등을 촉구하는 행진을 하고 있다. [뉴스1]

임신한 상태로 유해한 산업 현장에 노출된 여성 노동자가 미숙아ㆍ장애아를 출산하면 산재보험이 적용돼야 한다는 정부의 권고가 나왔다. 여성가족부는 지난해 산업안전정책과 문화예술인 복지ㆍ지원 정책,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에 대한 특정성별영향분석평가 결과를 3일 공개했다. 여가부는 평가 결과에 따라 고용노동부ㆍ문화체육관광부ㆍ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에 개선을 권고했다. 특정성별영향분석평가는 여가부가 각 부처의 주요 정책ㆍ법령을 양성평등 관점에서 분석한 뒤 특정 성(性)에 불리한 내용의 개선을 권고하는 제도다.
 
여가부에 따르면 남성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산업 분야에 여성 진출이 활발해지고, 새로운 화학 물질 등 위험 요인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지만 여성 노동자의 모성보호를 위한 법ㆍ제도적 기반은 여전히 취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산업안전보건과 관련한 법령에서 임산부 노동자에 대한 명시적 언급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이에 따라 여가부는 사업주와 임신 노동자에게 취급 물질의 유해성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고 구체적인 안전ㆍ보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작업 환경 관리, 올바른 보호구 착용 등의 기준을 만들고 배포하라는 의미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임신 노동자의 유산ㆍ사산과 업무의 관계를 확인하면 산재로 인정할 수 있다. 하지만 법적으로 명문화된 근거가 없어 실제 산재 신청은 저조한 상태다. 여성 노동자 유산이 연간 4만건 이상이지만 최근 5년간 유산 관련 업무상 재해 신청은 4건에 그쳤다. 또한 임신 중 업무상 유해 요인에 노출돼 태아가 미숙아가 되거나 선천적 장애아가 되더라도 현행법상 태아에 대한 보상은 불가능하다.
 
여가부는 이러한 점이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업무상 질병의 구체적 기준에 유산ㆍ사산을 명시하고, 태아 건강 문제에 대해서도 산재보험 적용할 수 있도록 구체적 입법 방안을 마련하도록 권고했다. 이에 대해 고용부는 올해 중 임신 중 태아의 건강 손상에 대한 산재 보상 방안 연구 용역을 실시하고 이를 토대로 입법안을 마련키로 했다.
 
여가부는 여성 예술인의 직업적 권리 보장을 위해 경력단절 예술인에 적용되는 규정도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력단절 예술인의 예술 활동 증명 심의 기준을 구체적으로 마련하라고 문체부에 권고했다. 임신ㆍ출산 등으로 활동이 끊긴 여성이 각종 지원 정책으로부터 배제되기 쉬운 구조를 바꾸라는 취지다. 또한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발급하는 ‘예술 활동 증명’을 취업 증명으로 인정하는 등 현재 취업 증명의 인정 범위를 확대하라고 권고했다.
 
복지부에는 건강 통계 지표에서 남녀 성별을 구분해서 관리하는 게 미진하다고 지적했다. 제4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2016~2020년)에 포함된 357개 지표 중 성별 구분이 된 것이 34개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건정 여가부 여성정책국장은 “여성의 사회 진출이 꾸준히 확대되고 있지만 여성들이 노동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에 귀 기울이지 못한 측면이 있다”면서 “앞으로 정부 각 부처의 정책을 성평등 관점에서 꼼꼼히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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